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과 이재수의 난

(제목에 언급된 영화들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포스터가 정말 뛰어난 것 같아요. 주연배우의 무표정한 얼굴 하나 만으로도 영화 내용의 많은 부분을 암시하고 있고, '이래도 이 영화 안볼거임?'의 메세지까지 전달하고 있으니... 좋은 배우의 얼굴이란 이런게 아닐까, 매즈 미켈슨이란 배우를 잘 몰랐을 때 처음 영화 포스터를 보고 느낀 느낌이었지요. (매즈 느님이시여) 

 

많이들 얘기하는 것처럼 작품의 상당 부분을 배우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채워주고 있는데, 이건 매즈 미켈슨의 외모나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배우를 돋보이게 한 연출의 힘으로도 느껴졌어요. 민란(혹은 혁명)이라는 소재로 분노의 전쟁 드라마를 만들기보다는 최대한 대자연의 풍광을 살려 관조적으로 표현했는데, 내용은 좀 다르지만 <아귀레, 신의 분노>와 비슷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중세시대 풍의 음악도 긴장을 조금 주는 정도로만 사용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은 연출이 배우 특유의 우수어린 분위기를 살리면서 내면의 고뇌도 잘 나타낸 것 같네요. 마지막 장면에선, 주인공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관객들이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주인공의 얼굴은 점점 동요되어가고 음악은 점점 고조되고.. 제 몸이 다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네요.  

  

 

<아귀레, 신의 분노>와 또 비슷하다고 느낀 점은 은근히 전달되는 관능적인 분위기였는데요, 아귀레가 흰 커텐 너머로 자신의 친딸이자 약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미하엘 콜하스도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과 은근한 성적 긴장감을 이루는 느낌이었어요. (하악...) 부인이랑은 물론, 부인과 사랑 나누는 장면을 보기도 하는 어린 딸은 딸이라기 보다는 때로 도도한 애인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미하엘 콜하스가 마당에서 목욕을 하다 공주의 방문을 받게되는 장면인데, 알몸의 미하엘 콜하스와 옷을 입은 공주의 대비는 그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상징하는 것도 같았고, 공주가 햇살 아래 구릿빛으로 빛나는 주인공의 젖은 몸을 유심히 훑어보는 부분은 그 관능성이 상당히 의도된 장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주인공의 몸이 그가 키우는 말의 윤기나는 몸과 오버랩되는 느낌도 들었구요.

말의 출산 장면도 인상적이더군요. 배우가 새끼를 실제로 받는 것 같던데.. 어떻게 촬영됐는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하네요.

영화가 좀 지루하다는 평도 가끔 보였는데, 저는 여러가지로 눈호강(?) 하는 기분도 들고 정말 몰입해서 봤어요. 나중에 dvd로 소장하고 싶을 만큼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한국영화 <이재수의 난>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이재수의 난>은 저한테는 좀 특별한 영화입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꼬꼬마 십대 시절, 영화관이라곤 아빠 따라 영구 시리즈 볼 때나 가봤었던 제가 이 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을 찾아갑니다.ㅋㅋ 신문을 읽다 우연히 보게된 영화의 포스터가 너무 시선을 끌어서,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싶었거든요. 생일 날에 스스로 생일도 기념할 겸 찾아가서 봤던 생애 첫 혼자 본 영화인데, 방학 숙제로 감상문을 써서 냈더니 국어샘이 되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애들은 노트 한 장 찢어서 아무때나 적어 내는데 혼자 A4용지 여러 장 써서 냈기 때문)

아무튼 민란의 주인공을 다룬 점과, 한 발 물러선 시선의 전개방식, 각자의 전통음악 풍의 영화음악, 개인적으론 포스터를 보고 보러 가게 된 몇 안되는 영화들인 점 등 비슷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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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은 비록 다르지만, 난을 일으킨 자의 운명은 대체로 비슷한 듯합니다. 처음엔 분노와 정의감으로 나서고, 정의를 말하던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면서 갈등하고, 변해가고, 결국 붙잡혀서 마지막에 이르는 방법까지도요. 

 

(아래 약간 무서운 사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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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히 망한 영화라고 기억되는데 오랫만에 봅니다.

      • 한불 합작영화인데 아마 돈 많이 들이고서 상업적으로는 많이 망했을거예요. 그럼 영화적으로는 성공했나 생각해보면 뚜렷하게 수상이라던가 좋은 평이 따랐던 것 같지도 않구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2등상? 영상도 구하기 어렵더라구요. 근데 전 좋아해요.ㅜㅜ 가격을 곱절로 치르고 구한 중고 dvd를 가끔 돌려보곤 해요. 

        • 배우들이 돈도 잘 못받고 심은하는 우정출연이고 그랬을겁니다. 명계남이 나와서 우리 영화 봐달라고 했지만 영화 자체와 내용이 공감도 못사고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도 이정재를 기아에 허덕이는 민란의 우두머리로 우중충하게 내세워 망했다 뭐 그런 평이었지요

    • 위에 이재수의 난 포스터는 일본 호러 영화쯤으로 보이네요. ㅎㅎ

      • 신문은 흑백사진이 실리니까, 그 시절 나의 재수는 그래도 시퍼러둥둥한 재수는 아니었지요.
        가슴팍에 쓰인 한자가 뭔지 몰라서 더욱 잊을 수 없었던 재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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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수와 만수'에서 '이재수의 난'까지 박광수 감독의 영화를 모두 개봉시 극장에서 보았는데 '이재수의 난'의 흥행 참패는 좀 안타깝습니다. 이 영화는 촬영도중 스탭(스턴트맨?)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어 전반적으로 액운이 끼었다는 분위기였죠. 




      그 시절, 박광수 vs 장선우의 구도가 있었는데 저같은 경우 장선우의 영화를 훨씬 좋아하고 즐기면서도 박광수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요. 영화적 관점에서 볼때 박광수의 기본기는 정말 탁월하거든요. (박광수 연출부 출신 감독들은 정말 화려하지요. 김성수, 이창동, 허진호, 박흥식, 여균동, 오승욱 등등) 단지 이 분은 각본을 흡입력은 있지만 너무나 정통적인 스토리텔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굉장히 고루한 느낌을 주었지요. 




      반면 이재수의 난은 언제나 지나치게 '설명적'이었던 박광수가 압축, 생략, 건조한 미니멀한 태도 등을 처음 제대로 보인 작품이었지요. 우와, 이 사람 드디어 예술가가 되나 보다 했는데.... 결정적으로 영화가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 솔직히 재미 없는걸로 치면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도 만만찮은데, 재미없음을 대체할 매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는 있는거같아요. 예를 들어 서사나 다이나믹이 부족한 대신 미적인 충족감을 주거든요. 근데 이재수의 난은 성실한 영화이지만 매력이 부족해서 유난히 재미없게 기억되는 것도 같아요. 박광수 감독이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음에도 말씀하신 고루함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같구요. 설명식 서사를 덜어 냈으니 내용이 쉽게 쫓아가지는 것도 아닌데, 미니멀한 미학을 확고하게 추구한 것 같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주인공 표현도 잘 안된 것 같아요. 공감할만큼 심리가 드러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멋있거나 신비로운 것도 아니니.. 한마디로 정붙이고 볼만한 데가 별루 없는 영화죠. 저는 그 나름대로 좋아하긴 하지만.. 


        장선우 작품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 밖에 못봤는데, 좀 지적인 허영 같은게 느껴져서 안좋았지만 좋아할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게 매력이라 부를 만한 부분이기도 하겠죠. 박광수 감독이랑 두 분 다 크게 망한 뒤 현역 감독으로 보기 힘들어진 점 안타까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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