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이 있는 공간에서.. 선곡의 어려움
저는 작업실에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쓸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제가 음악을 들을 때는 혼자 이어폰을 사용하지만..
최근에 저때문에 사람들이 음악을 틀어놓는 것을 꺼리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작업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들어온 다음부터는 조금 꺼리는 분위기가 된게 아닌가 하고..
그래서 저부터 음악을 틀어놓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다시 편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같이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오늘부터 시도해 보았습니다.
처음 튼 음악은 베이루트였어요.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나온 앨범을 틀었는데, 혼자서 들을 때는 정말 좋았는데 여러 명이 있는 공간에서 듣고있자니
뭔가 특유의 관악기(?) 소리가 굉장히 시끌벅적하게 여겨지는 거에요 ㅜㅜ
그래서 눈치를 보다가 꺼버렸어요.
그 다음에는 콜드플레이를 틀었습니다.
콜드플레이를 싫어하시나요?(저는 콜드플레이는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누군가는 콕 집어서 싫어할수도 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 왔었거든요)
라고 물었더니 아무도 싫어한다고 하지 않더라구요..그래서 틀었지만.
문제는 제가 콜드플레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니까 콜드플레이의 음악도 굉장히 시끄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콜드플레이도 흐지부지..
그러다가 역시 음악은 본인이 좋아하는걸 편하게 틀어야 다른 사람도 편하게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빅룽아의 음악을 찾았지만.. 음질면에서 마땅한게 없었고.. (게다가 빅룽아의 음색이 오늘따라 뭔가 굉장히 높고 새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냥 뭔가 체념하는 기분이 들어서 올라퍼 아르날즈의 앨범을 틀었습니다.
이것 또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앨범이었지만... 역시 또 제 소심함이 고개를 들더군요. "너무 쳐지는 것 같은데 ... 괜찮아?" 라고 물어보고야 말았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그럭저럭 듣기 시작하니 아르날즈는 작업실에서 다같이 듣기에 그나마 '적합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르날즈의 앨범이 끝나고나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쯤되니 왠지 모르게 제가 꽤 긴 시간동안 작업실의 음악을 담당(?)하는 듯이 되어버렸고
그 역할을 쉽사리 포기하거나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필립 그라스, 닐스 프람같은 뮤지션을 열심히 검색해보다가
한편으로 이제 내가 더이상 음악을 틀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음악을 트는 것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전체가 모두 이상한 것으로 여겨졌어요.
그래서 재생되고 있던 필립 그라스의 음악을 꺼버렸더니
작업실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오더군요..
그렇게 한 10분 정도 있다가, 문득 다른 작업실 멤버가 노트북을 꺼내더니
저는 잘 모르는 어떤 음악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듣고 있자니 신기한게, 왜 자신이 고른 음악들은 언제나 조금씩 같이 듣기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타인이 튼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일까요?
어쨌든 저는 다른 사람이 음악을 틀기 시작하니까 훨씬 기분이 편하고 심지어 만족스러웠어요.
그러면서 언제나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환경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학창시절 동성 룸메랑 단칸방에서 같이 살았었는데요,
서로 각자의 컴퓨터로 무언의 음악 배틀을 즐기곤 했었어요.
한 명이 음악 틀고 나서 그 음악이 끝나갈 때 쯤이면
다른 한 명이 곡 페이드 아웃 시점에서 새로이 곡을 틀고,
레파토리 떨어지거나 지겹다 느낄 때 쯤이면
또 다른 한 명이 곡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음악 틀고.
물론 내가 듣고 싶어서 튼 점도 있지만 주된 성격은
"이 곡 좋으니 들어봐라" 라는 심정으로 많이 틀었었어요.
둘이서 음악 선곡 가능한 펍에 가면 날 세도록 맥주 마시며
음악 선곡하며 놀 때가 많았었어요.
그립네요 ㅎㅎ
타인과 음악을 나누는 것은 참 즐거운 일 인것 같습니다.
가끔 내 컨디션이 나쁘거나 속 시끄러울 때 귀찮고 짜증날 때도 있긴 하지만요.
저도 그런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선곡놀이가 주 행위이긴 하지만.. 서로 호감과 친밀감을 갖고 있는 관계에서 느슨하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즐기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선생님은 수증기 발생기(?) 같은 장치를 학교에서 빌려 방에 틀어놓고 거기에 프로젝터로 뮤직비디오 같은 것을 쏴서 룸메이트랑 보면서 놀았다고 하더군요.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요.
.
강제 모닝콜은 내가 설정해 놓은 것도 싫은데 하물며 타인의 것은 더 싫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다른 사람이 음악을 튼것을 듣는것보다 제가 튼 음악을 함께 듣는 상황이 항상 고역인것 같아요.
냄새 다음으로 차단 곤란한 것이 소리라서 웬만하면 음악을 안 틀어줬으면 합니다. 굳이 가서 꺼달라고 하진 않겠지만 안 틀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있어요.
제가 냄새보다도 소리에 좀 예민하긴 해요. 혼자 사는 사람 집에 오면 티비부터 튼다는데 저는 못 그러거든요. 제가 적극적으로 원해야 소리를 만들(?)죠.
물론 기준은 까칠한 사람이 아니라 평균적인 사람이어야겠지만 음악을 안 틀어 놓으면 작업에 방해가 될지는 좀 의문입니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거 싫다 저거 괴롭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건 당연히 피곤한 일이겠지만요. ㅎㅎ
음.. 라운지 같은 태생이 신경 덜쓰이는 음악이 어떨까요 특정 장르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니.
아니면 명상하기 좋은 음악 어때요 유튜브 relaxdaily 같은 거.
DJ놀음에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는 '뻔뻔함'입니다.
물론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클럽이 아니라면, 구성원들의 취향 파악이라던가 트는 시간대에 따른 선곡은 필요하겠지만요.
이왕 튼다면 [아는 노래엔 고개를 까딱까딱 하게 만들고 / 모르는 노래엔 이거 뭐냐고 물어보게 만들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다가(...)
저는 그런 종류의 뻔뻔함을 갖추지 못한 재미없는 인간이지만요. 이런 역할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을시에 머리속에 떠올려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곡들 다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네요ㅎ ... 카페나 클럽 가서 새로운 선곡 접하면 흥분되고 좋더라고요!
말씀하시는 공간의 분들이 가요나 KPOP 선호나 힙합 같은 장르에만 올인하는 분들은 아닌 거 같으니
대체로 통친 월드뮤직이라 말하는 곡들이 함께 들을 땐 제일 무난하더라고요. kbs1 <세상의 모든 음악> 선곡들 같은 무난하면서도 약간은 격조?있는 곡들?...
제가 아끼는 보물 하나 소개해드리면 http://www.gugakfm.com/include_2007_program/program_replay2.asp?seqno=152&num=268
여기는 음악까지 다 다시듣기가 돼서 좋아요^^...멘트도 많지 않고 음악 위주라 가르강튀아님도 좋아하실 듯.
제가 일하는 곳엔 CBS 라디오만 하루종일 트는 분이 있어서 헤드폰 감옥생활;;;
구구절절 어떤 음악을 틀었는지 써놓은 이유가 콴도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ㅎ 소개해 주신 링크 정말 감사히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