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

일하고 집에서 쉬고의 반복이 너무 길어졌나 봅니다. 

요새 오프라인에서 약속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이번 달 초,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를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카페를 닫고 밤에 한 시간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거든요.

시간을 정했습니다. 시작 시각을 분 단위까지 기록하며 정확히 한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주인공이 어떤 환경에서 탈출했다는 설정부터 시작했습니다.


삼일을 넘겼습니다. 작심삼일은 아니네, 하면서 신기해했습니다. 이야기가 점점 살이 붙고 자세한 심리묘사가 늘었습니다.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아직도 신기했습니다. 이야기의 방향은 보이지 않았지만 

한 시간을 쓰고 나면 꽤 많은 수의 글자들이 컴퓨터의 하얀 화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많이 뿌듯했습니다.


열흘이 넘었습니다. 사각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엮었다가 풀어야 하나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주가 되니 정해진 시간 정각에 시작하지 않는 날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처음과 문체와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간 절망했습니다만, 수정 없이 그냥 계속 써나가기로 합니다.


그 후부터 이십 일째가 되는 시간 동안 점점 더 힘들어지더군요. 매번 시작시각이 들쑥날쑥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면 쓸까 말까 고민을 시작합니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밤에도, 무슨 이유인지 침대에 엎드려서 1시간을 가까스로 (자다 깨다) 채웠습니다.

이상한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까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내가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심심해서 우연히 떠오른 발상을

행동으로 옮겼던 것뿐이었습니다. '혹시 이게 내 단조로운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까?'라는 작은 기대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과연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로 변해가더군요. 그저 빨리 끝내고 싶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혼자 멋대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덫에 걸려버린 느낌마저 들더군요.  

네 명의 주인공을 다 죽여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는 그건 또 너무 생뚱맞습니다. 


이십 일일은 채우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걀이 부화할 때까지의 시간, 혹은 새로운 습관이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하지요. 

오늘이 바로 이십 일일째였습니다. 오늘은 꼭 이야기를 끝내자! 라고 서두에 써 두었습니다. 일단 쓰기 시작하니 주인공들을 죽이지 않고도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갑작스러운 전개이지만 

나름 현실적인 결말인 것도 같아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십 일일동안 일상이 특별했나, 생각해보니 그 한 시간만큼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되었고요. 



여기까지는 서론입니다.

본론: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 끝까지 채우니 이야기가 됐네요.


      아주 좋은 일상체험인데 길어서 대단해요.


      뭐 시작할 재료가 없네요 전

    • 비행기값 들여서 요리대회 나갔다가 똑 떨어졌어요. 그래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다시 좀 돌아왔다는.

    • 우와~ 글을 그렇게 계속 집중해서 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저의 단조로운 일상이 다소 독특해진건 '수영'이예요.


      50분동안 물속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면서 호흡을 하고 있다는게 좋아요.

    • 애당초 글 쓰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써야 한다면 무조건 써라.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전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남들은 다 온다는 그 '영감'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기분이 좋든 나쁘든, 책상에 가서 그 얼음같이 냉혹한 백지의 도전을 받아들여라.

    • 멋있어요. 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꾸준히 한다면 뭐든 되는 것 같아요.

    • 댓글들 감사드려요. 오늘부터는 무엇을 해야하나 생각하면서 댓글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요리, 수영 다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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