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이 없어졌을 때..
단골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생각 날 때 그곳으로 가면 실망할 필요가 없이 바로 그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집이 있으면 단골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보통 주방의 손맛과 좋은 식재료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방의 손맛은 고사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집이 참 드문데, 그 둘을 충족시키는 집이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 집은 보통 단골집이라고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줄을 서게되는 맛집이 되기 일쑤입니다. 물론 그런 마음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도 참 문제이긴 합니다. 초반에 기세좋게, 좋은 식재료와 정성들인 손맛을 보여주는 집도, 쉴새없이 몰려오는 손님을 상대하다보면 둘 중하나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되거든요. 사람이 몰리다 보니 어쩔수없다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초반의 씀씀이가 생각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번주에 자주가던 초밥집을 찾아갔는데, 초밥집은 온데간데 없고, 어떤 가게들만 덩그러니 있더군요. 사실 그 초밥집 외에 다른 가게에는 신경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집이 없어지고 새로 생겼는지 기억도 안났던터라, 내가 다른 길로 착각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일단 처음 느꼈던 것은 황망함. 그 장사가 잘되던 집이 대체 어디로 갔던 것일까. 그리고 몰려드는 아쉬움. 초밥이라는 것이 쉽게 먹으려면 마트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비싸게 먹으려면 십수만원을 주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가격에 그정도 초밥 맛을 보려면 쉽지가 않거늘, 이제 한동안 초밥 구경을 못하겠구나하는 아쉬움이 몰려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지막에라도 가서 좀 먹어두는 것인데...
급히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주인장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는 글들은 없고 나는 그래도 문닫기 전에 먹었다는 자랑만이 가득 담긴 철지난 블로그 글들만 올라와서 참 기분이 안좋아졌습니다. 초밥을 먹을 것이라고 기대감이 참 컸고, 앞으로도 그 집 초밥은 못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를 않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돈만 있으면 하는 것이 음식장사라지만 그것을 십수년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맛난 냉면을 뽑아내던 시장냉면집이 할머니가 몸이 안좋다고 집으로 들어가신 이후에 맛이 변해서 사람들이 뚝뚝 끊기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즐겨가던 단골집도 어느날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내 입맛이 변할 수도 있고, 주인이 변할 수 도 있고,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오늘의 결론은 있을 때 잘 먹자라고 끝내고 싶네요.
아, 저도 딱 어제 그 생각을 했다는! 벌써 없어진 지 몇년 된 것 같지만.. 회사 근처에 처음으로 단골 카페라는 게 생겼었거든요, 집에선 공부를 못하는 편이라 스터디 숙제같은 거 있으면 늘 맘편히 거기 가서 하곤 했는데 그 카페가 없어진 이후로는 카페 갈 일 있을때마다 고민... 요즘 이 동네가 많이 발전(?)해서 카페는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데 딱 '내 카페다' 싶은 곳이 없어요. 저의 옛 단골 카페는, 작고 다정하고, 회사와 지하철역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고 않고, 제가 가는 시간에 사람이 적고, 사람이 좀 있더라도 바 자리가 있어서 혼자 있기 괜찮고, 제 마음에 드는 책들이 꽂혀 있고, 무엇보다도 주인장과 적당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아, 라떼가 맛은 그저 그랬지만 아주 저렴했구요^^ 아, 주인장님 고향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