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문제는 결국 병원이 책임회피를 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0. 미천한 수준의 지식입니다. 그것도 몇년 전 것이구요. 잠깐 간병사업 언저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때 어설프게 익혔던 내용들을 써 보려고 합니다. 변명을 덧붙이자면 모바일이라 글이 두서가 없을 거에요.

1. 지금의 한국 간병제도(라고 부를 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의 1차적 문제점은 병원에서 '수발' 영역의 서비스를 자기 책임으로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외국의 사례 모두를 하나로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입원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는 병원의 책임에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가족이 이를 책임져왔으며 지금은 이를 대신할 자를 고용하는 비용을 책임지고 있죠. 다만, 일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실패를 인정하고 다자 대 1 간병인을 근간으로 사회에서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선회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요양(보험)제도를 따르고 있고 복지재정과 사회인식이 부족한 만큼 일본의 제도에 미달하는 수준으로 제도가 자리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영국과 미국에 대해 기억나는대로 간략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영국은 NHS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의료서비스는 무상입니다. 당연히 간병서비스 역시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의료인력의 고용은 NHS가 하고 있는데 간병인들은 의료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NHS Trust에서 개별 고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당 40시간이 안되게 근무(아마도 37시간..)하고 있고 연봉은 간호사의 2/3수준인 3500만원 정도입니다. 간병인 일인당 담당환자수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는 간호사등 전문의료인력의 배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아마도 일대일 간병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3. 미국도 일체의 입원관련 서비스는 병원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병원비가 엄청 비싸기 때문에 인건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병원에서 책임지는 게 여러 의료소송을 감당하는 거 보디 싸게 먹히기 때문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메디케어라는 한국으로 치면 노인 요양보험같은 게 있는데 여기서 등급을 나눠 어느 정도의 병원비를 주는데요, 다만 이것도 두달 이상이 되면 본인부담금이 꽤 올라가긴 합니다. 병원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역시 간병인 일인당 환자수는 이렇다 할 건 없구요, 영국과 마찬가지로 간호사와 묶어 적정 인력을 병실, 병동 별로 배치합니다. 연봉은 주마다 다른데 자격인증 간병인의 경우 보통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선이었던 거 같습니다.

4. 일본은 한국처럼 가족이 책임을 지는 형태였다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병원이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그 비용을 국가와 개인이 보험을 기반으로 분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잘 지켜지진 않지만 가족이 직접 간병하거나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구요. 간병인력은 보통 병원이 직접 고용하거나 아웃소싱을 하고 있고 3교대 기본으로 휴일보장 받으며 일하고 있으며 임금은 간호사의 60~80%를 받고 있습니다.

5. 간병논쟁을 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수발, 간병 서비스가 다른 나라들 처럼 병원의 책임하에 놓여있어야 한다는 지점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제가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만) 환자가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뿐 아니라 이들의 일상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히 병원에서 제공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이는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병원이 책임지면 효율적인 인력배치로 다대 일 간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죠. 또한 간병인들의 고용 및 임금 정상화 역시 병원이 책임지게 되면 환자에게 받아낼 만큼 받아내고(...) 안되는 건 국가와 싸울 것이기 때문에 힘과 돈이 있는 병원이 건강보험을 어떻게든 뜯어 고쳐보려고 할 거라... 환자부담이 줄어들고 관리되는 서비스 덕에 서비스 질이 올라가는 건 두말할 것 없구요.

6. 문제는 병원이 그걸 안할려고 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환자가 생계를 위협받으면서 간병인을 착취하는 걸로 병원은 손안대고 코풀어왔는데 이제 와서 굳이 직접고용을 늘리는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겠죠. 병원이 하는 거라곤 서울대병원처럼 무료간병인 소개소를 철거하고 유료 소개소에 사무실을 내주고 달마다 간병인과 환자에게 3, 4만원의 소개비를 챙겨가는 업자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저는 알 것도 같습니다만) 편의를 봐주는 것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 간병인 노조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싸우고 있구요. 평소에는 간병인들에게 당신들도 우리병원 직원이에요 하지만 이럴 땐 남이죠. 간병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간병인이 단체를 통해서든 어떤 식으로든 함께 병원을 압박해야 한다고 봅니다. 향후 (노인)요양보험이 일본식으로 흘러가든 영국식으로 흘러가든 간에 병원이 입원에 있어 병원의 책임을 다해 간병을 자기 시스템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면 간병인 문제는 헛바퀴만 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양보험이 제도화되고 있는 지금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보구요.
    • 지금 영국과 미국의 경우 예를 드셨나요? 병원이 이를 회피하려 한다고요? 먼저 병원의 책임이라고요?



      영국 미국 그들과 우리나라 병원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스템으로 작동하는데 병원이 이기적으로 군다는 말씀인가요?



      병원이 이기적이라서 환자를 나몰라라 하는 통에 '병원에 그걸 안할려고 든다는' 건가요?



      힘과 돈이 있는 병원은 한국 어느 병원이 그런 곳인가요? 병원이 건강보험을 뜯어 고치려고 노력을 하면 된다고요?



      지금 그런 나라 병원에 일하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왜 못살겠다고 데모하겠다고 하는 건가요?



      죄송한데 지금 저랑 같은 나라 살고 계신 거 맞나요? 정말 답답하네요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공 의료원을 중심으로 포괄 간호 시범 병원이 생기고 있고, 공동 간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병원도 있지요.

    • 아마도 몇년안에 간병인은 분명히 공적부조의 영역으로 들어와 의료체제의 일부로 편입될 겁니다. 사실 병원한테만 뭐라고 할 수 없는게 환자에 대한 케어수준도 결국 의료수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답은 의료보험료의 인상이죠. 이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여부가 이 논의의 시발점이 될겁니다.  

    • 우리나라 국민들 의료보험에 몇천원 더 오르면 갈갈이 날뛰면서, 민영보험에 수십만원 넣어서 좋다고 자랑합니다. 이런 바보들이 없죠. 나중에 민영화 되면 그 민영화 보험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 동감합니다. 조금씩 더 거두고 보장이 늘면 좋겠어요...
    • 전에 사사키 노리코의 '못말리는 간호사'를 보면서 우리 나라 병원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병원은 포괄 간호를 실시하고 있는 병원이었군요.

    • 간병서비스를 병원서비스 비용에 포함되게 되면 의료비가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 비용이 의료보험에 포함되면 좋지만....  

    • s.s.s./ 음...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식의 문제가 선행된다고 봅니다. 즉 간병, 수발 서비스가 병원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냐, 아니냐 라는 거죠. 병원이 재정적으로 힘든 것과는 별개로 병원 안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간병인들이 병원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얘기한 거에요.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6인 병실에 간병인 여섯명의 월급 1200만원의 절반이나 2/3만으로도 간호사 등 전문인력과 결합해 더 저렴하면서도 더 전문적인 케어가 가능하고, 간병인력의 노동조건 개선도 가능한데 병원은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있죠. 이기적이라고 부르든 아니든 이 사실은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병원이 국가와 할 싸움을 환자와 간병인들에게 떠넘긴 거라고 봐요.
    • snufkin/ 요양병원들이 그런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의 재원은 노인요양보험과 환자부담으로 충당되고 있을 거구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국가의 직접적인 부담문제가 닥쳐서야 나온 제도이긴 하고, 일부 요양병원의 부도덕한 운용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없는 것 보단 다행이긴 해요.


      사과식초, soboo / 노인요양보험에서는 등급에 다라 간병관련 비용도 지원이 됩니다. 저는 종국에는 건강보험과 노인요양보험이 합쳐져야 한다고 보고 개인의 보험부담도 지금보다는 올라가야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찌될지는... 건강보험의 부족한 부분을 민간보험으로 매우려는 지금의 방향은 저도 걱정이에요.


      Laika / 무료환자들인 경우에는 아무래도 병원에 더 오래있고 싶어할 거 같긴 해요. 그게 병원부담, 건강보험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이런 부분은 제도적으로 퇴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겠죠.
    • banktrust/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건강보험에서 이 재정을 어느 정도 충당해주지 않는다면 어렵겠죠. 지금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의 일부만으로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한다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라고 보긴 합니다만... 건강보험 부담이 올라가는 거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예상하기 때문에 제도가 또 수세적으로 설계되는 것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 "병원이 책임지면 효율적인 인력배치로 다대 일 간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죠. 또한 간병인들의 고용 및 임금 정상화 역시 병원이 책임지게 되면 환자에게 받아낼 만큼 받아내고(...) 안되는 건 국가와 싸울 것이기 때문에 힘과 돈이 있는 병원이 건강보험을 어떻게든 뜯어 고쳐보려고 할 거라... 환자부담이 줄어들고 관리되는 서비스 덕에 서비스 질이 올라가는 건 두말할 것 없구요."



       



      실제로 국가와 싸워 얻어내려는 곳들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을 뜯어 고치는 것, 바로 의료민영화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료수가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에서 해방하고 싶어하죠. 삼성같은 기업에서는 나름 적극적입니다.



       



      레사님의 주장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 닌스트롬/ 간병 서비스를 병원 책임하에 두고 그를 제반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을 통해 국가과 개인이 함께 부담하자는 이야기가 어떻게 의료민영화와 같은 얘기가 되는 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 병원이 의료민영화가 아닌데 어떻게 정부와 싸워서 이깁니까? 국민은 간병비를 지원하지 않는 대통령을 뽑고 여전히 지지하는데 답 없어요. 국민이 뽑은 정부 병원이 못 이겨요.

    • 잘 읽었습니다.


      병원이 알아서 할 리는 없고, 지원없이 강제하기엔 현재 의료수가 안에서 어렵고, 결국 국민건강보험료 올리고 복지예산 늘려서 충당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나간 이야기지만 문재인 대선공약에 간병인비 급여항목화, 보호자 없는 병원 도입을 위해 첫 해 예산 2400억원 마련 같은 게 있었죠. 말하고보니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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