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동경로를 따라 적어 보았다.
뉴욕 투어에 이런 코스가 있으면 좋겠다. 이미 있을지도.
토요일
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톰슨힐
스펜서 선생님댁
기숙사 오센버거관 숙소
기숙사 세면장
저녁식사후 시내에 나갔다 다시 기숙사
친구와 다툰 후 기차를 타고 펜역
에드문트 호텔 - 라벤더룸
택시를 타고 그리니치 빌리지의 어니클럽
걸어서 호텔로 돌아옴. 창녀.
일요일
그랜드 센트럴 역. 수녀들과의 식사
브로드웨이에서 음반과 연극티켓 구매
택시를 타고 공원
택시를 타고 빌트모어
샐리와 만나 택시를 타고 연극을 봄
라디오시티에서 스케이트를 탄 후 라디오시티 극장
시튼호텔 워커바
월요일
센트럴파크
집
서튼 플레이스의 앤톨리니 선생님댁
그랜드 센트럴 역
산책
피비학교
박물관
동물원
어제와 오늘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욕심껏 적다보니 누가 다 읽으실까 싶긴 합니다.
반말투는 양해부탁드리며 참고삼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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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다루자 이 책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막연한 기억을 더듬어 나눌까 하다가 한 번 더 읽고 빨간책방 2부를 듣고싶어졌다.
이규형이라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알만한 분이 러브스토리라는 영화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아이때 보면 저게 뭔소리야 하다가 머리가 크고나서 보면 펑펑 울고, 더 나이가 지긋해지면 이야~ 저렇게 이쁜 여자가 일찍 죽다니 아깝다(?) 생각한다는 거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번이 세번째 읽는 것이다.
처음엔 명성에 이끌려 힘겹게 읽었다가, 두 번째 읽고서는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소설이 되었고, 이번에 세 번째 읽고나니 이 책은 정말 최고구나, 전 세계 7000만부가 팔린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런 경험은 소설 적과 흑에서도 있었다. 영화 메이저리그는 너무 재미없었는데 다시 보고서는 왜 처음에는 그렇게 시덥잖은 영화로 생각했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1.
이 소설에 매혹되는 이유는 무얼까?
출처는 가물가물하지만 송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변호인에서의 송강호정도 연기는 연극판에서 물좀 먹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송강호의 대사와 대사 사이, 그 정지된 순간의 빈틈이고, 관객은 그 빈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홀든 콜필드는 세상 만사에 대해 단호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아직은 미숙한 소년이라는 것을 안다. 아슬아슬하고 예민하며 부서질 것 같은 영혼의 단호하려는 모습속에 빈틈이 있다. 독자인 우리는 그 빈틈을 눈치채고 해석하며 참여하는데 쾌감을 얻는 것이다.
2.
홀든은 이 세상의 위선과 속물스러움을 민감하게 느끼고, 타협하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을 정립하려 고군분투한다.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헬프"라는 영화에는 흑인 하녀를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정작 불쌍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다며 설치는 여자가 나온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또하나의 약속"을 보고 눈물흘리고는 돌아서서 직원들을 쥐어짜고,
"남영동 1985"를 보고 "변호인"을 보고 끔찍해 하고서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쟤들 빨갱이 아냐?" 해버리는 사람들.
어떻게 이러한 생각들의 충돌에 꿋꿋하게 버티는지, 아니 아예 충돌이 없어보이는 신기한 사람들 속에서 홀든은 유체이탈의 능력을 결여한채로 어떻게든 싸워나간다.
3.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 자살을 하고 싶은 충동.
존 레논을 죽이고 읽고 있었다는 이 책. 분명 이 책에는 그런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울한 책이라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맞았을때의 살인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한 모습을 대면했을때의 차라리 자살해버리고 싶은 마음.
이러한 마음은 멀쩡한(?) 사람들도 살아가며 수시로 겪게 되는 것이고, 이 책은 누구나가 겪는 그러한 순간을 이야기해준다.
4.
앤톨로지 선생님의 이 말이 작가가 어린날의 자신에게, 어린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젊은 나날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아닐까 싶다. - 선생님이 홀든의 고추를 만졌는지 여부는 여기선 넘어가자.
"무엇보다도 네가 인간 행위에 대해 당황하고 놀라고 염증을 느낀 최초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것을 깨달으면 너는 흥분할 것이고 자극을 받을 거야.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네가 현재 겪는 것과 똑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은 수없이 많아.
다행히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자기 고민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너도 바라기만 하면 거기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그리고 장차 네가 남에게 줄 수 있으면 네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네게서 배울 수 있다는 거야.
이것이 아름다운 상부상조가 아니겠니?
그런데 이건 교육이 아냐. 역사야. 시야."
5.
계산을 해보니 셀린저가 32살에 이 소설을 썼다.
그런데 셀린저가 어린 홀든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적었다는 느낌이 없다.
정말 홀든이 이 글을 쓴 것만 같다. 셀린저 본인의 30대의 지식과 지성, 감정의 깊이를 모두 버려버린 것이다.
난득호도(难得糊涂)라는 말이 있다. 총명한데도 이를 감추는 것은 진정 어렵다는 뜻.
6.
샐린저가 발레포지 육군 소년학교에 바쳤다는 시 중 일부
숨기지 마라, 너희의 눈물을. 이 최후의 날에슬픔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쏜살같이 지난 날들을 소중히 간직하라
지상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Hide not thy tears on this last day
Your sorrow has no shame;
To march no more midst lines of gray;
No longer play the game.
7.
홀든이 동생에게 들려주려 했던 음반인 Little Shirley Beans는 없는 노래.
Estelle Fletcher라는 가수는 실존.
다만 책에서 영감을 얻어 나온 노래는 있음.
http://youtu.be/QyMKVLBqse4
8.
기타등등
-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다.
-J.D 셀린저 =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rye는 라이로 읽는 것이군. The Catcher in the rye = 더 캐쳐 인 더 라이
-원어로 읽어보고 싶다. 수많은 욕설을 실감나게 느껴보고 싶다.
왜 걸작인지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1.본문에 동의 못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본문의 전달이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본문으로는 충분하지 않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
2.부족하나마 제 생각을 보태어 봅니다.
첫째로, 시대를 넘어서는 인간의 삶에서 부딪히는 중요한 순간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으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번에 받아적어둔 앤톨로지 선생님의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전일님이 번역일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일을 하다 만날 수 있는 경우를 상상해 봅니다.
어떤 번역가는 대충 다른 사람 번역을 후다닥 참조해서 한달만에 책을 뚝딱 번역합니다. 오역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래놓고는 번역의 가치와 정신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도 합니다. 뒤에 술자리에서는 번역해서 1억쯤 벌어야지? 하는 속물(?)스런 이야기도 합니다.
(상상속)김전일님은 이런 번역의 현실을 처음 만났을때에 홀든처럼 갈등을 하게 되는 겁니다.
남들이 다하는 방식대로 그렇게 위선+속물로 편하게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어떻게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려 고군분투 해야 하는가?
그러다 만나는 속물을 (상징적으로) 살인하거나, 못이겨서 (상징적으로) 자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엔톨로지 선생님은 그런게 네가 처음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둘째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5번에 언급한 대로 정말 홀든이 쓴 것처럼
본인의 혼돈과 방황을 사실적으로 풀어갑니다. 또한 그 속에서 1번에 언급한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까지 만들어두어 푹 빠져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