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그래비티> 본 얘기

작년에 한창 상영할 때 즈음엔 너무 바쁘기도 했고, SF장르엔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기도 해서 

볼지 못볼지 제겐 기약이 없던 작품이었어요.

워낙 호평이 많다보니 뒤늦게 챙겨볼 마음이 생겨, 어렵사리 3D 상영의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과학 판타지!! 외계인!!! 스펙타클 짱!!'을 외치는^^;; 많은 SF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그래비티는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오직 가득찬 검은 화면과 작곡가 리게티의 음향만으로 표현된

거대한 우주로부터의 경외감, 공포, 외로움 등을 3D 화면으로 재현한 같은 느낌이었어요.

초반에 등장하는 동료들 외에는 어떠한 새로운 인물도 상황도 삽입되지 않고, 오로지 주인공 혼자 사투를 벌이는데 집중된 점도

영화에 효과적으로 몰입하고 공감하게 한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 주인공이 '아닌강'의 자장가를 들으며 체념하려는 장면에서, 문득 얼마 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이 났어요.

운전 중에 유턴을 하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정면에서 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은 상태로 제 쪽으로 돌진해오더군요.

처음에는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면서 '이건 뭐지..? 잘못봤나?' 싶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됐습니다.

제 차와 부딛치기 직전에 상대 차가 중앙선 너머로 확 꺾어 들어가는 바람에 사고는 면했는데, 그로 인한 정신적인 여파는 며칠 계속되었어요.

사고를 당할 뻔했다는데 대한 충격이 아니라, 그 순간의 제 태도에 대해서 좀 놀랐거든요.   

달려오는 차를 눈앞에 두고 어떡하지 라든가, 조금이라도 방어하는 행동을 취한다든가 살기 위한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그냥 짧은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죽는구나. 고통스러운 상태로 살아있거나 하면 안되고 한 번에 죽어야 할텐데.

제 자신이 삶에 별 애착이 없다는걸 모르진 않았으나, 그런 식으로 확인(?)하게 된건.. 음. 어쨌든 충격이긴 했습니다.

내가 산드라 블록이었다면, 영화에서처럼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발버둥쳤을까, 그저 아닌강의 자장가를 들으며 영원히 잠들었을까

그런 죽음과 삶의 기로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까..

 

중력이 있는 이 곳에서도 각자의 삶은 우주처럼 외롭고, 언제 날아올지 모를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때 시시한 농담을 끊임없이 걸어주는

조지 클루니 같은 사람이. 김연아를 웃게 하는 윌슨같은 사람이 곁에 한 명만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실감납니다 살면서 실제 그런 체험을 누구나 하게 돼요.



    •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차가 돌진해오는데 주인공이 꼭 그자리에 멈춰서있어서 도망 안가고 뭐하냐! 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도 그러는거군요...신기
    • 아무튼 사고가 안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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