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깊은 미드 잡담(퍼오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이하 퍼오인) 보고 있습니다.

이미 보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지금이 세 번째 시즌인데 흥미진진합니다.

억만장자 천재과학자와 전직 특수요원의 살인방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주변인물까지 캐릭터가 뚜렷하고 매력적이지요.

그래도 드라마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은둔형 억만장자이자 과학자인 해롤드 핀치와

그의 행동대장(이라고만 하긴 여러 모로 유려하신)이지만 가끔 반항(?)도 하는 전직 CIA요원 존 리스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인데요.

둘 다 살인을 방지할 목적으로 일련의 시스템(영화는 공인된/드라마는 비공인)을 구축하죠.

하지만 영화는 시스템의 부정적인 면을 각성시켜 결국 시스템을 무너뜨리지만 드라마는 시스템을 옹호(아직까진)하고 있죠.

물론 퍼오인은 진행 중인 지라 결론이 어떻게 날 지 알 순 없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영웅담입니다.

기계(살인피해자 혹은 가해자를 예고)의 예측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신탁을 보는 듯 합니다.

신탁은 불가항력이지만 기계의 살인예고는 살인을 방지하라는 신탁인 셈이죠.

익숙한 이야기 구조에 스릴러, 미스테리를 가미해 흡인력이 큽니다.

드라마 안의 여러 코드들(영웅담, 버디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꽤 있는데

제가 가진 인문학적 지식이란 게 알루미늄 호일같이 얇아서 눈에 보이는 것만 찾고 맙니다. ^^;;


존 리스역을 맡은 제임스 카비젤은 뭔가 이런 역할에 최적화된 인물 같아요.

단단한 체격에 우직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가끔 피식 웃는 이 사람의 미소가 참 좋습니다. ^^)이 고독한 영웅캐릭터에 딱이에요.

영화는 보지 못 했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 그리스도 역할을 했었죠.

이번 드라마에서의 역할도 사람들을 보호하고 이끌어주죠.

이름부터 존, 요한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매치시키는 게 어거진 아닐 거예요.

그리고 또 한 축은 과학자 해롤드 핀치.

전 이 인물의 이름을 극중 다른 캐릭터들이 부를 때마다 해롤드 핀터가 생각나요.

핀터의 작품은 거의 읽은 게 없어서 작가로서의 핀터나 자연인으로서의 핀터

모두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핀터는 자기 이름으로 된 형용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창조자의 이름이라 뭔가 공통의 느낌이 있어요.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중요한 과학자 이름에서 따왔다면 완전 헛다리 짚었을 수도 있지만요. ;;) 

각본을 쓴 조나단 놀란도 작가니까 왠지 작가를 먼저 생각해봤을 거 같다는 그다지 신빙성은 없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주변인물들의 매력도 상당한데 그네들에 대해선 드라마를 조금 더 지켜본 후에 얘기하고 싶네요.


최근 회차에서 루트(천재 해커. 소시오패스적 기질 다분하나 기계의 힘에 굴복해서 순한 양으로 거듭남!)가 이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흥미로웠어요.

우주는 무한하고 혼돈스러우며 차갑다고요.

새삼스런 얘긴 아니지만 전 이 말이 신에 대한 표현 같기도 했어요.

전 신이 그리 자비심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어쨌거나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꽤 인기있는 드라마 중 하나던데.

지금 정도의 퀄리티를 종영 때까지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게 제가 바란다고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 저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얼마전 리스,핀치,쇼의 과거 인연이 나온 에피소드도 좋았구요

      블랙리스트와 함께 요즘 가장 잘 챙겨보는 미드예요
      • 가끔씩 피식 웃게 만드는 유머들도 좋아요. 베어(1시즌에서 악당이 키우던 개)를 어려워하던 핀치의 베어적응기를 은근한 유머 속에 녹여 내는 과정같은 게 좋았달까요. 악당과 일당백으로 맞짱 뜰 때의 존이 짓는 표정도 귀엽고요.

        과거의 인연을 그린 에피는 뭐랄까 유행가 가사같은 느낌이 있지만 인물들의 관계를 좀 더 끈끈하고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달까요.
    • 채널 돌리다 제임스 카비젤이네? 하고는 다시 돌렸는데, 그런 설정이었군요. 제임스 카비젤 얼굴 좋아요. 나이 든 모습도 근사하고. 차가운 인상인데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묘한 분위기를 하고 있죠. 행복보다는 고통에 익숙한 느낌이에요.

      • 고독한 작가주의에 동참?하는 분위기랄까요. 하하 ;;

        네, 근사해요.

        일련의 배역들이 구도자를 연상시키죠.

        소용 없어도 나는 행한다는 무언의 메세지가 보인달까요.

        시지프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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