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잡담 :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과 선거, 안타까운 야당 등
새정치연합의 전략은 단순해 보입니다. "새누리당은 약속을 뒤집었다. 무려 대선 공약인데. 나쁘다."
무공천 카드를 언제까지 끌고 갈지, 정말 끝까지 가져 갈 생각인지 아니면 무기로만 쓸 건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많이들 예상하다시피, 새정치쪽만 무공천을 한다면 선거 결과는 그냥 학살일 겁니다. "새누리당이 약속을 뒤집은 것을 국민이 심판해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멍청해 보입니다. 대선 공약 안지켰다고 후속 선거에서 줄줄이 패하는 게 한국 선거의 수준이었다면 애초에 각종 말도 안되는 공약이 줄줄이 터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미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뻥을 치고 나중에 뒤집어도 그 댓가가 별로 비싸지 않다는 걸요.
정말 무공천이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법안 만들어서 야당 단독으로 제출하고서 만약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진행이 안되면 거기까지를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면서 새정치쪽도 공천을 해야 했다고 봅니다. 아마 법안 제출 대신에 청와대 깜짝 방문 정도의 제스쳐를 취하고서 결국은 공천으로 가려는 건지도 모르죠.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면서 비난은 안받거나 남에게 돌리는 게 이른바 '정치적' 행동의 정석인데, 정말 '새정치'를 내세우는 당 답게 그 반대로만 하네요. "난 무공천 하려고 했는데 새누리당때문에 어쩔 수 없음" 이라며 공천으로 선회하기엔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어 보입니다. 지금 공천 쪽으로 돌아서면 새누리당보다 더 욕먹을 겁니다. 타이밍으로 보나, 새정치를 죽어라 강조했던 과거로 보나.
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하나의 프레임을 잡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야당이 그런 프레임을 잘 잡아서 재미를 본 건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밖엔 기억이 안나는군요. 그땐 보편적 복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되고, 민생과 맞닿아있어서 뭔가 야당이 좀 더 어려운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는데, 기초선거 무공천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국민들이 "아 정말 야당은 약속을 지켜서 우리를 위해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선거 제도 자체가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선거에서는 사람을 찍고, 그 사람이 정책을 공약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나랑 코드가 맞는 정치인이어도 그렇지, 공약의 100%가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을 겁니다. 지지난 대선처럼 후보는 과반수를 넘게 득표해 대통령이 되었지만, 최대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운하만 떼어놓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반대가 더 많이 나오는 웃기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죠. 애초에 핵심 공약인 대운하가 마음에 안들면 이명박을 안찍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재끼고 다니면 선거에서 찍을 후보가 하나도 없을 수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그냥 대선 후보의 이미지와 그 당의 성향을 보고, 좀 더 나아가 "에이 설마 이 공약은 안지키겠지"까지 예상해야 하니 우리나라에서 유권자 해먹기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새정치쪽의 행동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대통령의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는 스스로도 주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경중을 따지면 된다고 답하겠지만 그거야 나한텐 중한데 상대방에겐 경하면 뭐 땡이죠. 대통령의 공약을 대하는 야당의 자세를 지난 이명박 정권 때와 비교하면 참... 당시엔 이명박이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 좀 지키겠다는데 지키지 말라고 얼마나 열심히 투쟁했던가요.
선거때가 되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후보는 누구인지" 찾아주는 사이트가 나오곤 합니다. 주로 후보들의 입장이 갈라지는 공약들을 모아서 질문으로 만들고 그 답을 봐서 일치도가 가장 높은 후보를 제시해 줍니다. 가끔은 실제 선거도 지금처럼 사람 뽑지 말고 그렇게 정책을 뽑게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누구 공약이 뭔지 알고 가는 유권자들은 어차피 그 후보의 공약에 맞게 답하겠지만, 최소한 "아 널 찍긴 찍겠는데 이건 진짜 좀 하지 마"라고 생각하는 공약이 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죠. 그럼 그 공약을 폐기해버리는 데 명분도 설 것이고.
아, 물론 이 사례에 대입하보면, 박근혜 역시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공약이었으니 질문이 되지 않았겠군요 ㅡㅡ
개인적으로는 기초의원 무공천이 정당론적? 관점에서 부정적이라는 데 까지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기초의원 공천이 어떤 대단한 가치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낮의 글타래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기초의원 선거 결과가 가장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박원순 시장 오늘 기사에도 무공천에 동의하는 입장인것 같구요...). 여러모로 야당에게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 안철수는 새누리당에서 해야 할 일을 민주당 들어가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김한길이 먼저 시작한거긴하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는 도무지 뭔지 알 수 없네요. 누가 다음 대통령 선거 후보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이번에 둘 다 정치적으로 완전히 재기불능이 되는게 그나마 다음 선거에서라도 희망이 있을 거 같네요.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자들은 결국 정몽주가 되겠죠.
제 생각은 지금이라도 새정련도 공천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