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다녀옵니다.

어체저체 하다보니 실직을 하게 됐고, 또 어영부영 있다보니 5월부터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몇달을 놀았는데 딱히 한게 없더군요.

음... 한 한달간의 시간이 있구나... 스무살때도 못가본 배낭여행 함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 동안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던 가우디와 달리 구경이나 실컷 하고 오자는 생각에 스페인을 가려고 했으나 꽃할배 여파로 스페인 여행이 너무 비싸졌더군요.
그래도 스페인은 가고 싶은데... 좀 싼 코스 없나... 하고 기웃대다보니 얼마전 지인이 산티아고에 다녀온 것이 생각났습니다. 물어보니 도보여행이고 순례여행인지라 싸더군요. 그리고 마음과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몸은 죽게 고생해도 정신이 풍요로워지더라는 지인의 산티아고 찬사와 카미노 까페와 블로그에 올라온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광에 저도 모르게 홀렸나봅니다. 정신차려보니 산티아고행 비행기와 기차 티켓팅이 완료 되어있네요... 허허...

일정상 33일 전체 일정을 도보로는 소화를 못하겠지만, 뭔가 순례를 시작한다는 마음에 살짝 떨립니다. 뭐, 여자 혼자라는 생각에 두려운 걸 떨린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와, 머릿속이 깨끗해졌음 좋겠습니다.

암튼 그래서 질문입니다.
산티아고 가보신 분 계신가요?
여자 혼자 걷기 괜찬을까요?
유럽은 처음인데, 혹시 유의사항이나 주의사항이 있나요?
덜컥 일은 저질러놓고 많이 걱정되네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부엔카미노-
    • 아마도 가장 유명한 코스로 가시는 것이겠지요? 상당히 안전한 편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순례길이다보니 다들 비슷한 상황의 순례객들이 많거든요. 
      우선 떠오르는 몇 가지만 이야기드린다면
      1.출발하면서 한국분들도 많이 만나실텐데 카톡이나 카스친구 추가해놓으시면 좋으실거에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 도시별 정보 - 어느 알베르게가 좋다거나, 슈퍼마켓이 어디가 좋다거나, 와이파이는 어디서 쓸 수 있다거나.
      2.리오하 와인(Rioja)이면 아무리 싼 와인이라도 최고입니다. 스페인 와인은 정말 맛있는데 대부분 자국내에서 소비되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여성분이시면 상그리아 한 잔씩도 좋을 듯
      3.간단한 요리 하나 정도는 마스터 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스파게티나 기타등등. 보통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옷갈아입고, 빨래하고, 장을 본 다음 요리를 해먹고는 했습니다. 알베르게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가 주방이 있는가 여부였네요.
      4.바세린+얇은 발가락 양말+등산양말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많이 고생했는데 같이 다녔던 어르신들은 저 조합으로 편하게 다니셨네요. 더해서 배낭은 가능한 가볍게 챙겨가세요.
      5.빈대는 조금 유별날 정도로 조심하세요. 현지에서 뿌리는 약 구해서 숙소 배정받으면 팍팍 뿌리시구요. 
      더 궁금한 것 있으시면 이야기주세요. 부엔 까미노. -ㅂ-)/

    • 6. 비싼 장비나 등산 의류는 필요 없습니다. 물론 가볍고 통풍이 잘 되고 빨리 마르는 옷이 좋긴 하죠.


      7. 등산화도 굳이 성능 좋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발에 딱 맞고 편한 신발이어야 합니다. 출발 전에 여러번 신어서 길을 들여놓는 것이 좋죠.


      10. 필요한 짐을 다 챙겨갈 필요는 없더군요. 없는데 필요한 물건은 사서 쓰면되고, 가져 갔는데 불필요해진 물건은 버리면 됩니다. 'ㅅ'


      11. 혼자 걸어도 여럿이 같이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그러니 혼자 걷는 걸 두려워 마세요.


      12. 썬크림 꼭 바르세요.
    • 책만 읽었네요. 여행기 아니 순례기 기대합니다.

    • 여자 혼자 걷기에 아주 무난하고 좋은 길이니, 걱정 하실 필요없어요. 친구 사귀기도 쉬운 곳이고요. 배낭 최대한 가볍게 하시고, 등산화 길만 잘 들이고 가세요.


      전 8,9년 전쯤에 갔었는데, 그후로 늘 생각나고 그리워서, 다시 갈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길 되시길. 부엔 까미노!  

    • 와 부럽습니다. 저는 스페인 말고 일본 시코쿠 순례길 돌고 싶은데 여건이 참 안되네요.


      퇴직하고 가려면 다음 직장은 잡아놔야할텐데 그런일이 안생길듯 ㅜㅜ 다시 한번 부럽다는 말 남겨요 부럽부럽

    • 우와~~~ 부럽습니다..



      지인 내외가 한달을 순례자길 또 이어진 한달은 스페인, 포르투칼 내륙 배낭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첫날 피레네 산맥만 잘 넘어가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기 스케줄 조정해가며 즐기기에 최고라고 하더군요..



      다녀와 후기보면 무척 반가울 거 같습니다.

    • 많은 조언과 용기 감사합니다.

      덜컥 질러놓고 세삼 겁이 나기 시작하네요.

      좋은 순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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