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봤어요. 전율과 실소사이...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어떤 이들에겐 전율을 동시에 어떤이들에겐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영화는 은근히 찾기 힘들죠. 고질라가 그렇더군요. 기본적으로 괴수물에 대한 이해나
어느정도의 정보가 있는 사람과 그냥 일반 관객 사이의 괴리가 분명히 느껴졌어요. 간단히 말해서.... 고지라를 마음속으로 신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그리고 그 점을 웃기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냥
용가리나 디워정도로 생각하는 일반관객과의 차이랄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것처럼 몬스터의 가렛 에드워즈가 고질라를 리부팅 한다고 했을때 정말 기대했는데..... 일본산 고지라 시리즈의 팬이었지만 기술,자본에서 딸리다보니 이 시리즈가 끝난게 10년째고 결국에
이걸 제대로 구현할곳은 헐리우드밖에 없는데..... 90년대 애머리히의 거대한 똥싸지름의 트라우마가 있었으나 이 장르에 전문가라 할수있는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다니 기대가 안될수가 없죠. 게다가 이 감독
의 연출 스타일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 저는 역동적인것도 좋지만 역시 무드와 분위기가 더 먹어준다고 보기때문에...
영화는 좀 아쉬운점이 있긴 한데 저한테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오프닝에 이어서 쥔공 아버지가 이끌고 가는 초반부의 흡입력은 정말 좋았고 뮤토의 첫등장까지도 ㅎㄷㄷ 했어요. 문제는 우리의
eod전문가 주인공에게로 극의 중심이 넘어가면서 부터 전개가 좀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가 좀 진행되려다 보면 저기로 넘어갔다가 또 다른곳으로 넘어가고.. 왜 그러는지는 알겠지만 덜커덩덜커덩
하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네요. 하지만 고질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부터는 정말 좋았어요. 하와이에서 고질라의 전신을 쭉 훑다가 포효하는 장면에서 정말 울뻔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샌프란시스코에서
의 세 괴수의 혈투는 정말 퍼시픽림하고 비교가 안될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를 이야기 하던데 저도 보면서 가메라3이 생각나더군요. 특유의 종말적인 분위기와 마지막
이리스와 대결에서 불타는 도쿄시내에서 거리를 두고 가메라와 이리스가 최후의 일개토를 하기전에 서로 마주서 있던 장면에 여주인공의 얼굴이 겹쳐서 지나갔었나? 아무튼 고질라의 전통적인 요소는 제대로
가져오면서도 괴수물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가메라3의 분위기를 차용?한것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런데 은혜받고 극장문을 나오면서 옆에서 나오던 어린 커플의 이야기를 듣고 응??? 했던게...... '헐...그건 뭐야? 입에서 나가는거.. 필살기임??ㅋㄷㅋㄷ" 나에게는 전율의 명장면이었던 방사열선장면이 누군가
에겐 코미디였구나.... 그런데 이부분에서 뿜었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제가 두번째 관람을 했을때는 아예 실시간으로 좌우에서 키득피식하는 반응이 느껴졌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아쉬었던건 제발 고질라에게 보병들이 소총따위 갈기는 장면은 안나오길 바랬는데... 여지없이 나오더라고요. 아니 사이즈보면 답 안나오나?
이글 보니 봐야겠다는 확신이 좀 드네요. 고지라 시리즈의 매니아는 아니지만 어릴 때 고지라와 나비, 나방(?)이 나오는 편을 주구장창 돌려봤거든요. 그때도 단순한 선악구도를 넘어서는 묘한 역학관계가 인상깊었죠.
모스라 말씀이시군여...참고로 모스라는 아예 독립적으로 헐리웃에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고지라 속편과 별개로요. 그래서인지 하와이 부서진 호텔사이에서 소미인이 잠깐 나온다는 떡밥이 돌았는데 두번째 관람에서 제 눈으로 확인했네요 ㅋㅋㅋ 깨알같음
키득이니 피식이니, 무엄한 이들입니다.
M2 관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짱짱한 사운드를 느끼고서 집에 와서 2001년판 고지라+모스라+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을 보는데 고지라의 울음소리가 옆집 소울음 소리 같았어요.. ㅠ.ㅠ
헐리우드라 방사능 열선포 안나오나 했는데.. 나오더군요. 그런데 고지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역시나 뜨악하는 분위기더라구요.
(그러면 미니라는?)
그 입에서 내뿜는 화염이 진정한 고지라의 간지요 위엄이거늘...어허
미니라도 옆에서 도너스 쏘면서 나타났으면 전율이 극에 달했을텐데 그 다른 사람들의 실소가 박장대소가 되었겠군요 ㅠ
허허 ;;; 그 젊은 커플의 반응은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겠고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제가 같이 본 북캘리포니아 극장의 미국관객들은 남녀노소 할것없이 "왜 방사능구역질 안해!" "지느러미가 빛을 내야 구역질을 하지..." "앗 한다 한다!" 하면서 박수갈채를 했거든요. 역시 한국에는 일본대중문화가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시세를 무척 타거나 (한때의 유행이 잊혀지면 아주 까맣게 잊혀짐...) 즐기는 사람들만 즐기는 것 같아요.
저는 뜬금없는 타이밍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특히 위치신호탄(?)을 발목에 매단 대원들의 고공낙하를 멀리서 비추던 장면요. 그 장면에서 갑자기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수많은 fps 게임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이지만 고질라에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멋졌죠. 진짜 지옥을 향해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괴수들 쌈박질에 인간이 할게 별로 없는데 폭탄 회수라는 목적도있었고...
볼까말까 했었는데 <가메라-이리스 각성> 얘기 나오는 순간 예매를 했어요.
저는 방사능 언제 뿜나 혹은 이 영화 자체에서 그 설정이 오바라서 채용을 하지 않은건가?
체증 걸린 사람처럼 불편한 심기로 보고 있다가
아가리 벌리고 방사능 뿜어 내는것 보고 10년 먹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한 통쾌함을 느꼈어요.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특공대 대원들이 발목에 연막탄 달고 비행기에서 낙하하여
괴수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는 구름 밑으로 도약 할 때 였어요.
제가 막연히 상상하던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정말 제대로 재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절망감과 막연함 그리고 보호받을 수 없는 무기력함
실소는 딱 한 번 인류의 구원자 고질라라고 야구장 전광판에 나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