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짧은 감상

영상과 액션은 이재규감독하면 기대할 수 있을만큼 비장한 사극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고 뛰어난 영상미와 잘짜여진 이야기 구조는 충분히 2시간여동안 극장에서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의상이나 미술적인 디테일들도 섬세하게 잘 고증해낸 것 같아서 혼자서 몰입해서 다시 보고 싶네요.(극장 분위기가 좀 어수선했고 앞자리 사람들이 소곤소곤 떠들어서 아쉽네요.) 요즘에 옛날 우리나라 공예품이나 복식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

 

 

"후궁 제왕의 첩" "궁녀"같은 궁의 어두운 권력다툼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화창한 봄보다는 늦가을에 개봉하는게 더 어울렸을거에요.

 

 

그러나 씨네21평에서처럼 너무 여러 인물의 병렬식 이야기가 펼쳐져서, 각각의 인물마다 길고 깊은 사연이 있는지라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드라마에 더 어울렸을거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드라마로 매주 나왔으면 굉장히 호평을 받고 시청률도 높았을 것 같은데요.) 너무 단정하게 잘짜여져서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평에 대해서도 공감해요. 충분히 완성도는 높은 영화인데 어느정도 선까지 가다가 감정 몰입이 주춤 걸리는 느낌?

영화의 주제인 정조의 개혁에 대해서 그의 너무 이른 죽음, 미완의 개혁, 그의 죽음 이후의 세도가에 독점된 현실 정치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씁쓸해서일까요?

 

정유역변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된 것만 보았는데 정조에 대한 책을 다시 자세히 읽고 싶네요. 게시판에 와보고 원작이 출판되었다는걸 알았는데 제 돈으로라도 사서 꼭 읽으려고 해요.

 

* 현빈이 복귀하면 사극에서 조선 왕조 왕의 역을 연기했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랐는데 복귀작으로 정조 역할을 선택해서 개인적으로는 기대감도 있었고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 기대한만큼인 것 같아요. 차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연기.

* 대사가 보통 사극톤보다는 힘이 많이 빠져있다고 해야 할까요. 톤이나 단어 선택이나 현대극같은 느낌이어서 좀 더 사극 발성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특히 정순왕후를 연기한 한지민의 초반 대사는 너무 느끼하고 부자연스러워서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처음에 한지민을 예고편에서 보고는 "정조의 여인인가?"라고 착각했었는데 정순왕후를 그렇게 관능적으로 묘사한 것은 무엇때문인지 모르겠네요. 과도한 관능적인 분위기를 빼더라도 정순왕후와 정조의 기싸움은 충분히 살았을 거 같아요.

    • 색기있는 녀가 악녀와 일맥 통한다는 클리쉐인가요. 관상도 그렇고 영화로는 다루기 벅찬 분량을 영화화한게 늘어나는 것 같군요. 저 캐스팅으로 드라마로 가면 대박일텐데요.
      • 정조와 정순왕후 사이에 묘한 케미(?)같은걸 노렸을까요? 두 사람이 맞붙은 장면들은 볼만해요. 영화로는 다루기 벅찬 분량인데 감독은 정유역변 하루에 모든걸 다 보여주려고 하죠.

    • 홍국영은 단순히 정조 보디가드로 나오나요?
      • 홍국영은 호위대장으로서의 역할에 굉장히 충실한 인물로 나오죠. 정치적인 입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정조와 정치적인 면에 대해서


        많이 나누고 행동하지만 그의 정치적인 면들이 많이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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