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아침 인사

아이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쫑알쫑알 오늘 뭐했는지 떠드는 아이의 수다를 들어주는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어제는 "아이가 엄마 나 오늘 그거 했어!!" 하면서 방방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학교 간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전날 밤에 자려고 누워서 얘기하는데 학교에서 매일 한 아이씩 앞에 나와서 칠판의 월화수목금토일 글자를 가리키면 모두 함께 읽는 시간이 있는데 자기는 아직 한번도 선생님이 부르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 나도 그거 하고 싶은데.. 나는 언제 부르나 두근두근 기다렸는데, 선생님이 나는 한번도 안 불렀어. 
- 그래? 다른 친구들은 두번 세번 한 친구도 있어? 
- 응.. 
- 선생님이 **는 아직 온지 얼마 안되고 불어도 이제 배우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려 주셨나보다. 이제 곧 불러 주실꺼야. 
- 응..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하고 싶은데.. (훌쩍)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 아이가 한번도 저는 가르쳐 준 적이 없는 요일을 불어로 완전히 외우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제 딴에는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그것을 잘 하고 싶어서 열심히 외운 거였구나 싶어서 짠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제 선생님이 시켜준 모양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고 다음날 시켜주셨을까. 용한 스테파니 선생님 고마워요 :)

한국에서도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계속 다녔는데 제 아침 인사는 여기 와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사랑해"하고 아이를 들여 보냈는데 여기서 인사는 그런 거 다 빼고 "오늘 하루도 신나게 놀고,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가 되었습니다. 

물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려고 해도 불어니까 알아들을 수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적응기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뭘 열심히 잘 하라는 것보다는 아이는 아이답게 즐겁게 지내자는 분위기가 강한 이곳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뭘 했다고 하면 잘 했냐고 묻기보다 재미있었어? 라고 물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런 거 정말 좋아요.우리나라 아이들 (주입식)교육받는 거 보면 안타깝거든요.


      사촌동생이 캐나다 처음 이민 가서,"엄마 난 잘 못하는데 선생님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잘했다고 하고,애들한테도 박수치라고 하고 자꾸 그래.엄마가 나 못한다고 말좀 해줘.." 이랬는데,조금 지나니까 애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어릴 때부터 애들을 우열 평가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게 참 중요하구나 느꼈습니다.

      • "무슨 말만 하면 잘했다고 하고..." 너무 공감돼요. 칭찬이 과한 곳. 그래서 이민자 자녀들(물론 따지고보면 다 이민자들)도 춤추게 하는 곳. 한국에서였다면 유치원에서부터 누가 뭘 잘하나 줄부터 세우려고 했을텐데 말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언제 아이다운 아이 시절을 되찾게 될런지.. 

    • 앜. 댓글을 위한 로그인 했습니다!!

      차이라떼님 잘 지내시죠?!

      불어라니!!불어라니!!!

      말씀하신 경험. 요즘 제가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다투지 말고..가 주된 인사였는데

      요즘은 그저 신나게!!재밌게!!

      하루를 보내라고 기도합니다 하하

      (신자도 아닌데...)


      행복합시다!! 우리!!
      • 앗, 러브귤님 안녕하세요 ㅎ 


        미국으로 오셨다고 하셨죠? 아이들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신기하게 뭔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인사가 그렇게 바뀌었어요 ㅎ 


        네! 더 행복해지겠죠. 러브귤님도 행복하세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