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 제국의 부활 보고 왔어요(+최근 바낭)

1. 3월부터 근무지를 옮겨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새삼 느끼는건데 역시 이사는 귀찮은 일이에요. 유일하게 긍정적인 요소라면 짐싸느라 어쩔 수 없이 미루어놓았던 정리 + 피규어 청소 + 재배치를 했다는 것. 전에 집이 워낙 좁은 원룸이라 정리해놓지 않으면 제몸 누일 공간마저 위협받기 때문에 2년 여 동안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정리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이번 집은 원룸치곤 거실이 넓고 발코니도 있어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둘 공간이 많다보니 어째 이사온지 1주일만에 너저분해지는 느낌입니다...=_=;; 


2. 근무지를 옮기자마자 꽤 바쁩니다. 하긴 이전 근무지가 워낙 사람도 많고 관리자도 널럴한 곳이었던지라 편하게 지냈죠. 근데 여기 오니까 사람 없다고 꽤 커다란 업무들이 제 담당으로 굴러오네요...=_=;; 사실 지난 근무지에서의 3년이 비정상이리만치 한가한 생활이었으니 몇년 정도는 바쁘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힘든 건 사실입니다. 근무지 옮기고 나서 제시간에 퇴근해본 적이 없네요...=_=


3. 300 : 제국의 부활을 보고 왔습니다. 지역 옮긴 뒤 첫 영화관 외출. 원래 CGV파인지라 천안에서도 CGV를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메가박스가 훨씬 삐까번쩍하고 또 집과도 가깝더군요. 다음부턴 메가박스로 가야겠어요. 


영화는 ...그냥 기대한 만큼이었습니다. 워낙 기대치를 낮게 잡고 내일 출근 생각에 꿀꿀해진 기분을 달래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골라잡은 영화였는데 나쁘진 않더군요. 물론 전편만큼의 강렬함은 없습니다. 뭐 전편도 질려버릴만큼의 마초 찬양이라든지 오리엔탈리즘에 찌든 세계관 등 까려고 작정하면 한도끝도 없이 깔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리즈 시절 원작 + 잭 스나이더 감독의 조합은 그 모든 단점들을 덮어버릴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수컷들의 아드레날린을 강렬하게 자극했죠. 근데 이 영화는 원작도 없는 녀석이고, 잭 스나이더도 제작으로 후퇴해버렸으니 전편을 지탱하던 두 축이 모두 빠진 셈... 이 허전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에바 그린이 실로 고군분투하지만, 완전히 메울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출발부터 잘못되었다고 봐요. 300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마초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진 작품입니다. 오직 전투와 무예만을 숭상하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가 300명의 벌거벗다시피한 근육괴물들과 나와야만 말이 되는 작품이죠. ...근데 300:제국의 부활에는 이 마초의 끝을 보여주는 스파르탄 대신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가 주인공입니다. 예. 300에서 "군인이 아니라 그냥 징집된 농부, 도예가들"이라느니 "호모 철학자 놈들"이라고 조롱당하던 그 아테네요. 여기에서 이 영화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레오니다스가 될 수 없고, 그가 이끄는 아테네 해군도 스파르탄이 될 순 없습니다. 또 돼서는 안 되고요.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탄들은 인류역사상 최악의 군사국가에서 나고 자란 인간들이니 먼치킨 수준의 각개전투 능력으로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며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예술과 철학을 숭상하는 아테네 출신의 테미스토클레스와 그의 해군은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정상이죠. ...근데 허약한 신체의 테미스토클레스와 아테네 병사들이 지략에 의존해 페르시아에 맞서는 전개라면 이건 300의 후속작을 내건 의미가 없어요. 누가 화끈한 액션 없는 300을 보고 싶어하겠습니까?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서 결국 감독의 선택은 전편의 답습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징집되서 변변한 훈련도 못 받아본 아테네 농부와 도예가들이 스파르탄 못지 않은 무지막지한 복근을 장착하고 페르시아 군대를 도륙하는 액션을 보게 되는 거죠. 최고의 전략지휘관이라는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르테미시아는 영화 내내 단 한번도 전략 비슷한 것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오직 충각전술+배로 뛰어들어 칼부림 액션을 보여주고요. ...뭐 실제로 고대의 해전이란 게 활 좀 쏘다가 접근해서 충각전술+백병전의 흐름이긴 합니다만, 300:제국의 부활은 말만 해전이지 그냥 물 위에서 하는 육상전투입니다. 하긴 명색이 바다인데 고물이나 이물도 없는 평평한 갑판 위에서 파도에도 아랑곳없이 차려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에서 이미 할말 없습니다만...=_=; 차라리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르테미시아 둘 모두 나라에 대한 충성이나 심지어 승리에도 관심없고 그저 싸우는 순간의 희열을 즐기는 반미치광이 캐릭터였다면 이 무지막지한 무대뽀 전투가 그나마 이해되었을텐데 말이죠. 


많이 아쉬운 영화긴 합니다. 300의 후속작이란 틀에 갇혀 그 흥미 넘치는 살라미스 해전을 이 따위로밖에 써먹지 못하다니요. 차라리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전개했더라도 훨씬 나았을 거에요. 초반 숫적 열세에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는 병사들을 이끌며 간신히 전략으로 버텨나가던 테미스토클레스가 살라미스 섬으로 페르시아 함대를 유인해 좁은 해역에 가둬놓고 최후의 닥돌을 벌이는 전개도 꽤 매력적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굉장히 비난만 써놓은 것 같긴 한데 그냥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보면 주말 스트레스 풀기에 이만한 영화가 없죠. 이제 식상해질 때도 됐고, 또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아닌지라 템포 조절도 확연히 미숙하지만 300이 정립한 특유의 액션 스타일은 여전히 매력적이고요. 


4. 마지막으로 아가씨 사진. 이사 뒤 첫 촬영입니다. 배경천을 걸만한 곳이 구석 뿐인데 예전 원룸보다도 확실히 광량이 부족하군요. 스트로브 장만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되었나봅니다. 



23712D47531C69151B1580


26727347531C69161A9B20


23177247531C6917027920


274B7547531C6917308FB0


275BE247531C6918296218


2566E547531C691920E620


27581D47531C691B2BEE36


215CA049531C691D2816E6

    • 어여쁜 아가씨 이사간 집은 마음에 드시나요

      • 이사는 갔지만 여전히 원룸이다보니 전시공간이 생길만큼 공간이 넓진 않아(무엇보다 70cm급을 수용할 책장이나 유리장도 없고요) 여전히 평소에는 상자 안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놀이 중이십니다...=_=;; 

    • 갑자기 300 보기가 망설여지는군요 ㅋㅋ

      그나저나 이 아가씨는 뭘 입혀도 이뻐 보이는군요. 역시 패완얼인가...
      • 사실 패션이란 건 몸매 40% + 얼굴 40% + 헤어스타일 20% = 100%에 가산점으로 20% 쯤 붙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쁘고 비율 좋으면 뭘 입어도 예뻐보이고, 일반인 레벨에선 옷으로 단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순 있어도 기본점수 격차를 뒤집을 정도는 아님. 




        300:제국의 부활은 ...머리를 비우고 보면 액션과 에바 그린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하면 골치아파지는 녀석이고요...=_=;; ...근데 제목은 왜 '제국의 부활(Rise of the Empire)'이래요?=_=; 사실 300 전작과도 거의 같은 시간대이고 제국은 부활은 커녕 지상에 이어 바다에서도 깨지는데 말이죠(아니 승리라 부르기조차 민망하긴 해도 어쨌든 승리한 테르모필레 전투와 달리 이건 빼도박도 못할 진짜 패전이니 더 심할지도;;). 차라리 스파르타의 희생에 이어 그리스 동맹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니 'Rise of Athene'나 'Rise of Greece'가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제가 요즘 관사에 꽂혀 있어서.. 영화 시작할 때 유심히 보았는데 부제가 Rise of "an" Empire 였거든요. 그래서 여기서의 제국은 페르시아가 아니라 아테네를 중심으로 뭉쳐진 그리스, 위기를 맞이해 급조된 어떤 의미에서의 제국, 이런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 그냥 말씀드려 봅니다.. ^^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