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봤습니다(스포 없음)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봤습니다. 걱정했던 대로 보는 동안 괴로웠고, 보고 난 뒤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중에 길거리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 오더군요. '"불법" 이제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 라고 적혀 있는 지방선거 홍보물이었는데, 보고 있자니 허망하더라고요. 정말로 숨을 곳이 없기는 한가, 그리고 선거가 공정하게 치뤄진들 그게 갈 곳 없는 다른 한공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보길 잘 한 것 같아요. 평소에 그런 사건을 다룬 뉴스를 대충 넘겨버리는 편이었거든요. 아마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런 뉴스들을 무심하게 지나치겠지만 그래도 '한공주' 생각을 한 번 쯤은 하겠죠. 누가 이 영화 볼만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말하겠습니다. 누구든 보고 괴로울 수는 있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보면, 아카펠라 반 친구들의 캐릭터는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일부러 현실이 아닌것 처럼 묘사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몇몇 관객들은 중간에 이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웃기도 하던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영장 장면들은 처음 봤을 때 '세가지 색 : 블루' 생각이 났습니다. 오마쥬 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그냥 비슷한 소재라 연상이 되었습니다.
    • 전 아카펠라 친구들 클리셰는 넘어갈만 했어요. 주옥같은 대사와 기성세대의 묘사덕분에. 

      • 저도 넘어갈만 했어요. 그리고 덧붙이면 영화가 소리도 잘 쓴 것 같아요. 가방의 바퀴가 드르륵 하며 굴러가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수영장의 사람들 소음 등등
    • 아카펠라반 친구들과 한공주를 따라다니는 친구의 여학교 환타지같은 묘사는 좀 걸렸는데 나머지 부분이 참 진득하게 괴로워서 숨을 쉴 틈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마지막 장면이 본 얼티메이텀 같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 말씀대로 숨 쉴 틈을 바라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 한공주가 마주하게 될 현실을 생각해 보면... 정말 no way out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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