회사 고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작년 이맘때 회사 때문에 듀게에 고민글을 여러번 올렸고,

그때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그때 제 인생에서 손꼽히게 힘든 시기였고,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고 버틴게 대단하다 싶어요.

제가 이렇게 미련한지 몰랐어요.

하지만 막상 퇴사한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것들이 아쉬워지면서

정신이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지더라도 참고, 참으며 버티게되더라구요.

그게 다 뭐라고 ㅎㅎ

 

팀장 입장에서는 강도1 정도로하면 알아서 나가겠지 했는데

그럼에도 전 악착같이 버티고, 그럼 또 저에게 강도2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전 버텼고... 뭐 그런 상황의 반복이었죠.

심지어 대놓고 투명인간 취급하는데도... 하하.

놀라울 정도로 미련하고, 한편으로는 뻔뻔했던거같아요.

왜냐하면 팀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그럴만도 했던거같아요.

제 업무역량이 너무 부족했기에... 답답했갰죠.

아마 팀장 X년하면서 저처럼 역량부족으로 허덕대는 팀원은 처음 봤을거에요.

 

아무튼 그리고 버티고 버티다

팀장에게 면담신청도 해보고, 저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력을 하니

팀장도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승진도 시켜주더라구요 ㅎ

하지만 이미 악화된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갈수 없었어요.

 

그러던중

정말 기적처럼 이직의 기회가 왔고,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제가 팀장에게 말했을때 팀장도 놀라더라구요.

너가??!

 

마지막날

팀원들과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막상 퇴사하게되니 팀원이 아닌, 팀장이 절 챙겨주더라구요 ㅎㅎ )

팀장과 한시간 정도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제가 그토록 바랬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팀장에게 전 섭섭하고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놓았고

팀장은... 너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개선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떤 점은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줬어요.

그래서 제가 팀장에게 말했어요.

팀장님, 왜 저한테 이런 이야길 이제서야 해주세요?

조금만 더 빨리 해주셨더라면... 저 이직 안했을텐데....

 

아. 이 글을 쓰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ㅎㅎ

 

퇴사 전, 마지막 금요일 퇴근 날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힘든 시간들이 많았지만 몇년간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이 회사를 떠난다하니 저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아니면 드디어.... 떠나는구나, 지난 힘들 기억들이 떠오르며 서러움이 막 몰려오며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아무튼 그렇게 퇴사하고

예전부터 가고싶었던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진급&연봉인상 시기와 맞물려

이직도 나름 좋은 조건에 했구요.

갑자기 저에게 찾아온 이런 기회가 꿈만 같았어요.

 

이 회사에서도 위기다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잘 해결되었고

이전 회사에서는 제 스스로 업무에 한계를 느끼고

또 이로 인해 팀장과의 관계도 안좋았던지라 늘 자신감없고 주눅든채로 회사를 다녔는데

지금은 나름 이전 회사에서 쌓은 경험들을 하나둘씩 풀어놓으며

그럭저럭 잘 다니고 있어요 ㅎㅎ

물론 이 회사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긴합니다만

이전 회사 만큼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상한게

자꾸 이전 회사가 생각나요.

퇴사할때 진심어린 조언과 응원을 보내준 상사분들과(팀장 아님)

똑똑하고 유쾌하고 재미있던 동료들

힘들긴해도 중간중간 보람있었던 프로젝트들

죽고싶을만큼 힘들었던 기억보다

즐거웠던 기억만 떠오르더군요. ㅠ

 

한편으로는 그때 제가 좀 더 잘 했더라면.....

팀장과는 이렇게까지는 안됐을텐데 하는 후회가 들고,

오히려 팀장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지금의 회사에서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않고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죠?

오랜만에 듀게에서 회사 관련 고민글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 금요일 밤이네요....

 

 

    • 엄청 힘들었었는데 지나고 보면 좋은 기억이 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회사란 거...


      어쨌든 좋게 이직도 잘 하셨고 잘 다니고 계시다니 좋으네요. 

    • 대단하시네요. 버텨내면서 본인도 모르게 레벨업 된게 아닐까요.
    • 그때 쓰셨던 글들 기억나요. 참 갑갑하고 고통스러운 기분이 모니터 너머로 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잘 버티셨네요!! 이직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 딸기크림님..

      제가 이시기를 맞이하면서 딸기크림님생각이 났더랬습니다.


      어떻게됐나 궁금했지만 찾아볼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했는데 근황 올려주셔서 힘이되네요.


      저도 잉여인력으로 살다살다 내가 이렇게 잉여인력인가..처음이야 기분으로 삽니다.


      울엄마는 어제 제가 회사이야기를 하니 너가 라며 놀랍니다.

      왜냐구요? 집에서는 자기일은 알아서 하는 똑똑이거든요


      주변인들도 제가 회사서 이런.인물인줄 몰라요 전 항상 하고재비에 뭐나서서 하는애라 회사에서 무기력인간인줄 아무도모르지요.


      참 회사와 조직과 환경.

      그리고 관계.


      딸기크림님 글 고마우네요.

      저한테 쓴글은 아니지만은
    • 첫 회사는 첫사랑 같은 데가 있더라구요.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좋은 기억만 나고 지긋지긋하게 잊혀지지 않는. 저도 스트로베리앤크림님 글 기억나는데 이처럼 해피엔딩이라니 제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애인과 헤어져도 나중에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이 자꾸 나는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돌아간다면 다시 악몽이 되풀이 되겠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서 잘되시길 바럽니다.
    • 저 같으면 당장 그만뒀을 것 같은 상황을 이겨내시다니 예전에 올리신 글 읽었을 때 받았던 느낌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인하신 분이시란 걸 알겠습니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훈훈하네요.
    • 참고로 퇴사는 월요일에 하는 겁니다. 시기가 맞는다면 1월2일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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