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하트> 본 얘기 - 바람핀 남자의 초라함에 대해

 

이 영화의 내용이 유부남이 바람핀 이야기만은 물론 아닙니다. 근데 주인공들 간의 얽힌 관계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게 바람핀 유부남의

초라한 모습이었던건 왠지 모르겠어요. 사실 차라리 그가 바람을 능숙(?)하게나 필 줄 아는 남자였다면, 초라해 보이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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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트>(Open Heart, 원제 Elsker dig for evig)는 <인 어 베러 월드>(In a Better World, 2010)를 만든 수잔 비에르의 2002년 작으로,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도그마 선언에 의한 28번째 작품임을 알리는 화면이 나옵니다. 알려졌다시피 영화 탄생 100주년이었던 1995년에 라스 폰 트리에, 토마스 빈터베르그 등 당시 덴마크의 젊은 감독 4인이 했었던 영화적 순결 선언이었지요. 감독 이름이 들어가선 안되고, 세트 촬영이나 인위적 조명도 안되고, 장르 영화도 안되고, 카메라는 핸드 헬드여야 하고 등등 나름의 10계명이 있었고, 도그마 선언에 의한 첫 번째 영화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 원제 Festen, 1998), 두 번째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의 <백치들>(Idioterne, 1998) 이었을겁니다. 웬일인지 이정재 심은하 주연의 한국 영화, 변혁 감독의 <인터뷰>(2000)도 도그마 영화로 분류되더군요(아시아 최초의 도그마 인증 작품이라는). 근데 사실 선언 같은 것만 안했지 홍상수 감독 영화 같은 스타일이 그들이 추구한다는 영화적 순수함에 가장 가까운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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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트>가 도그마 선언을 계승한다는데, 개인적으론 <셀레브레이션> 같은 작품과의 드러나는 공통점은 크게 잘 모르겠더군요. 점프컷 비슷한 수법이라던가 갑자기 삽입되는 흑백화면 등은 새로운 느낌도 아니고 약간 누벨바그의 흉내? 같기도 했구요. 그리고 그런 스타일 같은 것을 굳이 추구하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과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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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남자 역할은 30대 시절의 매즈 미켈슨이 맡았습니다. 사실 도그마 그룹과 입장이 달랐던 니콜라스 윈딩레픈 감독과 주로 작업을 했던 배우라, 도그마 영화는 이 영화 한 편 정도에만 나온 것 같더군요. 칸느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더 헌트>(The Hunt, 2012)도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도그마 선언에서 벗어나 만든 작품이었으니까요. 

 

외과 의사인 닐스는, 부인이 저지른 교통사고로 인해 심각한 중태에 빠진 남자의 약혼녀와 서로 좋아하게 됩니다. 아이가 셋이나 되는 가정의 성실한 가장이자 생활인이면서, 아직 충분히 젊고 매력있는 의사 양반의 부부상태는 대략 이러하지요.
(말도 지지리 안듣는) 저 애는 어디다 팔아버리고 하나 더 낳을까?
안 돼, 그건. 애를 하나 더 낳으려면 섹스라는걸 해야 되는데... 들어는 봤나, 섹스?
둘이 그걸 해야 된다고? 세상에..
방금 이건 뭐야?
아마 키스라는 것일걸.
당신 나한테 이렇게 안하잖아.
왜 안해? 하지.
아니, 안 해.

 

직업 훌륭하고 화목한 가정도 있는 매력적인 유부남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하는건, 가정과 애인 양쪽의 눈치를 다 볼 수밖에 없는 전전긍긍한 입장인게 드러나면서 같아요. 가족들한테는 혼자 찔려서 갑자기 화들짝 버럭질을 하기도 하고, 전화를 대놓고 받거나 만날 수 없으니 정작 애인이 필요로 할 땐 옆에 있지도 못하죠.

애인에게 고가의 물건들을 자청해서 선뜻 사주지만, 나중에 그걸 안 부인이 애인에게 말합니다. 우린 이런걸 다 사줄 수 있는 형편이 못돼요.

 

차라리 부인 몰래 가볍게 즐길 줄 아는 양심없는 남자였다면 욕은 해도 불쌍하게는 안보였을지 모르겠어요. 이 아저씨는 부인도 애들도 다 떠날 결심까지 하고 말았는데, 애인은 병상에 누워있는 약혼자에게서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여기도 저기도 갈데가 없어진 이 아저씨가 술주정하는 장면은 <연애의 목적> 마지막 장면의 박해일을 보는 것 같더군요. 웃기게도 영화를 보고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이, 결혼하고 바람피는건 인간이 제일 초라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구나-_-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약혼자의 마지막 말은 너무나 가슴아팠어요. 

 

모든 배우가 다 좋지만(여주인공 Sonja Richter는 프랑스 여배우 분위기 나는듯), 특히 매즈 미켈슨은 늘 그렇듯 별로 티내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통해 <007 카지노 로얄> 악역 제의가 들어왔다는건 좀 뜬금없지만요. 본인도 놀랬대요. 
  



 

 

    • 장현성 분위기가 나는군요

      •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사실 외모는 요즘이 훨씬 나은듯 해요. 저때는 너무 말라서리..   

    • 재밌게 잘 읽었어요. 더 읽고 싶어서 보들이님 지난 글 검색하러 가는 길..

      • 헉. 재밌는 글이 별로 없을텐데.. 급 부끄러워지네요ㅋㅋ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무래도 실제 발음은 여기에 가깝겠죠? 한글 표기는 지우고 원어 표기만 남겨뒀어요.

        • 네 저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런것 같아요.

    • 아~~ 저 남자...



      찾아서 봐야겠어요...

      • 네, 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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