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필요할 때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인 우울성 바낭입니다.

불쾌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라요.



1.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았습니다.

붙임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뜻 다가가 이야기하곤 하고, 어렸을 때는 동네 수선방의 아줌마까지 저의 친구였으니까요.


그런데 왜일까, 전 태어나서 죽 타인에게 관심을 그다지 가져본 적이 없어요.

누군가에게 가져도 좋은 관심의 정도, 한도를 모르겠어요. 

어디까지가 참견이고 어디까지가 괜찮은지도 모르겠고, 저 자신이 딱히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질 못해요.

그래서 누구의 얘기를 들어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제 할 일을 하죠. 그걸로 끝이에요.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타인이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나도 타인에게 관심 없음으로 끝.

그걸로 됐잖아, 하고 생각했지요.


여자아이들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다니고 몰려다니는 짝이 정해져 있지만 전 그런 게 있으면 너무나 불편해요.

내 맘대로 돌아다니고 싶고 내 맘대로 내 시간을 쓰고 싶었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없다고 해도 딱히 큰 불만도 없으니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그렇지만 가끔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곤 해요.

가끔씩이라도 멀리서 안부를 궁금해하는 친구, 외로울 때 생각나는 사람, 내가 잘 사나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만을 위한 것이고 그 친구를 위한 소망이 아닐테지요.

이런 것은 상대에게는 실례가 되는 일이겠지요....


자신만을 위한 소원에 희생되어도 좋은 건 자신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역시 친구는 자기 자신만으로 만족해야 하겠지요.

전 다른 사람을 위해주는 방법도 모르니까요...



사람은 왜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일까요?

비록 문명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힘에 의존해야하긴 하지만, 사람은 진정한 의미로는 항상 고독한데도요.


과거의 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여겼어요. 지구는 별들만큼이나 넓고 사람들의 마음도 완전히 닫혀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원한다면 손을 내밀 수 있고 언제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네요.

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누구도 나의 친구가 아니로군요.





2.

트위터를 하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사람 건너 사람을 타고 오는 소문처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든지, 꽤 정치적인 발언이라든지, 기타 등등.


트위터를 하는 듀게인들도 발견해서 앗 하고 건너가 보기도 합니다. 개중에는 듀나님이나 물휴지님같은 유명한 분들도 있으시고....

트위터를 우울증 일기장으로 쓰고 있으니 듀게는 역시 잘 안 보게 되네요.

요즘 긴 이야기가 읽기 힘들어져서 그럴까요.....


듀게가 부활한 이후로 뵙기 어려워진 분들도 계셔서 그런 분들은 어디에 계실지 궁금합니다. 


마음은 자꾸자꾸 한 발 한 발 과거로부터 멀어져가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가 알 수가 없어져가는 것 같아 또 슬픕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직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3.


참, 고파유님에게서 쪽지라든지 받으신 분 계신가요? 

괜히 궁금하군요.

    • 깜짝. 트위터의 유명인사 물휴지님은 저와 전혀 관계 없으신 분입니다. 우연히 닉네임이 같을 뿐이에요~
    • 이렇게 차분하고 글도 잘 쓰시는데 앞으로 만들면 되죠.친구^^


      근데 세상에 공짜없다고 친구도 품과 공을 들여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더라구요.


      에아렌딜님이 강하셔서 그럴거예요.결국 자기 주변은 자기가 만드는건데 에아렌딜님이 남에게 연연하지않고 혼자서도 잘 견디시니까 저도 어서 들은말인데 잘 전달이 됐을라나..

    • 현실세계에서 타인에의 관심과 친교에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적은 사람은(에아렌딜님이나 저)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성의 있게 듣는 척, 궁금해 하는 척 연기력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필요로 할 때 충족감을 줄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먼저 다가가고 싶은 사람을 찾거나,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요. 자신과의 소통으로도 충분히 해소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내추럴 본 메모광이라 모든 단상과 반복되는 일상을 기록해서 잠들기 전 컴퓨터에 정리하는데



      무얼 하든 재미 있어야 하니까 온갖 형식을 끌어다가 혼자 소꿉놀이 하듯 해요.



      그리고서, 타인이나 세상사에 관심 가지는 시간만큼 할애해서 자주 들여다봐요.



      남이 보기에는 아주 무의미하고 무용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죠.



      나와 내 세계를 다각적으로 보는데 재미를 느끼면, 관심의 갈증이나 외로움은 물론 



      '어차피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겠지' 라는 생각도 차차 희미해져요.

      • 내추럴 본 메모광이라는 표현 좋네요. 저는 메모중독이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 저도 친구도 없고 친구가 많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서 가끔 제가 정상인건지 불안을 느끼곤 해요.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다양한 사람이 있고, 우리같은 사람이 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자들은 특히 결혼하고 나면 친구들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변화하거나 하거든요. 그걸 경험해보고 나니, 십대 이십대때 친구 없다고 고민하던 시간과 감정의 낭비가 아깝게 느껴지더군요. 어차피 무리해서 친구를 사귀면 나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행복을 외부에서 찾지 않기 위해서 행복의 자급자족을 위해서, 저는 제 자신과 베프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아딜린 님은 아직 젊으셔서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데, 나이가 먹을 수록 나아질거에요. 조금 느긋하게 사셔도 괜찮아요. 토닥토닥

    • 아타리// 확인했습니다


      물휴지// 앗 그랬군요. 특이한 닉네임이라 동일인물인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그르니에// 뭐라고 답해야할지 모르겠군요... 혼자서 잘 견디니까 앞으로도 잘 견딜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012140// 자신의 세계를 다각적으로 본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딱히 어떤 재미나 몰두할 수 있는 취미도 없어서 그런가봐요. 


      쿠도 신이치// 저 자신의 고독을 위해 당신을 이용하게 된다 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쌓기// 저도 자주 그렇게 생각해요.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어떤가 하고요. 하지만 가끔씩 이상스럽게도 누군가를 그리워해요. 이 비오는 날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덧없는 바람을 갖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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