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쓰레기통에서 버린 음식을 주워 먹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어제 후배와 지하철 역에서 헤어질 때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주워 먹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옹송그린 몸을 쓰레기통에 묻고는 허겁지겁 드시는 모습이었지요. 순간 오만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습니다. 연민과 동정, 불쾌함과 혐오, 공포와 분노, 무력감 등등.


먼저 본 후배는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눈이 벌개져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요. 아 어떻게, 정말, 어떻게 하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눈을 떼지도 못하고 힘겨워 했습니다. 저는 등을 돌려 외면한 채 후배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혐오와 공포가 연민과 동정을 집어삼키고 죄책감을 불러왔습니다. 밑바닥에 고여있는 찌꺼기들이 물을 혼탁하게 만들듯 내가, 내 감정이, 내 존재가.


후배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리고 있고 나는 내 더러운 찌꺼기를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하며 우는 후배를 보며 상대의 고통에 연민을 가지고 이입을 하는 것은 네 장점이다,라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어요. 그냥 적당한 죄책감으로 모르는 척 하는 수치심으로 언젠가 내가 사용할 언어에 비감한 예시로 사용될지도 모르죠. 저는 막차 시간을 계산하며 빨리 떠나고 싶었어요.후배는 눈을 떼지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갑 속의 천원짜리를 털어 할아버지 손에 쥐어주곤 후배를 끌어 나왔습니다. 떠나고 싶었어요. 그 돈을 건넬 때 제 모습이 자신에게 영웅같았다는 후배의 말에 웃었죠. 나는 내 죄책감과 혐오와 공포의 비용으로 몇천원은 싸다고 생각해요. 쓰레기통에 얼굴을 박곤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넣던 모습, 자칫 잘못하면 내가 저리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어려운 사람 힘든 사람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도와야 한다는 내 얄팍한 의식, 저런 이를 방기한 체제에 대한 분노, 기타등등기타등등. 내가 그리는 내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과 내가 옳다고 말했던 그 언어가 나를 옭아매고 실제 자신에 대한 그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 오는 자기 혐오까지. 그 모든 것들을 몇천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정말 쌌죠. 그래요. 그 와중에 만원짜리는 착실히 골라내었으니까요.


아마 나는 내 언어보다 보잘것 없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확인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지울 수 있다면 적절한 비용도 치루겠죠.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하고 그들을 지지하며.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어요. 어서 떠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저는 후배의 연민과 눈물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다면 외면을 하는 편이 자신을 위하는 선택이겠죠. 저 버려진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이를 걱정했다면 직접 도울 방법을 생각했겠죠. 끝없이 연민의 눈물을 흘리던 후배의 손에는 제가 사준 음식들이 들려 있었습니다. 뚝뚝 떨어지던 눈물을 닦아내던 휴지는 그날 예쁘게 한 화장을 망치지 않기 위해 눈가를 톡톡 두들겼습니다. 


후배는 얼마 전 면접에서 노숙자에 대한 질문을 들었을 때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더 고통스러워했죠.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엔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이 더 힘겨워했습니다. 나는 동정은 했지만 혐오와 불쾌감의 농도가 더 짙었습니다. 나는 내 안의 오탁이  온몸을 퍼지는 기분이 정말 싫었어요. 그 혐오가, 고통을 연민하던 이에게는 영웅처럼 보였다는 사실이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귀하게 여깁니다. 제가 그렇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요. 눈물을 흘리며 연민을 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해결도 부정도 도망도 치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여, 무엇이 바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민하기에 눈물을 흘리는 자신에 대한 긍정 역시 그 밑바닥에는 오탁으로 질척질척해져있을텐데. 그 와중에 화장이 지워지지 않기 위해 티슈를 조심스레 움직이던 그 손이, 보기싫어하며 혐오하던 내 자신이, 그저 참담합니다.

      • 그냥 도망쳤어요. 그런 내가 싫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면서. 그냥 참담했죠.

    •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불쾌한 감정은 자연스러운게 아닐까 싶어요. 그 할아버지를 날카롭게 겨냥한 불쾌함이 아니라 저 할아버지가 저렇게 인간적 존엄을 내던지게 된 상황에 대한 총체적 분노 역겨움이 내포된 감정 같아요.
      • 그렇게 착한 감정이라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내가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컸고, 또 불쾌한 문제니 보기 싫다는 쓰레기통 이론의 감정적 근거가 이런 감정이겠다 싶어요.

    • 조제 호랑이에서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던 아가씨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그냥 너무 혐오하지만 마세요. 일단 무언가 해결을 요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외면을 떠올리는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릅니다.



      근데 정말 이 상황이면 경찰서에 연락해야 하나요? 어디 도움받을데 연락해주면 좋을거 같긴한데 어디 연락해야 할지 떠오르는데가 없네요..



       

      • 우선 저런 분들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를 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 쪽방이나마 구해드리는 단체가 있기는 한데 오늘 댓글 보기까지는 떠올리지도 못했어요.


        거기 연락처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 제가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어하는 장면 중 하나네요.

      글 내용 구구절절 이해됩니다.

      연민,혐오, 눈물 흘린 후배의 심정도.

      에휴...
      • 그냥 먹먹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 전 이제 그런 상황을 보면 다른 분들처럼 연민도 분노도 아닌 두려움이 먼저 느껴집니다.


      '내가 저렇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어릴 적만 해도 이런 건 막연히 다른 세상이고 저와 상관없는 세상일 줄 알고 의기양양하게 돈도 쥐어 드리고 하곤 했는데 회사 다니고 남의 돈 벌면서 살아가다 보니 다르게 보이더군요. 이젠 그냥 더 보고있기 무서워서 서둘러서 그 자리를 피합니다.

      • 저도요. 전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인간인지 연민, 분노 이런 건 전혀 안들고 그냥 두려움, 공포 뿐이예요. 나이들수록 저리 될지도 모른다 정도가 아니라 필히 저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제발 그전에 곱게 목숨 끊을 용기를 주소서..이 생각만 해요.
      • 저도 그 생각이 들었어요. 제 삶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면서 그냥 도망가고 싶었죠.


        다만 제가 올바른 척 연민을 가진 척 떠들었던 언어가 부끄럽죠.

    • 20여년전 배낭여행 도중 그 멋진 부자도시 니스에서 동일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적이 있어요. 지금도 꼬부랑 할머니들이 폐지 모으시는걸 보면 무력감을 어쩌지못하겠더군요.
      • 무력감이 참. 가끔 어딘가에서는 이런 일이 이제 없어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그래서 어떻게든 노력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얼마나 무참한지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 저는 '저 불결한 상태가 나랑 안 닿았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에 그 자리를 얼른 떠나려고 할텐데, 글쓴이분의 행동은 용기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정단체에 월 일정금액을 내며 자위와 합리화를 한 채 살아가고, 눈물만 흘리는 연민을 혐오하긴 합니다만, 예쁜 여배우의 눈물은 또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하니까요.


      모르겠습니다. 살아갈수록 세상엔 모르는 일들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들만 너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얄팍한 위선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무섭지요.


        용기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원글 쓰신 분이나 댓글 쓰신 분들의 감정 저도 절실히 이해하고, 사실 관심이 없다 뿐이지, 눈만 돌리면 그런 상황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런 것에 눈 뜨기 시작하면 그 끊임없는 절망감과 공포와 분노 때문에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저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만, 많은 고민을 하며 현재 깨달은 것은, 그 충격과 외면하고 싶은 온갖 감정들을 넘어서서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만큼, 그만큼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너무 괴로우니까 잊어버리려고 하고, 나 하나의 작은 행동으로 무엇이 달라지랴 허무주의나 냉소주의 (혹은 세상 사람들은 이걸 현실주의라고 부르겠죠.) 로 간다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긴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결국은 결실을 맺는 걸 겁니다.  그 노인에게 천원 건넨 거,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싶지만,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 분에게 천원씩 건넨다면 그 삶이 훨씬 덜 고통스럽고 덜 고독하지 않을까요?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긴 하구나 희망을 느끼고 거기서부터 또 어떤 살아감 힘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나 하나 죽든말든 아무도 관심없는 세상이란 게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가장 큰 공포가 아닌지요? 




      가끔 맘이 아주 힘들 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일제시대나 군부독재시절일 때 변화를 꿈꾸던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거요.  거기에 과연 현실을 직시하라라고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런 사람들을 비웃었겠습니까?  그리고 이를테면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력감이란 게 얼마나 컸겠습니까. 하지만 포기하거나 절망한 채 주저앉지 않고, 그런 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모이고 모여 외부적인 요인들도 작용하면서, 때가 되면 기적같은 변화가 오는 것입니다. 내부에서 끊임없는 각성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것이겠죠. 


      변화란, 끔찍하고 괴로운 것들에 눈을 돌리고, 내 한 몸만 거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칠 때가 아니라, 오직 거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짐으로써만 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머리속으로는 veni님 말씀이 옳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포장도 해왔었죠.


        그러나 가끔 이런 식으로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내 현실을 침범할 때는 내가 사용하던 그 피상적인 언어가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말이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언어의 무력함을 아는 것도 부끄럽지요.

    • 아니 아닙니다. 훌륭한 일을 하셨어요. 그 상황에서 몇 천원 쥐어줄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혐오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그런식으로 나마 저항하신거 잖아요. 충분해요. 조금씩 그렇게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도우면 되는 거 잖아요.
      • 위선이라해도 누군가의 생명을 하룻밤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가치있는 거 아닐까요. 24시간 완벽한 100%의 영웅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 그냥 그 순간이 너무 끔찍하고 싫었어요. 후배는 울고 있고 할아버지는 계속 드시고 나는 그냥 도망치고 싶은데 이게 내가 늘 비난하던 모습이고 그냥 다 끔찍했어요.


        위로 감사합니다.

    • 아...뭔가 좋은 글인데 뒤늦게 보았네요. 이 글을 보고 저도 자신을 좀 돌아보게 되었다면 약간이나마 위안이 되실지..후배분의 눈물도 그것마저도 자신에게 투영해서 번민하시는 글쓴분도 저한테는 모두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좀 관대해지셔도 되겠다는 말씀을 감히 남기고 갑니다. 잘봤어요~!

      • 저는 제 자신에게는 무한히 관대합니다. 제 좌우명이 나는 관대하다,입니다.


        감사합니다.

    • 많이 공감가는 글이에요.

    • 글감사합니다 . 생각해볼만한지점이많아요..참고로

      근처 각지역의 적십자사로 연결해주시면 도움이됩니다. 최근 유럽 적십자사들도 2차대전이래 최대 구호급식비지출이라는데 전세계가 빈곤이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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