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다 생긴일 그리고 프랑스 여행 조언 좀 주세요
안녕하세요.
싱가폴 사는 아줌마입니다. 요즘 싱가폴은 2달 동안 가물었던 걸 보상이라도 하듯이 비가 종종 내립니다. 지금도 아침부터 퍼붓고 있어 창문을 열 수가 없네요.
나이 들어 간신히 용기 내어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데요, 솔직히 연습하면서 혹시 이웃집에서 시끄럽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좀 들더라구요. 저녁 시간대는 피하고 있지만, 건너편에는 일본인이 살고 애도 어린 것 같고, 일본인들이 화를 누르다가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등등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엊그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누가 벨을 누르더라구요. 혹시 기다리던 소포가 왔나 싶어 문을 열었더니 왠 서양인 할아버지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얼굴을 찌푸리고 서 있더라구요. 순간 가슴이 덜컥 하면서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끄럽다고 항의하러 왔구나!' 머리가 하얘지면서 그나마 시원찮은 영어 실력이 급속도로 사그라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조건 "쏘리 쏘리"만 하는데, 그 할아버지가 뭐라뭐라 하는 거예요. 가만히 들어보니 항의하러 왔다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대충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난 아랫층에 사는데 누가 피아노를 치는지 얼굴이나 보러 왔다. 난 피아노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공사장 소음보다 훨씬 낫지 않나? 우리 라인에 11살짜리 애도 피아노는 치고 건너편에 누구도 피아노를 치는데 굉장히 재능이 뛰어나다. 이자크 펄만이 직접 발굴해서 가르친 애다. 난 처음에 '반짝반짝 작은 별'이 들리길래 애가 치는 줄 알았다.(제가 모짜르트 변주곡을 연습하고 있거든요) 근데 매일 진지하게 연습하길래 재미로 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친다고 생각했다. 누가 치는 거지? 너? 너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등등의 말을 하는데 제가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죠. 영어 실력이 급속 얼어붙은 데다가 아는 단어들로 대충 조합한 거라서... 하여간 항의하러 온 건 아니라니 다행이다 싶긴 해도 여전히 혀가 얼어붙어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간신히 다음에 시간 나면 차 한 잔 하러 들리세요(이게 뭔 말? ㅜ ㅜ) 하고는 문을 닫고 그 길로 쇼파에 뻗었습니다. 아들이 옆에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저는 단지
"피아노 치다 심장마비 걸려 죽는 줄 알았어...아직도 가슴이 벌렁버렁해...아이고"
만 했구요.
그 할아버지는 도대체 뭘까요? 단순히 시간 많은 클래식 좋아하는 할아버지? 친구들한테 말하니 너가 피아노 잘 친 것 아니냐? 그래도 황당하다는 반응인데 매일 연습하는 소리가 좋게 들리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지금은 그냥 평생의 꿈 하나를 이뤘다고 생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에 끌려 누군가가 와서 내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앞뒤 다 빼고 이렇게만 생각하면 좀 낭만적이기도 해요. 실제로는 거의 맨화장에 완전 아줌마 옷차림으로 낯선 서양인 앞에 어벙벙하게 서 있던 심장마비 일보직전의 순간이었지만.
6월 달에 초등 6학년 되는 아들과 함께 파리로 8박 9일 가족 여행을 가려고 이미 파리 왕복 티켓을 끊었습니다. 문제는요, 파리만 보려니 너무 아까워서 다른 일정도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하기로는
3일동안 시내 관광 + 하루 퐁텐블로 근교 관광 + 하루 루아르 고성 투어
인데요, 이렇게 하면 5일입니다. 그럼 3박 4일이 비는데, 이 때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1. 스트라스부르랑 알자스 지방 투어
2. 아비뇽, 아를로 가서 남프랑스 투어
3. 스트라스부르 보고 스위스 갔다 파리로 귀환
국제운전면허증이 없어 차를 렌트할 수 없구요, 베르사유는 남편도 저도 별 생각이 없어요. 남편은 사람 많은 게 싫다고 루브로도 빼자고 하는 판이에요. 남편은 남프랑스가 끌리는 것 같고, 저는 좀 선선한 곳에 있고 싶어 알자스 지방이 좋은 것 같은데 이게 참 두 지방이 완전 분위기가 틀리네요. 남프랑스는 이탈리아 느낌이 나고, 알자스는 스위스, 독일 느낌이에요. 애가 없으면 무리하더라도 많이 돌아다닐 수도 있겠지만, 애가 있으니 숙소는 파리 포함 한 번만 옮겼으면 좋겠는데 참 결정하기 어렵네요. TGV는 2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간은 가고 결정은 못하고 있습니다. 조언 좀 주세요. 그 외에 프랑스나 파리에 관해 도움 되는 이야기는 뭐든지 환영하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심심하셨나 보네요. 사실 은퇴한 전설의 피아니스트인데 가르침을 사사하고자 온 거던지..
전설의 피아니스트 ^^ 재밌어요
파리 살고 있는데 파리 3일은 부족할 듯 합니다. 가족과 함께 프랑스 남부든 북부든 이동하시려면 TGV 교통비가 만만찮을 거에요. 좀 편하게 관광하고 싶으시면 인디고 파리(http://www.indigoparis.com)라고 있는데 거기서 확인해보시고 예약해서 다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도 한국서 친구가 와서 그걸 이용해봤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른 정보로는 같은 TGV인데 파리 시내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유로디즈니가 있는 파리 외곽 Marne la vallée chessy 역에서 출발하는 TGV(목적지가 많지는 않아요. 아비뇽이나 액상프로방스, 마르세이유, 리옹 등) OUIGO(http://www.ouigo.com/fr)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티켓팅 하면 교통비가 훨씬 저렴해요. 파리 시내에서 RER 타고 Marne la vallee chessy 역까지 가는 시간 교통비 포함해도 OUIGO가 훨씬 저렴해요. 여기 프랑스 친구한테서 알게 된 정보에요. 여행은 개개인마다 취향이 달라서 딱히 꼬집어 어딜 추천하긴 정말 힘들죠. 6월이면 파리 근교 고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도 좋고(근데 좀 많이 걸어다녀야 해요),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수련 연작을 관람하시고 근교 지베르니를 다녀 가셔도 좋고요. 여튼 여행 계획 즐겁게 잘 세우시고요
답변들 감사드려요.
일정이 좀 빡빡하죠?^^; 다행인 건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라 계속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들으면서 조정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런던 갔을 때는 5일도 아쉬웠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파리에 크게 욕심이 나지 않네요. 대학생 때 한 번 가서 그런지 루브르나 베르사이유에도 크게 가고 싶은 욕구가 없어요. 그래서 파리 대신 근교나 남프랑스 쪽에 중점을 두고 싶었는데 워낙 이동 시간이 있고 특색이 틀려 고민 끝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계속 의논 중이구요, 지금은 1박 2일 정도로 아비뇽 들렀다가 남은 7박을 쭉 파리에 있으면서 근교도 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