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안녕하세요, 음. 안녕하세요.

0.

 

아주 오랜만에 이 곳 하얀 창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어쩐지 뉴비신고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인데

모르시겠지만 저는 뉴비가 아니어서 더 어색하군요.

 

간혹 들르긴 해도 눈으로만. 몇몇 닉네임에는 눈인사를 건네기도 했는데

제 눈인사는 중간에서 모니터가 다 꿀꺽 먹어버려서.

 

음...하하하 지금 보고 계시는 듀게분들 말이예요,

제가 찡긋찡긋 인사하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어떡하지 이 어색함..왜 나는 컴퓨터를 앞에두고 어색해하는가

 

그냥 간만에 바낭 해보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여유로운 시간이고

 

여유로운 시간이 와도 왜 여유로울까 불안해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또 이상하게 여유를 여유로 받아들이게 되어

글쓰기 버튼을 누를 생각도 든 것 같습니다.

 

1.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집이 좁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던 물건 버리기 연습이

저에게 찾아 준 것은 한 뼘 치의 빈 자리만이 아니었나봐요.

 

취향이랍시고 아주 쓸모없는 것들을.

그러니까 이런 곳에 쓰기도 조금은 민망한 뭐 피규어라든지 뽑기라든지.

 

또 어떤, 어째선인지 내게로 와 쓰레기가 되어버린 선물상자들

진가품 여부를 알 길없는 북한 화가의 그림이라든지 조선 말기 편지지라는 것들

이고지고 살던 책들 엽서들 10년 전 휴대폰의 충전기같은 것들

아 그리고 사라진 관계가 남긴 부산물들을 버리고 버리다보니

그동안 내가 취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취향이 아니었으며

남겨진 것들에 어떤 의미가 남아 더 나를 잘 알게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비로소 알 것 같고

나의 일상이 어떤 길을 돌아 어떤 물건을 만지고 넘어 하루라는 시간을 채워왔는지,

매일을 살면서 정작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남았거나 새로 생긴 원칙과 물건을 그물처럼 엮다보면

사이 사이에 진짜 내가 물고기처럼 걸려드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이사한 방에 그림을 하나 걸려고 했었는데, 이런 사소한 연습을 거쳐서

빈 벽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말린 안개꽃이 빈 벽을 배경삼아 그림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기특합니다.

 

2.

 

작사도 계속하여서 세번째 곡이 나왔어요.

첫 곡이 나왔을 때 기쁜 마음에 듀게에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첫번재 곡은 만들어진 멜로디에 맞춰 작사만 제가 했었고

처음 해보는 거라 굉장히 어설펐는데,

두번째, 세번째는 멜로디도 허밍으로(!) 직접 짰어요.

당연히 PD님께서 고생 많이 해주셨고요.

 

특히 세번째 곡은 뭐랄까,

두번째 곡은 노래를 만드는 일반적인 구성을 따라가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세번째 곡은 좀 이상해도 좋다며 한껏 욕심을 부려 더 애정이 가요.

 

제가 원한 것은 봄날 낮잠잘때 듣기좋은 클라이맥스가 없는 소품같은 곡 이었고,

주위의 평은 역시 '졸려요' 였기 때문에 저 혼자 성공작 입니다.

틀어놓고 자봤는데, 잠이 잘 오더군요.

 

1에 이어서, 방이 점점 비어가니

화장대를 겸하고 있는 작은 책상이 진짜 책상으로 기능을 하게 되어

그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쓰고 있습니다.

 

저는 즐겁기 위해 노래를 만드는 것이니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 같은 치열한 고민이나 완성도, 시간 투자는 제쳐놓고

즐거울 때만 하고싶은 만큼만 느릿 느릿 해요.

취미란 참 좋은 것이예요.

 

3.

 

잠시 고민했는데 일상이 너무도 심플한 탓에 더는 쓸 내용이 없어요.

인피니트 활동기라서 행복해요. 음... 또.

집에 아이비가 있다는 생각이 났는데, 아이비가 있다는 것 외에 덧붙일 말이 없어요..

 

봄은 아니지만 조금 창피하지만 세번째 곡 가사 놓고 갈게요.

바낭이니까 괜찮겠죠?

홍보가 아니냐고 하시면, 나온지 좀 됐으니 홍보 아닌걸로..

 

김춘수 시인의 꽃 생각하면서 썼어요.

 

-

 

계절은 봄


봄, 낡은 계단을 흐르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면
오늘도 따뜻할 것 같아
그댈 닮아 좋은 아침

예전 같지 않은 날들에
봄이 짧게 스쳐 지나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설레임은 귀하단 걸

계절은 봄이었고
그대는 나를 안고
느리던 걸음 끝에 입을 맞추고
이름을 부른다면 그대이길 바라서
오래된 시를 다시 꺼내보는 날

봄 낮은 지붕을 오르는
고양이 나란한 발끝에
그대가 만져질 것 같아
눈짓 하나 손짓 하나

계절은 봄이었고 그대는 나를 안고
느리던 걸음 끝에 입을 맞추고
이름을 부른다면 그대이길 바라서
오래된 시를 다시 꺼내보는 날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대 곁에 꽃으로 필텐데
봄을 살텐데

계절은 봄이었고 그대는 나를 안고
느리던 걸음 끝에 입을 맞추고
하루가 꿈이라면 오늘이길 바라는
마음이 욕심일까 두려운 날에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대 곁에
꽃으로 필텐데
봄을 살텐데

 

 

4.

쓰고 나니 생각났는데, 역시 이 시기에 이 말이 빠지면 안될것 같아서.

내일 투표하러 갑니다. 소중한 한 표 잘 쓰고 올게요.

 

 

 

 

    • 오랜만이에요.

      가사를 천천히 읽었더니 봄이 온 것 같아요.
      • 링고님!! 정말 오랜만이예요. 귀여운 에피소드들 올려주신 것도 보았는데,


        덕분에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서 입 싹 닦고 눈팅만 해서 조금 죄송했어요 ㅎㅎ


         

        • 죄송하긴요 ^^

          무소식이 희소식이지요.

          자주 뵈어요 ^^
          • 금방 보았더니 새 게시판으로 옮기고 나서는 쓴 글이 스무개가 안돼요.


            좀 더 자주 들러서 좀 더 부지런히 로그인을 해야겠어요! ^^ 딱히 쓸 말이 없다면 댓글이라도..ㅎㅎ

    • 피규어는 결코 민망하지 않아요!!Q_Q!!

      • 하하하 그..그렇죠?!! 맞습니다!!

    • 돌아오셨네요 반가워요 '~'/

    • 반가워요, 물긷는달님^^


      덕분에 자리 옮긴 듀나에 첫 댓글 달아보네요.

      • 힘들때 샘물님 친절한 댓글로 힘얻었던것 기억하고있어요 다시 뵈니 너무 좋아요^^ 인사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녹차라떼 시절부터 팬입니다!!!!! 자주 써주세요!
      • 아마도 전의 전 게시판시절에 쓰던 닉네임인데..기억하시는 분이 계셨군요^^ 덕분에 글 쓸때 어색했던 마음이 많이 나아졌어요 감사드립니다
        • 이울진달은 알아도... 헙

          • 듀게 처음할때 쓰던 닉네임이라서..^^;
    • 오랜만입니다. 그새 작사를. 들어보고 싶네요.




      인피니티 2집은 어찌어찌 집에 있게 됐는 데 아직 들어보진 못했네요.

      • 정말 오랜만이예요. 잘 못 들어오는동안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24601님의 책소개와 사회이슈 글들을 못봐서 그랬나봐요.
    • 노래 좋아요. 직접 부르신건가요??

      배경의 악기가 좀 더 어쿠스틱하면 더 잘어울릴것같은데 :)


      노래를 듣다보니

      연인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내고싶어집니다
      • 아. 멜론에서 들었습니다
        • 아, 노래는 에이알이라는 신인 가수가 불렀어요. 제가 뭔가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요청해서 PD님께서 이렇게 만들어 주셨어요. ㅎㅎ


          말씀 듣고보니 어쿠스틱버전도 좋을거 같아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래 소식 없던 분의 소식은 언제나 반가워요. 잘 지내신 것 같아 또 반갑습니다.

      • 뜸해지기 전과 같이 계셔 주셔서 감사하고, 반가이 맞아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


         

    • 어제 잠들기 전에 갑자기 이울진달님 (새 닉도 오래 쓰셨건만 잠결에 떠오르지 않고;)이 노랫말 지으신다고 했던 생각이 났었는데 제가 신기가 있나봅니다. 




      저도 며칠 전 책상을 잡동사니 지층 속에서 발굴했어요. 겨우 노트북 올라갈 공간만 남았던 것이 훤하게 정리되니 괜히 경건해지더군요. 저는 결국 여기서 '일'을 하겠지만 물긷는달 님은 좋은 노랫말 많이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래  들으러 갑니다.



      • 아무래도 문 님께서 저를 떠올려주셔서 제가 이끌리듯? 들어와 글을 쓰게 되었나봅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모쪼록 노래도 마음에 드신다면 좋겠어요. 아마추어라 쑥쓰럽네요^^;

        책상을 발굴하셨다니, 청소라는 일상적인 작업을 이렇게 위트있게 표현할수도 있는거였군요
    • 뉴비가 아니시라 이제 리플 달아요.


      전 최고로 심플해져 드릴 말이

      • 가영님은 언제나 심플하시죠 :)

    • 반갑습니다. 여전히 정성들여 다듬어진 느낌의 글이 좋네요. ^^


      인피니트 여전히 사랑해주셔서 감사(쿨럭;)드리구요. 하하하. 노래 지금 듣고 있어요. 좋네요. 그냥 예의상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정말 좋아요.

      •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로이배티님글에 이주의 듣보(..)로 올라갈 수 있는 가수(..)에게 곡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쓰고보니 목표가 정말 원대하면서도 하찮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가득 품고 있는 문장이 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 


        음 어쨌든 결론은, 인피니트는 옳아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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