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방송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선종의 승선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위의 사고 원인의 추측에 약간의 오해도 있고 잘못도 있는 것 같아 저의 개인적인 추측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벨러스트 탱크의 문제라기 보다는 벨러스트 펌프나 밸브쪽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탱크 자체의 결함이라면 탱크 내부에 금이 가 있어 물이 샌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출항 정지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벨러스트 펌프나 밸브 쪽의 문제는 선령이 오래된 선박에 자주 발생하는 고장이고, 항해중 수리하거나 혹은 다음 정박지인 제주에서 수리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2. 선회시 자동으로 전개되는 보조날개 없습니다. 여객선의 측면에 있는 날개 모양의 장비는 스테빌라이저라는 장비로 황천시 선박의 횡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입니다. 선박이 일정 스피드 이상 진행하고 있을 때에라야 효과가 있는 장비이고, 스테빌라이져를 펼친다고 하더라도 복원성을 잃은 선박의 전복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3. 과적 문제는 여객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배에는 만재흘수선이 있습니다. 화물을 싣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위치를 표시한 것이고, 국제만제흘수선 협약에 의해 모든 상선에는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딱 만재흘수선까지가 선박에 짐을 실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그 이상의 화물을 선내에 적재한다는 것은 선박의 복원성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배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 못하는 여객선 선주 입장에서는 이 만재흘수선을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선박을 소유한 선주 입장에서는 여객보다는 화물이 더 이익을 남기기에 얼마라도 더 벌기 위해서 한계를 무시하는 것이지요.
4. 컨테이너의 고박 장비가 꼭 쇠사슬일 필요는 없습니다. 슬링밸트여도 내부의 화물을 포함한 컨테이너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검사를 통과한 장비를 사용합니다. 쇠사슬 형태의 고박장비도 사용하지만 일반적인 컨테이너를 고박하는데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쇠사슬 형태의 고박장비는 중량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고박할 때 사용하죠. 하지만 사고 선박에 적절한 고박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5. 그리고 일정이 늦어져 라싱되어져 있는 컨테이너를 미리 풀었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접안직후 바로 작업을 하기 위해 미리 풀어놓은 것이겠지요.
6. 대부분의 선사에서 선원들은 계약직으로 일을 합니다. 물론 국내 굴지의 몇몇 대형 선사들은 그렇지 않지만 많은 선사들은 선원들과 일정기간 계약을 맺고 고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원들은 승선하던 선박에서 내려 계약이 끝나면 조금 더 많은 봉급을 주는 선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를 다니는 여객선은 그 중에서 가장 봉급이 적습니다. 여기에서 봉급의 고저에 따른 선원의 능력을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이번 사고의 선장은 정년을 넘긴 촉탁 선장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죠. 싼 값이 자격을 갖추고 있는 선장을 부려먹는 것이니까. 하지만 선장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회사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고, 이번 사고에서도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퇴선을 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시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저 나름대로 사고의 원인을 추측해 본다면 과적과 대각도 변침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이 사고의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과적에 대해서는 위에서도 설명을 했고, 대각도 변침에 대해서 추측 혹은 상상해 본다면, 조타기의 고장 혹은 당직 항해사의 잘못된 변침명령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추측되네요.
언론에서는 사고 보름전 조타기 오작동을 지적하는 문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조타기 점검 일지인지 수리신청서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조타수의 평소보다 타가 빨리 돌았다는 진술에서 조타기 자체의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됩니다.
아니면 경험 없는 당직 항해사가 빠른 스피드의 선박에서 소각도로 조심조심 변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각도를 지시하고 조타수가 대각도로 변침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 대각도 변침의 원인이 아니었을지도 의심이 됩니다.
그리고 이 대각도 변침과 과적에 의한 낮은 복원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선박 자체의 복원력이 상실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선박의 복원성이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각도로 변침을 한다고 해서 배가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과적을 하여 만재흘수선 이상 선적한 경우라면 대각도 변침을 하여 선박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복원력을 상실하여 배가 전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용서가 안되는 것은 사고를 일으킨 선장입니다. 저야 선장을 해 본적이 없고 항해사로서 많은 선장님들을 경험했을 뿐이지만 저 정도로 긴장감 없이 무책임한 선장은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이미 출항이 지연되어 2시간이 늦은 상황이고, 안개가 많이 낀 상태에, 과적에, 위험 구간의 항해에, 초임의 3항사 당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선교를 비워두고 있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 초임이었을 때 첫 선장님은 같이 6개월을 함께 승선했었는데, 망망대해에 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와 함께 선교에서 당직을 서셨습니다. 6개월동안. 그리고 이후로 진급하여 저 자신이 다른 선박에서 다른 선장님들과 같이 당직을 서게 될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의 선장님들은 특히 3항사의 당직에 많은 신경을 쓰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혹여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임 3항사가 대처할 경험도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선장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출항만 자신이 하고 대부분의 항해를 항해사들에게 맡겨놓은 상태에서 정말 음주를 하지 않았을까 계속 의심이 드는군요.
그리고 당연히 청해진 해운도 용서가 되지 않는군요. 돈 몇푼 더 벌고, 돈 몇푼 더 아낄려고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야 될 일들을 아마추어인 선원들 손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경우를 많이 당해봤기 때문에 청해진 해운 역시 비슷한 짓거리를 해 왔을 것이 쉽게 상상이 됩니다. 만약 회사 오너의 압력으로 선박의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수리/보수가 이루어 졌다면, 회사 오너의 압력으로 만재흘수선 이상으로 과적을 했던 것이라면, 회사 오너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회사야 인명손상과 화물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있는 배 다 팔아도 다 못갚아 망해 버릴 것이 뻔이 예상되지만, 정말 중요한 책임자를 밝혀내어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