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편을 봤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오늘 낮에는 <베니스의 상인>을 봤고, 밤에는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를 봤습니다.
하나는 제법 진중한 내용의 세익스피어 영화인데 또 하나는 대체로 오락실 게임에서 튀어나온듯한 빠르고, 어지럽고, 웃기고 그리고 칼라풀한 영화였는데 이렇게 분위기 차이가 심한 영화를 몇시간 간격으로 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2시간동안 르네상스 명화 전시를 보다가 또 이어서 2시간은 현대 팝아트 전시회를 관람한 느낌이 대충 이런 느낌일 듯 합니다.
다만 두 영화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썩 재미있고, 또 보고 나서 좀 찝찝한 뒷느낌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을 보고나서는 샤일록이 너무 처참하게 당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가 르네상스 시대 유럽인들이 유대인들을 증오하고 박해하는 걸로 시작하는데다가 평소에 자신을 무시하고 헐뜯던 자가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는 사과도 필요없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질 않나, 유일한 가족이었던 딸은 남자랑 눈이 맞아서 돈을 들고 가출을 하질 않나, 이 세상이 너무 증오스럽고 혐오스러워서 조금 어긋난 방법이긴 하지만 나름 화풀이라도 해볼려고 했더니 가짜 법관이 와서 이를 죄다 말아먹고 재산을 몰수당하지 않나, 게다가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유대교 신앙마저 강탈당하고 강제 개종까지 당하니 그야말로 비참한 느낌만 들었습니다.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는 전체적으로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연출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으나 주인공인 스콧 필그림은 무슨 변명으로도 옹호하기 힘든 인간 말종같아 보였습니다. 말이 좋아서 주인공이지 실상은 23살인 주제에 17세 밖에 되지 않은 여고생과 연애하려하고, 거기에다 다른 여자랑 눈이 맞아서 양다리를 걸치고, 그러다가 여고생이 짜증나게 한다고 메몰차게 차버리고, 그런 주제에 게이 룸메이트 등골도 뽑아먹는 행태도 보이고.... 조금은 보기가 괴로웠습니다.
알파치노 나오는 베니스의 상인 인가요? 좋아해서 봤지만 재미는 없던데....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생각하니 샤일록도 불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