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SK, 기아, 한화, LG 팬으로 산다는 것
이런 기사까지 나왔군요...
애증의 롯데 자이언츠
“아버지 왜 나를 구덕 야구장에 데려가셨나요.” 지난 5월 22일 롯데가 삼성에게 치욕의 스윕 패를 당한 날 내가 쓴 트윗이다. 이긴 팀 삼성보다 안타를 한 개 더 치고도 졌다. 게다가 잔루가 12개였다. “진루를 하면 뭐하노 점수를 못 내는데…” 부산의 영유아들이 엄마 아빠 다음으로 발음할 수 있는 단어가 ‘잔루’라는 말이 있다. 꾸준히 안타를 치고 꾸준히 볼넷을 얻지만 득점권에서 결정타가 부족하다. 게다가 투수들은 꾸역꾸역 점수를 내준다. 하위권 팀들 중 안 그런 팀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꼴찌를 하지 않아도 상시 ‘꼴데’라고 불리는 이 팀은 잘할 듯 잘할 듯 하면서 열심히 치고 달리고 던지다가 결국은 지는 게임을 수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느 팀처럼 투자를 안 했느냐, 올해는 강민호 75억 원, 강영식 17억 원으로 팀 내 FA를 잡았고 35억 원을 처들여 최준석까지 영입했다. 그럼 뭐 하냐고. 돈값을 못 하는데. 아예 무슨 팀처럼 애초에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16점씩 19점씩 내면서 호화판으로 이기는 날도 있는가 하면 부산 최고의 중식당이라는 ‘잔루만루’를 몇 번씩 보여주며 폭풍 변비 야구를 보여주는 날이 더 많으니. 아마추어 롯데 자이언‘트’ 시절부터 35년간 응원했던 나에게 니들이 이럴 수 있느냐. 92년 롯데 마지막 우승하고 나서 태어난 내 친구 아들은 평생 한 번도 롯데의 우승을 못 보고 군대에 갔다. 팬 불쌍한 줄을 알라.
글. 조원희 (영화감독)
어느 SK 와이번스 팬의 부질없는 야구사랑
인천 연고팀 야구팬이라면, 이 부질없는 야구사랑에 대해 깊이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팀에 애정이 생길 만하면 그 팀은 여지없이 해체되거나 이전하거나 깊은 수렁에 빠지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빠를 따라 야구장에 들렀다가 바로 팬이 되어버린 태평양 돌핀스도, 중·고등학교 시절 최강의 투수력을 자랑하며 매일 저녁 TV로 인도했던 현대 유니콘스도, 굳은 신념과 철저한 노력으로 무장해 야구에서 인생을 깨우치게 했던 SK 와이번스 왕조 시절도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팬에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그중에서도 SK 와이번스에 가장 많이 마음을 빼앗겼었다. 인천 연고팀이라서가 아니라 이 팀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날 완전히 매료시켰었다. ‘이기는 야구가 아닌, 지지 않는 야구’, ‘그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시도를 하는 야구’, ‘잔인할 정도로 타 팀을 압도하는 치열한 야구’. 이 모든 것은 선수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선수라도 끝까지 잡고 가르쳐 일류 선수로 만들어냈던 김성근 감독이 신생팀 SK에 뿌리내리게 한 신념이자 철학이었다. 그런 SK에서 김성근 감독이 하차했다. 나는 또 한 번 인천 연고팀 야구팬으로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가 불어넣은 신념과 철학은 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무너지고 있다. 그 어떤 힘든 순간에도 굳건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여 당당히 우승기를 들어 올리던 SK의 모습은 이제 찾기가 어려웠다.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SK의 야구 철학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SK는 끝없이 추락 중이다. 실력은 ‘종이짝’처럼 단조로우며, 전략은 손바닥 뒤집히듯이 너무 쉽게 수정되고 오락가락한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까지 이 부질없는 야구 사랑을 이어 나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글. 박흥기(한국 영화아카데미 배급팀장)
주저앉는 기아 타이거즈의 야구
신은 나에게 긍지를 가르쳐주기 위해 해태 타이거즈(이하 해태)를 주셨다. 그리고 겸손 역시 배우라고 기아도 주셨다. 가을 야구는 기본이고 우승은 옵션이었던 해태 시절의 영광은 묻어둔 지 오래, 지난해 전반기 1위를 기록하고 8위까지 떨어진 걸 목격한 뒤에는 순위 때문에 징징대지도 않는다. 그리고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우승이나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를 한 수 접어둔 상태에서도 야구를 보며 몹시 화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아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던 양현종의 올해 승수는 5승 3패,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5월 31일 기준)를 기록하고도 거의 반타작이다. 미국 간 류현진에게 리그 에이스 타이틀은 몰라도 소년 가장 타이틀은 물려받을 기세다. 기아의 타격은 필요할 때 침묵한다. 필과 나지완, 이범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사실 어디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고, 심지어 팀타율이나 안타 수도 높다. 그럼에도 밀도가 낮으니 타점은 바닥이다. 20 대 2로 대승했던 SK전처럼, 무너지는 상대를 신나게 두들길 정도의 화력은 있지만 눈을 부릅뜬 상대를 무너뜨리진 못한다. 불펜은 어떤가. 외국인 선수 중 하나를 마무리 어센시오로 뽑는 강수를 뒀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필의 활약만 제한하게 됐다. 승리를 위한 나름의 요건들이 승리로 이어지지 못해 주저앉는 야구. 그러니 이제는 겸손보다 높은 단계로 도약해야겠다. 옴마니반메훔.
글. 위근우
정신승리를 위한 한화 이글스
이상한 일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시작된 한화의 암흑기 속에서, 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커졌고 나만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으나 일부 팬들의 팀에 대한 애정도 더 커졌다. 물론 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약팀’이란 것이겠고, 2010년경까지는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우리가 왜?!?!”라며 발끈하는 심리도 있었지만, 2014년에도 어려운 팀 사정을 본다면 이제 그 상징적 지위(?!)도 수용해야 할 것 같다.
팀 운용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약팀 팬으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먼저, 강팀 팬보다 야구 룰이나 ‘좋은 팀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팀이 약해지니 야구에 대한 이해도는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이건 마치 군소정당 지지자가 선거제도 개편이나 내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나는 지지 정당도 2% 넘기 힘든데 이거 참 야단이 났다!). 다행히 야구는 정치보단 인간적이라 제아무리 약팀이라도 확률적으로 볼 때 사흘에 한 번은 이기기에, 이기는 야구를 즐기며 ‘멘탈’을 회복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약팀 팬이 강팀 팬과 다른 것 또 하나. 대패를 당할 때에 차분하다.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건 대패가 아니라, 시즌 생각하지 않고 대패당하지 않으려고 매 경기 괜찮은 투수를 등판시키는 코치진이다. 오히려 그런 운용이 약팀의 미래까지 갉아먹기에, 차라리 대패하는 날엔 “오늘 운용 잘했어…”라며 ‘정신승리’ 할 수 있다.
글. 한윤형(<미디어스> 기자)
진정한 박애주의자 LG 트윈스
무서움. 야구를 말할 때는 무서움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페트의 말이다. 하지만 LG에 대해서라면 사정이 다르다. 무서움? 물론 있다. 임박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다. 세 번 중에 두 번은 지는 팀을 응원하는데 어떻게 두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 내게 지금까지 해본 가장 용감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어제저녁에도 야구를 본 거”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용기만으로 버티기엔 10년(6-6-6-8-5-8-7-6-6-7)은 너무 긴 세월이다. 나도 내가 왜 그렇게 LG를 응원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정신이 조금 나갔던 모양이다. 안타까운 건, 한 번 나간 정신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도, LG도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지난 시즌은 달랐다. 11년 만의 가을야구에 우리 모두 울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단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두 보 후퇴를 위한 일 보 전진. 그리하여 올 시즌, 감독 자진사퇴라는 시련을 겪은 LG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하시며 “LG는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박애다. 내가 지금 너무 나쁘게 말하는 건가? 하지만 LG도 내게 그리 잘하는 것 같진 않다. 지난 3월 8일 오후 1시,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 결혼한 나는 남부럽지 않은 경기 시간을 자랑하는 나의 팀 덕분에 ‘저녁이 없는’ 신혼을 보내는 중이다. 이닝이 지날수록 조금씩 시들어가다 마침내 하얗게 타버리는 신랑을 바라보는 신부의 마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배우자로서 LG 팬이 최고라는 말은 거짓말이고, LG를 말할 때는 깊은 ‘빡침’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글. 금정연(서평가)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4060215327296426&type=&
안타까운 건, 한 번 나간 정신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살이 되기에는 너무 세상 욕심이 많고 빡쳐있는 중생이 LG팬들이죠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없는, 역으로 시카고 컵스나 요코하마 베이스타즈가 없는 크보는 훨씬 팬질하기 쉬운 리그죠.
전자는 이제 삼성으로 대체할 수 있고, 후자는 LG와 롯데가 회한의 더깨를 두텁게 쌓아올리고 있는 중이죠. 팬질하기 쉬운 리그는 없는 거 같습니다. 단지 역사만 다를 뿐.
팬질하기 쉽다는 말은 좀 단어 선택을 잘못한것 같네요. 다만 전자같은 영원할것 같은 승자와 고통을 모르는 팬과 후자같은 영원할것 같은 패자(5년 연속 3할대 승률이라던가... 20년 넘게 5할을 못찍는다던가...)와 고통뿐인 팬으로 나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삼성은 영원할까요? 3년전만해도 SK가 천년왕국을 세운줄 알았습니다. 비밀번호를 찍은 롯데는 작년말고는 몇년째 컨텐더이고, 엘지도 작년에 엄청 신나게 야구했었죠.
최소한 삼성은 영원한 승자라고 봐도 되는 거 같아요. 최근 10년 동안 삼성이 우승을 다섯 번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건 한 번. 양키즈나 요미우리도 자국 리그에서 그 정도는 아니죠. 삼성은 02년 전에도 우승을 못했다 뿐이지 강팀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죠.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지 않다고 해서 영원할 것 같은 승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양키즈나 요미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단 삼성 팬들도 야구를 통해 항상 즐거운 건 아니겠죠. 가끔 가다 포스트시즌 탈락하면 다른 팀 꼴찌하는 것보다 가슴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삼성팬들이 지금의 호사를 누리는 것도 20년간 한국시리즈마다 눈물을 삼키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거죠.
삼성은 다른 구단들이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후에 마지막으로 2002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시리즈를 재패했습니다.
김현수를 4못쓰라 부르듯, 20년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우승 못하는 저주받은 팀이었죠.
20년... 정말 기나긴 세월이었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이승엽, 마해영의 랑데뷰 홈런때는 정말 환호가 절로 나고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한국 야구 역사상 정규시즌/코시 통합 3연패는 삼성밖에 없죠. 총 우승횟수에서도 해태왕조를 턱 밑까지 쫓고 있고요. 30여년의 크보역사에서 대부분 상위권 성적 이상을 거둔 팀이기도 한데 양키즈나 요미우리도 이런 성적은 못 냈죠. 삼성의 극강 모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요. 롯데야 요근래 들어 꾸준히 중위권 성적을 내긴 했어도 30년 크보역사에서 20여년간 우승을 못한 걸로 치자면 요코하마나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시컵스는 우승만 못했지 한일 프로야구와 비교가 안되는 볼륨의 메이저리그에서 종종 상위권 성적을 찍어주곤 했죠. 엘지야.. 뭐 잘만 하면 시컵스와 요코하마의 부족한(?) 커리어를 모두 겸비한 유력한 크보의 후보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성적을 낸 다음해의 여지없는 병크는 엘지의 찬연한 전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