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인터뷰어만 하다가 처음으로 인터뷰이가 되어 보니..
자그마한 영상물에서 인터뷰이가 되어 질문을 받았어요.
돌이켜보니 인터뷰어가 되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한 적은 참으로 많은데
질문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더라고요. 취업할때 인터뷰 빼고요.
질문지를 먼저 받은 것도 아니어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긴장되기도 하고
심지어 영어로 대답해야 해서 하고 싶은 말의 30%도 다 못하긴 했지만!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게 많은 도움을 준 분들을 돕는 일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누군가 내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괜찮은 기분이었어요.
너무 쑥쓰럽고 부끄러울 줄로만 알았는데 내 얘기를 할 때의 해방감이랄까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았어요.
또 영상의 연출자이자 인터뷰어가 너무나 매력적인 분이어서..
전 처음에 보고 인도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프리카계의 여성.. 너무나 아름답고 지적인 분이었어요
그녀의 다음 프로젝트는 최근에 독립한 자기 조국의 음악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네요.
자기 어렸을 때 부모님이 조국의 독립을 꿈꾸면서 조국 뮤지션들이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을 록에 담았고 그걸 자주 들으셨다고 해요
본인도 그 음악들을 들으면서 자랐는데 이 음악이 나라의 독립이 미친 영향에 대해 역사와 음악을 가로지르는 다큐로 구성하고 있다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파워 오브 뮤직.. 알 것 같다' 이라면서
당신 얘기에 감동 받아서 팔에 소름돋은 거 좀 보라면서 웃었죠.
그녀는 나중에 인터뷰 중에 제가 한 얘기들을 듣고는 자기도 감동 받았다며
자기 팔에 소름 좀 보라고 하고 둘이 같이 큭큭 웃었어요..
한국에 국제여성영화제가 있는데 거기서 여성감독들을 발굴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지원해 보았으면 좋겠다.. 라고 전하기도 했고요..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땀 뻘뻘 흘리며 촬영만 하던 카메라 담당하셨던 남자 분은
촬영 다 끝나고 장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박찬욱과 김기덕이에요" 그러시더라고요..
"앗, 김기덕이요. 전 김기덕은 별로지만.. 아시죠, 여자들은 좀 힘들어요. 박찬욱은 좋아합니다."
그러고는 제가 좋아하는 한국 감독은..
봉준호 초기작과 임상수인데.. 라고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 분들의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ㅎ 스킵했다죠.
영화들의 영어 제목이라도 알았으면 뭔가 얘기를 더 해봤을텐데 그것들도 알 수가 없어서;;
암튼 인터뷰는 재미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아프리카 지식인 여성에 대한 로망이 뭉게뭉게 피어나네요. 뜻이 맞는 즐겁고 설레는 인터뷰셨던 것 같아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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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흐흐호호호호.. 또 알아요. 몇년 후에 그 영상이 저도 모르게 어딘가엔가 출품되서 어느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을지.. 알고보니 매력적인 여자 감독은 저를 감쪽같이 속인 것이고.. ㅎㅎ 농담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