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듀게에 처음 글을 쓴 것이 2004년이니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04년에서 2007년 정도까지는 나름 열심히 글도 쓰고 댓글도 달며 수다를 떨었었지요.

그러는 과정에서 직업도 오픈하고 직업과 관련한 글도 여럿 썼고요.

'엄벌주의와 필벌주의' '서울법대와 하버드 로스쿨' '지성과 반지성' 등등.

직장 내 회보에 쓴 '파산이 뭐길래'가 알려지기도 했고요.

그게 참 즐거웠어요. 글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하는 재미. 듀게에서 그걸 배운 것 같아요.

직장 내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썼지만, 그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흐르고 듀게도 조금씩 변화하고 저도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전만큼 사랑방같이 편안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편안하게 수다 떨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차차 멀어지고.

그래도 맘 속엔 늘 고향 같은 편안함이 있어요. 그런데 연말 게시판 폐쇄 및 재출발이라는 극적인 상황에 저도 모르게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이곳을 지키는 반가운 옛이름들도 뵙고, 새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이름들도 낯이 익어가고.

그래도 솔직히 아직 전처럼 편하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말씀드릴까 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는데,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려고요.

 

.....'책'을 냈습니다. 바로 듀게에 썼던 위에서 언급한 글들도 있고, 그외에 오랫동안 직장 게시판에 써왔던 글도 있고,

새롭게 쓴 것도 있지요. 들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판사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도 했고, 배운 것도 많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당치도 않게 예스24의 '명사의 서재'라는 코너 의뢰를 받아 좋아하는 책, 영화 소개를 하기도 했고(듀게 얘기도 잠깐 했음),

이러저런 기고의뢰를 받기도 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내 글을 읽어주는 에디터가 있다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해 준다는 점을 절감하고,

종이책이란 예전 씨디처럼 사멸해가는 매체구나 생각이 들만큼 충격적인 우리 출판시장의 상황도 알게 되고,

말과 글이라는 것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래서 그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음을 체감하게 되고,

서평기사들을 보며 매체마다 한 권의 책 속에서 각기 관심 있게 보는 것이 많이 다르구나, 새삼 느끼고,

주말에 인근 대형서점에 슬쩍 가서 매대를 둘러보다 자기 책을 발견하고는 괜히 뿌듯해서 만지작거려보다가 누구랑 눈이 마주치면

(상대방은 신경도 안쓰는데) 혼자 화들짝 놀라 딴 책을 보는 척하기도 하고,

그러다 자기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 분을 보고는 미행하듯 멀리 숨어서 어느 부분을 읽으시나, 표정은 어떠신가,

과연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실까 서스펜스 넘치는 스파이 짓을 하고,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맘속으로는 '사세요! 그냥 사 버리세요!'

하며 텔레파시를 보내지만 20분이 넘도록 서서 읽으시더니 여자친구분 전화가 오자 휙 내려놓고 통화하러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쓸쓸히 돌아서기도 하고^^;;

 

뭐 여하튼 이런 경험들이 참 새롭고 공부가 됩니다.  기회가 또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듀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사설이 길었으니 구호로 정리하겠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도, 듀게여 영원하라!!

   

    • 안녕하세요~ 책 잘 읽고 있습니다. 아직 다 읽진 못 했는데,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내용이더라구요 ㅎㅎ 저도 커밍아웃하자면...명사의 서재 흔쾌히 응해주시고 정성스럽게 작성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좋은 책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 오 듀게의 신비군요 토욜 새벽 에라 하고 쓴 글에 첫 댓글이 바로 그 코너 의뢰하신분? 다른분들은 점잖게 쓰셨던데 전 감히 '관능적인 서재'로 꾸며서 잘릴줄 알았어요 듀게에 출판문화업계분이 많다더니 정말이네요^^ 채널예스 루나님 카툰 팬이예요 그나저나 제 '명사'의 서재 코너 본 시크한 친구의 한 마디, 그래 '문유석'이란 고유'명사'이긴 하지. . .
    • 듀게 드나든지 십년이 훌쩍 지나가네요 거의 다른분들 글들을 읽기만 했지만. 언급하신 글들 기억이 납니다. 전에는 글을 자주 쓰셨던것 같은데 한참 안보이셔서 궁금했어요. 책을 내셨다니 축하합니다. 기회될 때 꼭 한번 읽어볼게요! 듀게에도 가끔 글 남겨주세요.:) 저처럼 눈팅하면서 dmajor7님이나 글 자주 올리셨던 옛 게시판 분들 글 반가워하는 유저들 많을것 같아요.
      • 오 선캄브리아시대 일을 기억하는 듀게 오비시군요 반갑습니다^^ 사실 눈팅은 늘 해왔어요 근데 바빠서 한참 못쓰다보면 뭔가 새로 글올리는데 두려움과 망설임이 생기더군요ㅠ 이곳이 수다스러운 제겐 소중한 대나무숲인데 말이죠
    • 한동안 게시판에 잘 안오시는 것처럼 보여서 같이 듀게인인 가족과 얘기하면서 이제 안오시나 보다고 상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dmajor7님 글에서 '선해'라는 단어를 처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쓰시는 글들이 그 단어같은 글이어서 참 좋아했지요.   


      책 읽어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님 읽을 기회가 없었을테니까요.^^

      • 고맙습니다 늘 오긴했는데 바이러스처럼 잠복하고 있었죠 게시판 새로 열린후에는 그래도 별그대 얘기도 쓰고 몇번 올린듯
    • 오랜만에 뵙네요.(라지만 저도 요샌 거의 자주 안 와서...)


      책 내신 건 기사로 봐서 알고 있었는데 듀게에 제가 쓰기도  오지랖 같아서 얌전히 있었습니다 흐흐;; 

      • 이사무님 오랜만입니다^^ 아 그런 오지랖은 환영인데 말입니다
    • 책 축하합니다. 늘 따뜻한 시선으로 쓰는 글이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 속독법 에피소드 얘기한 글이 생각나네요.
      • 고맙습니다 그 얘기 기억하시는군요 옛듀나게시판 메뉴가 옆에 생겨서 좋네요 검색해보니 예전에 참 별 얘길 다 썼었구나 싶어요 육아일기 여행자랑질 고민상담^^;
    • 책 발간 축하합니다.


      그럼 듀게 창립 멤버들 빼고 2세대 초창기 멤버시군요.


      저만 까마득히 오래 있었는줄 알고요.


      10년이니 누구나 다 많이 변했을거라 생각합니다.

      • 그렇죠 제가 첨 용기내어 글올린 2004년엔 이미 듀게가 까칠함과 이른바 스노비즘으로 유명했으니까요 1세대 분들의 글들을 보며 도대체 어떤분들일까 동경도 하고 내가 감히 뭐 올려도 되나 떨기도했네요 그래도 가영님이 무플방지 활동을 해주셔서 뉴비들의 희망이었죠^^ 근데 함 올려보니 의외로 따뜻한 공간이었지요
    • 글이 올라오면 반가워하며 읽던 유저분 중 한 분이셨는데 오랫동안 글을 안 올려주셔서 많이 바쁘신가보다 하고 있었답니다.


      책 소식과 함께 다시 글 올려주셔서 반갑고 또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서점에 들러봐야 겠네요 :)
      • 네 반갑습니다 바쁜거야 사실 모든분들이 마찬가지죠 그저 수다란 타이밍을 놓치면 끼어들기 힘든 면이 있고 제가 좀 소심증 구석도 있고요
    • 눈팅족인데, 우와~이런 대단하신분도 듀게에 있구나싶네요. 발간 축하드립니다^^곧 방학인데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 같은 눈팅족인데요 뭘^^; 특히 아이돌 관련글. 로이배티님 혹시 이 글보시면 B.A.P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실것을 앙망하나이다 딸내미들이 열성신도들이어서 저도 전도되었어요 이번 앨범 좋고 1위도 아주 잠시 했는데 아직도 지명도가ㅠ
        • 늘 눈팅만 하는데 이 댓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저도 얘네 진짜 좋아하거든요. 애들이 다 열심히 하는데 인지도가ㅠㅠ 책은 꼭 살게요ㅋㅋㅋ

          • 딸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제가 직접 B.A.P. 영업글을 한번 써볼까 싶기도 합니다만 실망시킬까봐 자신이 없어 로이배티님 등 아이돌계 절정고수님들의 글을 늘 고대하는 중..



            글고 보잘것없는 책은 안 사셔도 좋으니 며칠 후 컴백(?)할 얘들의 미니앨범은 꼭 사주셈!^^ http://stoo.asiae.co.kr/news/naver_view.htm?idxno=2014052915323158729

            • 전 늘 씨디를 몇 장씩 더 사서 주변 지인에게 나눠주곤 하는데 다들 음악은 좋다고 하면서 팬이 되질 않네요ㅠㅠㅠㅠㅠ

    • 파산이 뭐길래를 보고 혹시 dmajor7 님이 아닐까 했는데 정말 같은 분이셨군요.



      듀게에 글쓰실때 마다 반가워 하며 읽었는데 이번엔 쓰신 책도 사봐야겠어요^_^



      언제나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억하셨군요. 에라 하고 작심하고 수다 불판까니 좋네요. 새로운 경험이고 결과가 어찌되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 요즘인데, 저희 직장은 별로 이런 수다를 떨 만한 곳이 못되어서 말이죠ㅠ 듀게가 그리워지더군요.

    • 축하 드려요. 옛날에도 글읽고 유일하게 듀게 네임드로 아이디까지 기억하는데 어느 새 책까지 내셨군요. 혹시 커밍아웃이라고 해서 설마 성적인것줄 알고 두근 거리면서 읽었습니다ㅎㅎ

      • 네, 저도 사과식초님의 상큼한 아이디 기억하죠. 글구 성적..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 명사의 서재 읽고 왔어요!


      「여행 중독을 낳는 마약 같은 책들」, 「상갓집에서 날새다 읽어도 킥킥대며 웃게 만들고 마는 책들」, 「부작용 없는 수면제 역할을 해 주는 책들」, 「해적판으로 너무 사랑했고, 월급은 벌게 된 지금은 애장본으로 소장하고 싶은 만화책들」, 「클로즈업 씬 하나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고 마는 영화들」 등이 너무 궁금해요ㅎ
      • ㅋㅋ그래서인지 비슷한 책 소개 글 기고 의뢰가 또 들어오고 하네요. 기회 있을 때마다 풀어볼께요. 그런데 듀게야 뭐 저 주제들로 천권씩 추천할 분들이 널린 곳..

    • 법정 에피소드 좋아하는데 재밌겠네요.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이것도 초보 저자의 착각입니다만, 처음에는 저자에게는 책을 잔뜩 그냥 주는 줄 알았어요. 절대 아니더군요ㅠ 마음 같아서는 폼 잡으며 듀게분들께 다 한 권씩 드리고 싶은데 현실은 일가친척과의 친소관계 순위를 스스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두만요. 요즘은 듀게 이벤트란이 있어서 서평 이벤트 같은 것 있던데 출판사를 졸라서 듀게에서 책 공짜로 보내주는 서평 이벤트 열어달라고 해 볼까요? 근데 저도 나름 오랜 듀게인인데 그건 좀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기도 하고... 

    • 우와!!!

      안녕하세요!!

      (절 잘 모르시겠지만) 1x여년의

      듀게 생활 하면서 날카롭거나 통찰력있는, 매우 시니컬하기도 하고 비판적인 게다가 제 정치적 사회적 시각 면면에 영향을 끼치는 수두룩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요즘 그 분들이 자주 보이시지 않아 (대신 그만큼 멋진 다른 분들도 또 많아 지셨죠 또...)

      궁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저도 커밍아웃하자면 전 며칠전에 알았어요!!!!!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괜히 반갑고 좋네요)

      꼭 읽어보렵니다
      • 러브귤님을 왜 모르겠나이까^^ 올드보이들이 여전히 많이 계시네요. 반갑습니다.

    • 백만년만에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하는 행복한 토욜이라 이런 댓글 수다도 떨어보고 좋네요.^^ 인간에게는 각자에게 타고난 '빈둥거림' 요구량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못채우고 살면 고장나거나 심하면 폭발하거든요. 김두식 교수의 '지랄총량의 법칙' 비슷한 얘기지만. 사실 저는 그 요구량이 엄청 높은 편인데 쉽진 않네요ㅠ  

    • 듀게에 오래 잠수중인 사람입니다. "아... 이 양반은 글까지 좋아~" 하며 샘내게하던 님이시네요.

      덕분에 토요일 오후의 기분이 몇 그램 더 좋아졌어요. 반갑습니다~ ^^
      • 21그램 좋아지셨으면 좋겠네요.^^

    • 듀게에 좋은 글 많이 쓰셨죠. 책도 읽어볼게요. 

    • 책 내셨군요^^ 제가 요즘 늦바람이 불어서 법학 공부에 매진...하려고 하고 있는데 ㅋ 여튼 반갑습니다. 전에 올리신 글들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 많이 했었거든요.


      얼른 사다 읽어볼게요:)

      • 에구 힘든 늦바람인데요.. 그래도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뭔가를 시도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닷! 

    • 1년만에 로그인하게 만드신.... 오늘 정혜신박사님 추천사 읽었었는데 dmajor7님이 그분일 줄은.... 축하드립니다.


       

      • 1년만에 로그인하셨다니 영광입니다. 늘 뵈도 소녀같으신 정 박사님, 지금은 안산에서 너무나 고생하고 계세요... 많이들 응원해 주세요. 

    • 저는 아주 예전에 올리셨던 사이판 여행기를 감명깊게 읽고 사이판 여행 꿈을 꾸다 올해초에 드디어 다녀왔지요.책쓰신것 축하드려요.
      • 오 꿈꾸던 여행, 축하드립니다! 마나가하 섬 여전히 이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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