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바낭] 밀당.

 

 

 

 

 

옆에서 뒹굴거리는 고양이 비파가 너무 귀여워 손을 뻗으면 한 삼초쯤 참아주다 몸을 홱- 뒹굴려 닿지 않을 거리에서 다시 뒹굴거립니다.

 

그런 몹쓸 짓을 해놓고선 고양이 출입 금지인 방에 컴퓨터를 하러 들어가면 닫힌 문 앞에서 세상 끝난 듯 서럽게 울어댑니다.

 

항상 작은방 문이 보이는 곳에 누워 쉬며 문이 열리기만 기다립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나가 안아주면 가만히 웅크린채 숨을 씩씩 몰아쉽니다. (비파 나름의 기분 좋단 뜻)

 

낌새를 눈치챈 스파(역시 고양이)가 달려오면 비파는 김 샜다는 듯 슬그머니 몸을 비틀어 품을 빠져나갑니다.

 

 

 

 

불을 끄고 저녁 잠자리에 들면 소리 없이 다가온 비파가 우연인 듯 무심하게 스윽, 몸으로 손이나 얼굴을 훑고 지나갑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얼굴 옆에 잠시 앉아 물끄러미 빈 벽이나 천장을 응시합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홱 일어나 떠나버립니다.

 

중간 과정에서 손을 뻗어 둥글둥글한 뒷통수라던지 보들보들 목덜미라던지 푸짐푸짐 엉덩이라던지를 쓰다듬어주면,

 

숨을 쌕쌕 몰아쉬며 항상 머리맡에 놓아두는 꾹꾹이 바구니에 들어가 열혈 꾹꾹이를 시작합니다.

 

손은 거두면 꾹꾹이를 멈춥니다.

 

다시 쓰다듬으면 자다가도 이내 깨서 꾹꾹이를 합니다.

 

(꾹꾹이는 고양이가 어릴때 어미 젖 빨던 행동을 커서도 하는 것 입니다. 기분이 좋고 편안할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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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이 느껴지십니까?

 

이를테면 이런거죠.

 

'널 무지 좋아하지만 내가 원할때만 예쁨 받을꺼야. 절대 내가 먼저 요구하지 않을거야. 니가 만져줄때까지 기다릴꺼야. 하지만 널 무지 좋아하니까 니가 관심주지 않으면 난 슬프고 불행해. 알아차려줘.'

 

뭐 이렇게 귀찮고 손 가는 고양이가 다 있나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왕복합니다.

 

괘씸하고 열났다가 사랑스럽고 간지럽다가, 하게 만드는게 고양이 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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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파 고양이는 밀땅같은거 없습니다. 아직 꼬꼬마인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단순 무식 욕구 지향 적인 성격이니까요.

 

틈만 나면 싸이렌같이 울면서(애-------, 애에-------) 다리 사이를 왕복하며 보채고, 만져주면 쭉 뻗어 골골대는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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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먼지도 둘과는 전혀 다른 성격,

 

비파완 다른 의미로 밀당을 즐기던 고양이였습니다.

 

이쪽은 겁이 나지만 참을래, 불편하지만 참을래, 너를 좋아하니까. 식이었죠.

 

열렬한 마중기능과 이름을 부르면 90% 확률로 오는 기능을 탑재했던 고양이기도 하고요.

 

(지금 두놈은 마중기능도 이름부르면 오는 기능도 없..)

 

 

먼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을 부르면 보지 않아도 그려집니다. 귀가 쫑긋,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먼지 어딨니? 부르면 어디선가 아르르르~하는 비둘기 소리가 들리고요.

 

세번째 먼지 일로와, 하면 기쁜듯한 발걸음 소리가 도도도돗,

 

신나게 달려온거 빤히 아는데 문 앞에서 일단 멈춰 빼꼼 이쪽을 봅니다. 자기를 보고 있는지 확인해요.

 

눈을 맞추고 '먼지~' 다시 한번 부르면 이번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난 부르니까 가는거지 절대 좋아서 그런게 아냐' 딴청을 부리며 다가옵니다.

 

손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다시 한번 멈추고 내가 마지막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죠.

 

먼지 왔어? 하면 그제서야 마지막 걸음을 내딛어 쓰다듬을 허락합니다.

 

이마와 목덜미를 쓰담쓰담하면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요.

 

그리곤 다시 가버리죠. 절대 곁에서 쉬지 않았던 고양이 먼지.

 

하지만 부르면 또 와요. 길고 긴 과정을 다시 한번 반복하고 나면 처음과 똑같이 행복하단 표정이 되고 마는 고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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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성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종특으로 표현이 의뭉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인내심을 갖고 세심하게 속내를 헤아리고 기다려주면 이놈이 강아지의 충성심에 지지 않을만큼 날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너는 나'만' 엄청나게 사랑하는구나. 가 덤으로..

 

고양이는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꼭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상대에게만 보여줍니다.

 

그게 기쁘면서도 가끔은 못견디게 애가 타요. 누구라도 이걸 보면 이 고양이가 최고로 사랑스러운 존재란걸 단박 알텐데.

 

하지만 이 놈은 다른 사람에겐 절대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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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커뮤니티를 가면 와글와글한 사람들이 입 떡 벌어지게 멋진 품종묘를 보며 항상 하는 말(혹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와 정말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역시 우리집 고양이가 제일 예뻐요.'

 

그 말 백번 공감해요.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해되는 정서입니다. 말로는 설명 안되거든요. 

 

     

    • 아휴 이 괭이들을 아주그냥. ㅋㅋㅋ 사람 맘 사로잡는 법을 알아요 얘들이.

    • 공감 오백만이구요, 이 글에 쓰신 의성어, 의태어 너무 좋아요, 제 고양이가 내는 소리와도 거의 흡사하군요. 맞아요 우는 소리와 다르게 내던 그 소리는 비둘기 소리 비슷한 거였어요. 제 고양이 성격은 비파님의 비파와 먼지 사이. 그리고 사람 하나가 들어앉은 것처럼 감정과 표정과 몸짓이 너무너무 풍부해서 늘 깜짝 놀라고 어쩔 땐 무섭기까지 해요. 게다가 (중성화를 아직 안해준 때문인지) 요즘은 상남자에 색마가 씌여서 아주 그냥. 고양이는 진리, 하지만 역시 제 고양이가 제일 예뻐요,이것은 더 진리 입니다.

      • 맞아요. 고양이마다 내는 소리가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그렇죠. 셋 중에선 먼지가 미성이었고 나머지 둘을 솔직히 목소리가 ㅋㅋㅋ 웃깁니다. 스파는 사고도 행동도 단순해서인지 내는 소리도 단순하지만 비파랑 특히 먼지는 아주 다양한 소리를 냈었어요. 상황에 맞게 자기 감정을 표현했죠. 비파도 섬세하기론 만만찮아 보이니 아마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다채로워지겠지 싶습니다. (이제 갓 한살)

    • 스파랑만 놀아주면 비파가 마구마구 질투하겠지요? 으흐흐흐흐흐흫
    • 형제 전투의 장. ULVFKnS.jpghHFUa2Z.jpgMMS8qTE.jpg3uU5KTr.jpgyKkOwTB.jpgs7Hzxy2.jpgW3pDyn4.jpg8CBlqsJ.jpg


      2월 초쯤 찍은 사진이라 성장기의 스파는 지금 훨씬 컸어요.
    • 글도 사진도 참 좋네요. :)
    • 아이고. 글만 봐도 비파님네 냥이들 몸짓이 영상으로 아른거리네요. 저희 아이는 지금 집에 적응한 후부터 제가 귀가하면 몸을 까뒤집어 아양을 떠는데 저는 매일 봐도 매번 감격하여 끌어안고 부비부비하느라 정신을 차리고 사진으로 남긴다던가 할 수가 없어요. 여러모로 독점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지요.. 물론 부비부비하는 찰나에 문득 생각 났다는 듯 딴일 보러 빠져나가 버립니다ㅠ_ㅠ


      그리고 처음보는 손님이 오면 어찌나 말을 거는지 왔다간 모두들 수다냥이라고 평해요. 다른 이들에겐 한없이 친절한 개냥이인데 저한테만 츤데레예요. 아마도 제가 특별한 존재라 그렇겠...죠?

      • 그렇죠. 이쪽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사진으로 찍을라치면 급짜식 ㅋㅋ 매번 감격한단 표현 좋습니다. 저도 매번 감격해요. ㅜㅜ 넌 감동이야..

    • 아이고 비파 스파 먼지.. 비파가 울 냥이랑 넘 비슷해서 막 웃으며 읽다 먼지얘기에서 훌쩍..하다.. 암튼 잘 읽었습니다^^ 꾹꾹이 받기가 인생의 낙인 저는 비파님댁의 꾹꾹이 바구니가 되고싶을 뿐... (아 근데 그건 왜 있나욤..?? 저는 막 꾹꾹이할라치면 어케든 팔이라도 밀어넣고 난리인지라..@.,ㅎ)
      • 원래 제 무릎담요였다가 비파가 오면서 비파 꾹꾹이 전용으로 용도 변경된 담요가 바구니에 들어 있거든요. 비파의 꾹꾹이 발동에 전제조건이 요 두가지 입니다. 담요와, 쓰다듬 ㅋㅋ

    • 어쩜 두 냥이가 다 귀엽군요. ㅎㅎ 먼지도 정말 귀여운걸요. 마중기능과 오는 기능을 탑재한 고양이! 그런 고양이가 제 곁에 있다면 정말 배부를 거 같아요.

      • 대신 절대 손 닿는 거리에선 머무르지 않고 이쪽의 애정표현을 '부담스럽고 불편하지만 참을께' 기색으로 일관하던 극소심 겁쟁이 고양이기도 했습니다. ㅋ



        갈증에 애가 탔다면 모를까 배 부르지 않았어요. 아흑, (그래도 역시 돌이켜보면 저에겐 100%의 고양이지만 말입니다.) 

    • 모.. 유투브로 고양이, 개 영상이나 찾아보는 전, 그저 울지요.. 헝헝.. (스파야 안녕~반갑구나. 비파는 이제 완연한 고양이네~니들 사진은 내꺼~~)
    • 저희집 첫째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개냥이인데, 아직 한번도 꾹꾹이를 해주지 않네요ㅜㅜ 꾹꾹이 받는 집사님들의 간증을 들으면 너무 부러워요.
    • 아이고..귀여워라



    •  집을 여러날 비욷실때는 누구한테 맡겨놓고 가는건가요?  아니면 고양이때문에 집을 비울 생각을 하지 못하시는건가요?

      • 두놈이랑 살면서는 아직 집 비울일이 없었는데 이틀까진 두고 가고 이상이라면 맡깁니다. 다행히 부탁할 사람이 있어서요. 그 사람도 안될땐 탁묘처를 구해야겠지 생각해요.

    • 어우, 애들 진짜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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