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친구가 되어줘 /장례식가기.

(그냥 경어를 쓰지 않고 글을 썻습니다)


지난 9월, 1주일간의 베를린 출장뒤에 나 이제 집이다 라고 쓴 메시지에 답이 없어, 그래도 일주일을 못봤는데 (워낙 매일 보는 사이) 어찌 잘 다녀왔냐는 질문도 없냐? 라고 물으니, 나 어제부터 좀 우울해... 내일 오후에 커피 마실까? 라고 H는 답장을 보냈다. 오후의 커피가, 이런 일 저런 일로 이른 저녁이 된 그날, 왜 우울한데? 라고 물어보자, 주말에 엄마랑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싸운 일 (아 어른이 되어도 엄마랑 싸울 떄는 정말 애구나) 그러다가 갑자기 엄마가 주저 앉아서 우시더라. "그러시더니 엄마가 그러는 거야, 내 주변에는 죽음밖에 없어, 난 온통 죽음만 이야기 하고,  엄마랑 같이 울었지" 남있는 데서 울지 못하는 H를 알기에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러니까 부탁인데 우리 엄마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내가 만난 사람중에 네가 제일 대단한 친구야." 베를린 가기 전에 살짝, 우리 엄마 만나볼래? (사실 몇번 일로 만난 사이) 라고 이미 물어왔지만, 그떄는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리고 엄마랑 부탁하는 이 말이 얼마나 나를 믿는 가를 표현하는 지 느끼고 감동받아서 숨한번 작게 쉬고 "그러지뭐. 올가 전화번호가 뭐야?" 라고 물으면서 시작한 올가와 나의 관계. 


올가 주변을 점령하던 죽음. 그때 H의 가족들은올가의 엄마가 10년이 넘게 치매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뒤, 잠시 휴식 기간 뒤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또 2년 가까이 "온 병이랑 병은 다 가지신 채, 할아버지 본 모습을 없어진 지 오래고, 어떤 병이 먼저 할아버지를 죽이냐를 시합하는 중인것 "같은 그런 2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은 올 1월 올가마져도 15년의 긴 환자가족 생활에 지쳐 심장병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고, 다들 병명을 모른채 여전히 침대생활중이다.


물론 얼마나 힘들 지 잘 알고 있지만, 나또한 작년부터 친구 표현에 의하면 "끝이 없는 지옥"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나랑 함께 있을 때 화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마치 나한테 화가난 것 처럼 대하는 H의 행동에 지쳐 지지난 주 금요일, "네가 이렇게 행동할려면, 우리가 연인사이던가 내가 너한테 종속되어 있던 가 둘중 하나인데, 우린 둘 다 아니다. 네가 이런 괴로운 시간을 보낼때 옆에 있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요즘 너는 내가 그러고 싶어하는 거 자채에 화를 내는 것 같다. 그러니 한달간 만나지 말자. 그 한달간 우리가 서로 그리워하는 지 알아보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솔직하게 "그래, 그게 너한테 옳은 결정이다. 요즘 나는 버려진 기분이고 그걸 화로 표현하고, 네가 가까우니까 너한테 내 이런 감정을 다 퍼붓는 다. 미안. 이게 너한테 할 행동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자제가 되지 않는다"란 답장을 받고,  결국 이틀만에 "나는 너의 친구야."란 메시지를 보낸 나. 


그리고 나서 만나지 말자 라고 말한 건 다 잊어버린 듯, 서로 살짝 농담하고, 또 물건 받을 께 있어서 목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 아침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란 메시지가 왔다. "지금 전화할 수 있어?" 란 말에 "아니 아직은" 이란 답. 이제 친구가 된 올가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올가는 "네가 있어 나는 참 기쁘다. 다행이다"라는 너무나 큰 답장을 보내왔다. 괜찮으시다면, 장례식에 가고 싶다란 라고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저녁,지금 전화해 줄래? 란 메시지가 뜨자마자 나는 H한테 전화를 했고, 할아버지 장례식을 화요일이야 라고 말하는 그에게, 아니 수요일이야 날짜 바뀌었어 라고 말해주었다. (그떄 엄마랑 통화안했구나 ). 그 말에 그는 또한 내가 이미 올가와 통화를 했으며, 장례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참석한다 라고 말하자 간단하게 응 이라고 대답하던 H. 


아파서 침대에 있는 한달 반 동안 못만났던 올가를 만난 지난 토요일. 둘이 침대에 앉아 이야기 하는 사이 차와 과자를 가지고 온 마르크 (H 아빠)는 우리가 자매갔다며 웃는다. H랑 오늘 통화했냐는 올가의 말에 응 이따가 Kaffesaurus랑 저녁먹는 다고 하던데 라고 답하셔서 그떄서야 H는 나랑 저녁먹을 생각이구나를 알게된 나. 그렇게 저녁먹으러 만나서, 저녁먹는 동안에는 가볍게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차를 마시면서 무겁게 그의 슬픔을 이야기했다. "너랑 있으면 행복해"란 그의 말에, 지난 몇주간 쓰작데 없이 싸운 나날들이 기억나 "우리 일주일 이렇게 지내자, 서로 화내지 말고, 서로로 행복해 하고" 라고 대답했다. 


내일이면 장례식이다. 죽은 이와의 관계가 아닌 살아 남은 이들, 슬픔에 있는 이들과의 관계로 인해 참석하는 장례식이다. 


    • 외람된 얘기일 수 있지만, Kaffesaurus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작고하신 김지원 소설가님의 작품을 읽는 기분이 들어요. 오랜 외국생활에서 깊어진 이국정서로 빚어진 문체 또는 화법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 분의 작품이 아름다운 걸 몰랐고, 적어도 서른 좀 넘어 어른 비슷하게 되니 너무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나저나 주변에 다들 님을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분들 뿐인듯 해서 신기하고 부럽습니다... 

      • 아니 이런 칭찬을. 감사합니다. 


        제가 인복이 있는 편인데... 뭐 제 주변에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겠습니까? 그냥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제가 촛점을 두는 거죠.

    • 제목도, 내용도 단편소설 같아요. (실례지만 제목이 참 멋집니다).... 유디트 헤르만의 단편들 생각도 나고....

    • 아차.. 저도 친구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 하는 걸 잊고 있었어요..



      글 잘읽고 전화하러 갑니다.

      • 전화하세요. 저는 제 엄마한테 전화좀 드려야 해요.... 요즘 시간을 못맞추어서 통화못한지 오래되었어요.

        • 친구어머니와 저는 선물 무한 셔틀을 계속하고 있어요..



          애초에 그집에 놀러가서 양파즙을 맛있게 먹었던 것이 패착이라면 패착..



          직접 농사지은 조생종 양파로 즙을 내어 한박스가 택배로 뙇!!!어른께 받아먹고 가만 있을 수 없어 메론 한상자 보내고..



          다음해에 또 양파즙이 오고.. 나는 또.. 사과..



          얼마전 받은 참기름과 마른김에 대한 감사 전화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덕분에 떠올랐어요...

    • 장례식은 살아서 슬픈 사람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음을 상기하는 자리죠. 멋지시네요.

      • 여기선 장례식에 저처럼 돌아가신 분과 관계없는 사람이 참석하는 게 아주 드믈어요. 다들 저보고 그 할아버지 만나는 봤어 라고 물어오더군요. 


        아니, H 손잡아 주러 간다 라고 대답했더니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끄덕이더군요. 


        그래도 사실 좀 낯선 풍경인데, 워낙 저야 이방인이니까 다들 그려려니

    • 좋은 단편소설로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이에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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