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하기도 하죠....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돌 맞을지 모르는 제 과거 편견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과거, 그러니까 한 10여 년 쯤 전에, 전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호모포비아까지는 아니었고, 그 분들을 일종의 "정신적 불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싫다기 보다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었죠.

 

전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제 가족 누구도 종교를 가진 사람이 없었는데, 도대체 누가 심어 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 게이를 싫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안 됐다"라는 말은 좀 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예, 인정합니다. 그 시절 저는 차별주의자였을 수도 있어요. 부끄러워 하고 반성합니다.

 

요즘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고 다니면 혼나기도 하고 수준이하라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텐데, 그 땐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던 관계로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홀로 깨달아갔죠. 제 인식의 변화을 이끌어 낸 최초의 사람은 (전공이 전공인 관계로) 기든스였습니다. 기든스의 "성, 사랑, 애로티시즘"은  지금도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책은 비아냥 거리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디가 틀린 것인지. 그런 인내심 때문에 제가 쓸데없이 반항하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말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로 꼭 누굴 이길 필요는 없는 거겠죠. 조롱이나 폭력적인 수식어는 쓸데없는 반발만 일으키죠. 말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이런 수식어는 더욱 자극적이죠. 본말이 전도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기는 힘들어지고 수사만 남는 경우가 있어요. 

 

앞에서 "사람이 변한다/변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요, 말을 듣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처음부터 공세로 나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경우 소통 의지는양쪽 모두에게 없는 것이겠죠.

 

10여 년 전의 저는 분명 더 모순 덩어리에, 편견 덩어리였던 것 같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죠. ^ ^      

    • 아무래도 좀 더 긴장하고 좀 더 결과에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당장의 논쟁에서는.
      그렇죠. 책은 친절하죠. 저도 책이 편하고 사람은 무서워요. 후훗. (왜 웃는거냐)
    • 근데 거꾸로 보자면, "가르쳐 주는" 사람 입장에선 친절하게 말하기도 참 지치죠.
      이건 뭐 끝도 없고 수도 많고 세월이 지나도 변하는 건 없어 보이구...
      ("니가 뭔데 날 가르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그거야 뭐 나도 모르겠구요.)

      태도가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게 과연 결정적인 것인가는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일전에 올라왔던 "20대에게 고하는 글"을 제가 싫어하는 이유는
      그 태도가 별로라는 것보다도, 그 글이 나아가는 방향, 그리고 몇몇 사실 관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태도가 좀 불친절하다고해도, 그 근본 내용이 문제가 없다면,
      "잘못" 가르친 사람보다는 듣지 않은 사람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춘기 소년 소녀들도 아니고 성인이잖아요.
      가끔씩 인터넷에서 넷우익들을 보고 있으려면 "엄마가 혼내는 게 싫어서 불량 청소년이 되었어요"를 보는 것 같아요.

      물론 말씀하신 "조롱이나 폭력적인 수식어"와 같은 극단적인 것들은 되도록 피하는 게 맞다는 데 동의.
      종종 "까칠하게 가르치는 글"이라고 착각한 채 혼자 쏟아내고 혼자 만족하는 그런 글들이 있기는 하죠.
      저도 가끔 그런 데서 자유롭지는 못하구요. (이런 자기 반성하는 체 하는 태도도 나름 클리쉐?)
    • 호감 가는 글이네요..ㅎ
    • 완전 딴소리 댓글 하나 달게요.
      사람들은 모두 다 변합니다. 안변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불사의 흡혈귀일 가능성이....
    • mithrandir/ 태도가 변화의 결정적 요인인지 물으신다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요인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직접 논쟁에 끼어 든 사람이 아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하죠.

      듀나님께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때문에 말려든 그 주위의 멀쩡한 사람이 피해(벌점)를 보게 될 때 짜증이 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논쟁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죠. 분명히 논리의 정당성은 이쪽에 있는데 쓸데없는 도발에 넘어가버린 경우, 많이 안타깝죠.
    • 변하고 안변하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역시 알고 모르고의 문제죠.
      아 저도 그랬어요. 중학생 시절 생각을 바꾸게 된 것 같은데 차츰차츰 글읽으면서 깨쳐나간 케이스 저랑 거의 흡사하시네요.
    •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잘 읽어서 반가워요. plastic sexuality 오오오오 하면서 탐독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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