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바낭] 영남 희망론에 대한 이의

1. 오거돈 후보가 선전했습니다. 당선이 아니라 선전이라는 점에서, 당선과 선전을 가르는 요인이 '대통령을 지키자'는 감성적 선동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봅니다. 광주전남과 경남북, 부산의 유권자들이 지역기반 정당을 선택하면서 하는 말이 '상대 당에서 좋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거돈 후보는 비새누리 후보가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후보입니다. 인물론에서는 더 이상 나올 수 힘든 후보죠. 물론 김영춘이나 지난 지방선거의 김정길 후보가 나쁜 후보는 아니었지만, 최선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부산의 선택은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서병수였습니다. 대체 누굴 내야 야권을 찍나요? 당에서 지원을 안 했다고요? 오거돈은 무소속 후보입니다. 부산에서 무소속을 택한 건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두관이 무소속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 '전략'입니다.  

적어도 부산에서는 차악이 아니라 최선을 택하라고 권할 수 있는 후보였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선택은 서병수였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당선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득표를 했습니다.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도 이렇게 좋은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요? 

부산의 오거돈 후보가 좋은 후보인 이유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서 해수부 장관 같은 부산에 먹히는 경력을 가지고 큰 인물이라는 겁니다. 부산 출신인 야권 성향의 후보자는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 경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런 경력을 쌓은 야권 성향의 후보자가 부산 출신인 게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래서 다음 선거에 어정쩡한 후보가 나오면 부산 유권자들은 저번에 떨어지더니 또 좋은 후보가 아닌 사람을 냈다고 하겠죠... 오거돈이 나이가 많은 게 제일 속상하긴 합니다. 7.30 재보궐 때 서병수 지역구라도 차지했으면 좋겠는데 출마를 할 지는 모르겠네요. 출마를 한단들 찍어주려나, 이젠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시장이 됐으니, 같은 편이어야 대통령 지킬 수 있다고 들고 나올 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2. 대구에서도 김부겸 후보가 의미있는 득표율 40%를 넘기며 선전했습니다. 모두들 당선은 언감생심이니 40%나 넘기라고 응원했죠. 결국 넘겼는데, 그 40%는 김부겸이 오리지널 대구의 아들+박정희 기념관+박근혜 얼굴을 들이밀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수치였습니다. 권영진이 안동 출신이라 김부겸이 얻은 프리미엄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김부겸 상대로 안동의 아들이 아니라 또 다른 대구의 아들이 나오면 대구 시민들의 선택지는 또 다른 대구의 아들로 갈 거 같습니다. 경북고-서울대 출신이 김부겸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지역의 아들인게 표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잘못됐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젠 야권에선 저 오리지널 대구의 아들의 후계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난감해지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김부겸이 박정희 기념관과 박근혜 얼굴을 높이 쳐들었을 때 찬반이 격렬하게 부딪혔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이기려면 먹히는 걸 해야 한다, 대구는 저래야 먹힌다였습니다. 찬성논리의 저 얘기에 대구 시민들이 대구 무시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걸 단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제가 대구 시민이었다면 화를 냈을 것 같아요. 저래야 찍는다는 말은 진심으로 대구 시민의 '좋은 후보 보는 능력을 폄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대구 시민 스스로 박정희와 박근혜를 높이 쳐들지 않으면 안 찍는 사람, 좋은 후보를 감별하는 선택지에 박정희와 박근혜를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 있는 유권자라는 의미잖아요. 옛다 관심하는 식으로 나도 당신들이 좋아하니 사진이라도 걸어줄게라는 식으로 박정희와 박근혜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건가요? 앞으로 야권에서는 우선 괜찮은 커리어를 지닌 대구 출신의 후보를 물색하고, 박정희와 박근혜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만 표시하면(실제는 어떻든지간에) 대구에서 좋은 후보로 인정받는 건가 궁금해졌습니다.


3. 부산과 대구에서 오거돈과 김부겸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두 후보의 삶과 공약을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공약과 인물론을 내세우면서 당 상관없이 일만 잘하면 뽑아줄테니 민주당과 야권은 일 잘하는 사람들을 내놓아라라고 말하는 숱한 인터넷과 오프라인의 민주당 콘크리트 아닌 사람들을 보면서 뭘 해야 찍어주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쓴 얘깁니다. 인천 남동구의 배진교 구청장은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좋았습니다. 일 잘하면 당 상관없이 찍어준다더니 떨어졌더라고요. 배진교를 선택하는 데는 일 잘하는 게 소용이 없었고, 당이 문제였죠. 

    • 다들 대구, 부산만 말하는데 저는 경남에서 선전한 김경수 후보가 기대됩니다. 2016년에는 김해에서 당선 되시길.
    • 약간... 배우자 고르는 기준을 외모라뇨, 사람이 착해야지,라고 하는 것 같이 들리더라구요. 일 잘하는, 정치적인 선입견 없이 후보를 고른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

    • 일 잘하면 당 상관없이 찍어준다고 말한 사람은 그런 사람을 찍었겠죠.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비밀투표에서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누굴 찍었는지 알 수도 없는 건데 말은 그렇게 하고 왜 안찍었냐고 해봤자지요.

    • 당 때문에라는 건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선거가 확실히 보여줬으니까요. 대구, 부산 사람들은 새누리 당이라 찍어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이 절망을 보았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가면 갈수록 혼란을 거듭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더 나아가 이야기 하면 김한길 체제는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체제 이후 그 교훈을 구현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죠. 저도 그렇게 봅니다. 정말 민주당은 어떻게든지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선수들은 모았는데 감독이 없으니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대선까지 몇년이나 남은게 아니라 몇년 밖에 안남았습니다. 

    • 고령화 노인도시에서 그정도면 선방한겁니다.


      점점 야권득표율이 올라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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