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한밤중 tv 앞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남자 이해하기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의 이 제목 참 잘 지었어... 늘 책장에서 볼 때마다 그 생각을 합니다.
내 머릿속 문제도 산더미인데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 또한 산더미더군요. 듀게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게 버겁기도 한데, 나 힘들 때 이 사람도 날 본 적 있지 않은가 하며 나갑니다.
대부분 누가 누군가를 찾는 건 외롭거나 괴롭거나 둘 다거나. 자랑질로 부르는 사람은 많이 없어서 그건 다행;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앞두고 전세를 얻어 같이 살고 있는 예비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다 자취도 안 해봤고 집에서만 편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라
그 유명한 남녀 생활 습관에 대한 자잘한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더군요.
대충 꾸며 놓아 휭하지만 신혼집으로 들어간 첫날 두 사람이 얼싸안고 울던 일은 안드로메다....
남 - 수챗구멍의 머리카락 좀 치울 수 없겠니
- 휴지 쓰고 바로 버리면 안되겠니, 1시간마다 1개씩 휴지생물이 곳곳에 생기고 있어!
여 - 다음날 힘들다고 하면서 맨날 그렇게 술을 마셔야돼
- 쉬는 날 짐 좀 옮기면 집안 정리 좀 할 수 있을 텐데 술 마시고 널브러져서 뭐 하는 거야
- 한밤중에 tv 만 틀어놓고 그 컴컴한 데서 우두커니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게 어찌나 보기 싫은지
그러다 김연아 선수 일로 싸움이 크게;;;;
얘기를 듣는데 익숙한 tv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더군요.
아무리 달콤하고 배려 돋는 연애 뒤라도 결혼이 생활 전쟁터가 되는 건 정말 피할 수 없나 봐요.
저랑 술을 마시며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울상;
나 - 어차피 결혼식 전 이지 않냐, 그동안 살아보고 평생같이 살 수 있을지 정하면 되지 않겠나.
주변 신경 쓰지 마라. 제일 중요한 건 당신 인생이잖나.
여 - 내 성격과 취향에 이 사람 놓치면 다신 이런 사람 못 만날 거 아는데,
그 매일의 트러블에 맘 상하는 게 너무 싫고, 왜 맨날 내가 비굴하게 화해 제스춰를 취하고 이 문제를 풀려고 해야 하나
상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한다.
나 - 비굴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서로 행복하기 위해 그 사람을 구슬린다고 생각해라.
한밤에 tv 켜고 혼자 술 마시고 있는 그 속은 오죽하겠나.
어디다 풀 데가 없어서 그러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마저 그 꼴보기 싫다고 외면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나.
그러니 혼자 그러고 있겠지.
여 - 우리 엄마도 그러더라. 남자는 애니까 구슬려서 데리고 살아야 한다고 .............
나 - 집에 가서 또 이러고 있냐고 닥달하며 몰아세우지 말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봐.
여 - 이 한밤중에? 그냥 됐다고 할 걸.
나 - 그래도 자기 생각해 주는 건 알 거 아냐.
갑작스런 출가의 자유 속에, 낯선 동거인도 맞게 된 두 사람.
지금 현재를 즐기며 살고 싶은 남자와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사는 여자
여자는 이 사람 지금보다 잘 나가면 날 버릴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불안 때문에 지금의 이 남자의 행동이 더욱 못마땅한 거겠죠. 신혼에도 이러는데 잘 나가게 되면 내가 뭘 어떡할 수 있겠어...라고.
결국 어떡하든 살긴 살겠죠. 상황이 닥치면 사람은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 문제 앞에선 늘 혼자인 것 같더란 말이지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승강장까지 데려다 줍니다
나 - 쓸쓸해 보여서 그래. 남자들은 이런 거 잘 모르거든.
여 - (끄덕끄덕)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디언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이런 좋은 인사법을 몸에 배게 해줘서.
뒤돌아 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얼마나 쓸쓸했으면 두 번이나 뒤돌아 보았을까 싶고....
모두들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웃는 모습의 당신을 보며 쓸쓸하지 않을 거니까요.
봄꽃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되듯이.
일단 봄꽃 보기 전 미세먼지에 눈물, 콧물이 문제긴 하지만요. 에취.
나랑 남이랑 들여다보면 별반 차이없죠 ㅎ; ... 그래서 남의 일에도 그렇게들 미주알고주알이 되는 것인지도, 읭?
위안이 필요한 걸 아는데도 언제까지나 맞춰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다들 외롭고 괴롭고 어째저째 살아가고 그런 거 같습니다....
네, 저도 그게 계속 걸려서 이렇게 글로도 풀어보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