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뮤지엄 아워스]
빈 미술사 박물관 직원인 요한의 근무 시간은 대부분 방문객들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한 곳에 앉아 있는 것으로 보내지곤 합니다. 듣기엔 꽤나 따분하게 들리겠지만, 옛날에 꽤 요란하게 살았었을 것 같은 이 중년 아저씨는 이런 적막함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고, 대 피터르 브뤼겔의 작품들을 비롯한 많은 예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걸로 명성이 높은 빈 미술사 박물관이야 전혀 지루하지 않는 곳이지요. 그러던 중 요한은 사촌 병문안 때문에 빈에 온 캐나다인 여인 앤과 우연히 접한 계기로 같이 빈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그에 따라 영화는 빈 시가지와 교외 지역의 여러 장소들을 둘러다 보고, 그러는 동안 요한은 박물관 그림들 안에서 뭔가 새로운 걸 관찰했듯이 자신이 알던 도시가 달라져 보임을 느껴갑니다. 관광 영화라고 평해도 될 정도로 영화는 빈 시내와 미술사 박물관, 그리고 사람들을 이리 저리 둘러다 보는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보여 지는 광경들엔 상당한 흡입력이 있고 그러는 동안 문득 제가 2010년 4월 동안 시카고 시내를 이리저리 둘러다 보면서 제 카메라로 여러 순간들을 포착했던 추억이 절로 환기되었습니다. 물론, 브뤼겔의 작품들을 자세히 감상하고 가이드 설명까지 듣는 재미도 있지요. (***1/2)

[숏 텀 12]
[숏 텀 12]는 문제 십대들을 관리하는 청소년 위탁소를 무대로 한 영화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그레이스와 동료직원이자 그녀의 애인인 메이슨은 매일매일이 힘들어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자신들이 담당하는 십대들을 성심껏 관리하는데, 그러다가 최근 들어온 제이든이란 소녀가 옛날의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는 걸 감지하면서 그레이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마주하게 되고, 여기에다가 여러 일들이 겹쳐지면서 그녀의 심경은 더욱 더 복잡해져만 갑니다. 겉보기엔 전형적인 인디 영화 같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생동감과 현실감이 묻어나오는 가운데,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을 위시로 한 좋은 배우들의 가식 없는 연기는 영화에 더욱 더 사실감을 불어넣으면서 여러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만들어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2013년의 다른 수작들에게 가려지기엔 아까운 작품입니다. (***1/2)

[브로큰 서클]
작년 10월에 개봉했지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후보에 오른 뒤에서야 제 관심을 끌게 된 벨기에 영화 [브로큰 서클]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더 많이 어필할 만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야 익숙한 부류의 음악 멜로드라마이지만, 두 주인공들이 어떻게 서로에 이끌려 커플이 되고 가족이 되고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일로 서로를 상처주고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여러 시점들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하는 동안 영화는 유럽 플랑드르 지방과 미국 블루그래스 음악의 독특한 조합으로 대변되는 스타일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유럽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벨 배턴스와 요한 헬덴베르그의 연기는 자칫하면 산만해질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을 잡는 중심축으로써 훌륭한 편입니다. 후반부에 가서 이야기 소재들을 너무 좀 연설조로 밀어 붙여서 영화가 덜컹거리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감정이 절로 우러나오는 좋은 음악 영화라는 건 변함없지요. (***)

[Dirty Wars]
최근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에 오른 [Dirty Wars]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리 놀랄 게 아닙니다. 다큐멘터리의 원작을 쓴 저널리스트 제레미 스카힐의 취재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다큐멘터리는 미국이 빈 라덴 사살 이후에도 여전히 대 테러 전쟁의 수렁에 빠져가고 있고 전쟁이 가면 갈수록 스케일이 커져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이거야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자체는 여전히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관객들 관심 잡으려고 애쓰는 티가 곳곳에 보이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끈질기게 취재하는 스카힐의 진심과 열정은 말 안 해도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끝이 안 보이는 이 부조리한 전쟁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할 수가 없지요. (***)

[글로리아]
평범한 중년 여성 글로리아는 이혼 후 나름대로 혼자 잘 살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괜찮은 직장도 가지고 있고, 장성한 자식들과 사이도 좋은 편이고, 저녁엔 나이트클럽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하지요. 나이도 먹었으니 이젠 연애할 때가 지난 게 아닌가 싶을 때 그녀는 루돌포란 이혼남과 만나는데, 그들 관계가 원 나잇 스탠드 이상의 단계로 발전하니 글로리아는 그들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만, 문제는 가면 갈수록 루돌포가 애인으로썬 정말 형편없다는 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덤덤한 일상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별다른 굴곡 없이 진행되지만, 여러 작은 순간들을 통해 글로리아는 여전히 평범해도 무척 입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로 다가오고 주연 배우 폴리나 가르시아의 좋은 연기도 여기에 한몫을 합니다. 실수도 하고 상처도 입지만 활기와 웃음을 잃지 않는 이 아줌마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 덧 정이 절로 가고 그러다가 시원한 결말에 이르면 그녀를 많이 응원해 주고 싶게 됩니다. (***1/2)

[인사이드 르윈]
1960년대 초 뉴욕 그린위치 빌리지를 무대로 활동 중인 무명 포크송 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경력은 암담하지 않다면 모를까 별다른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데 가서 기회를 찾아보려는 시도도 하고 어쩌다가 돈 좀 벌 계기도 잡기도 하지만, 끝에 가서도 그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신세고 운은 그를 잘 따라주지 않지요(물론 성질이 X같은 본인도 책임이 좀 있지만요). 보다 보면 코엔 형제의 전작 [시리어스 맨]이 슬며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지만, 코엔 형제는 짓궂은 코미디를 하기 보다는 우울한 분위기에 싸인 진중한(하지만 뒤에서 살짝 킬킬거리는) 음악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한 주연배우 오스카 아이작을 비롯한 배우들 연기도 즐길 만한 가운데 티본 버넷이 담당한 사운드트랙도 훌륭하지요. (***1/2)

[웰컴 투 더 정글]
[웰컴 투 더 정글]은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황당하게 돌아가게 된 회사 수련 캠프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인 주인공들이 그들 상사가 고용한 한 별난 교관 때문에 외딴 열대 섬으로 갔다가 고립되는데, 며칠도 안 지난 사이에 그들은 [파리 대왕]이 절로 연상되는 광기의 도가니로 빠지지요. 황당하게 놀려고 노력하는 티가 나지만 정작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웃기지 않은 가운데 페이스는 늘어져만 가고, 그 결과 가면 갈수록 영화는 김만 빠져 갑니다. 많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웃겼었던 [세브란스]를 본 영화 대신 추천해드리겠지만, 그나마 교관 역을 맡은 장 끌로드 반담이 부지런히 망가지는 과장 코믹 연기를 하니 완전 최악은 아닙니다. (**)

[Her]
연인들이나 부부들을 위한 편지들을 대필해주는 용역 웹사이트에서 일하는 내성적인 주인공 테오도르는 요청만 들어오면 언제든지 다정하고 낭만적인 편지들을 쓸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의 사생활은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혼 수속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전부인과의 행복한 기억들이 맴도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울적하고 그러니 가까운 친구가 주선해 준 데이트도 망쳐버리게 되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인공지능 OS 광고를 본 뒤 곧바로 제품을 구매하는데, 설치되자마자 자기 이름도 금세 스스로 선택한 인공지능 OS 사만다는 곧 그의 인생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그러다가 어느 덧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싹틉니다. 그들의 관계가 일방적인지 아니면 상호적인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야 많긴 하지만, 일단 감독/각본가 스파이크 존즈는 이 독특한 로맨스를 따스하면서도 재치 있게 다루었고, 최근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영화는 여러 모로 칭찬할 거리가 많은 SF와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더 마스터]에서의 어두운 명연과 대비될만한 와킨 피닉스의 가슴 뭉클한 연기도 훌륭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한 스칼렛 요한슨의 공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1/2)
P.S.
제작 초기엔 사만다 모튼이 OS 목소리를 맡았지만 나중에 요한슨으로 대체되었지요.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시에 사는 어린 소녀 와즈다는 자신과 친한 소년처럼 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녀 소원을 이루는 건 쉽지 않습니다. 자전거 값 800 리알은 그녀에겐 거액일뿐더러, 여성이 자동차 운전하는 것이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는 것도 터부시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니 와즈다의 어머니는 당연히 자전거를 사달라는 딸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이리하여 자전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동원하고 마침내 전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던 코란 암송 경연 대회까지 나가는 와즈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를 생생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 줍니다. 현지 촬영에 따른 여러 상당한 제한들 속에서 여성감독 하이파 알 맨사우어는 자신의 데뷔작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 첫 여성감독 작품란 의의가 있기도 한 본 영화는 그 나라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출품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1/2)
P.S.
공공에서 남성과 대화나 접촉이 금지된 탓에 맨사우어는 거리에서 촬영할 때 밴 안에서 촬영장을 지켜보면서 무전기로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지시를 내렸답니다.

[마테호른]
[마테호른]의 주인공인 중년 남자 프레드의 일상은 적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웃들과의 교류는 주일 마을 교회 예배가 전부이고, 아내와 아들과 살았었던 그의 집은 황량한 분위기가 절로 나오는 가운데 그의 일과는 식사 장면에서 보다시피 말 그래도 기계적으로 돌아가지요. 그러다가 그의 인생에 낯선 이가 들어오게 되고 그에 이어 변화가 따르기 시작합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금세 짐작될 정도로 영화는 익숙한 부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덤덤함 속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괴팍함으로 우리 관심을 끌고, 주연 배우 톤 카스와 르네 반트 호프의 묘한 2인조 연기도 볼만합니다. 반트 호프가 [레인 맨] 스타일의 연기로 한 지점에 꾸준히 머물러 있는 동안, 톤 카스는 자신이 거부했던 걸 받아들이려고 서서히 애쓰기 시작하는 주인공으로써 인상적인데, 특히 결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의 얼굴 표정 연기엔 가슴 뭉클한 면이 있지요.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영화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하나인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단순하지만 정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이야기 배경은 지하세계의 쥐들 세상 그리고 지상의 곰들 세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가 쥐들을 싫어하듯이 곰들은 쥐들을 별로 안 좋아하고 쥐들은 어릴 때부터 곰들을 조심하라고 교육 받지요. 한데 우리의 어린 생쥐 주인공 셀레스틴은 왜 곰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대해 의문을 가져왔고,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치과에서 사용할 곰들 이빨 수거하러 지상에 나왔다가 우연한 계기로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접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되는데, 당연히 이들 관계를 다른 곰들과 쥐들이 좋게 바라볼 리가 없지요. 익숙한 유형의 이야기이지만,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주먹왕 랄프]의 2인조만큼이나 사랑스러운 2인조로 다가오고, 영화 속 수채화 풍의 2D 애니메이션도 근사한 볼거리입니다. (***1/2)

[레고 무비]
아직 2월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성과로 상영 시간 내내 절 즐겁게 한 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제 연말 결산 리스트에 이미 자리 하나 잡아 놓았습니다. (***1/2)

[르누아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출품되었던 프랑스 영화 [르누아르]는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그스트 르느아르의 말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915년, 데데라는 한 젊은 여인이 르느아르의 새 모델이 되는데, 르느아르의 집에서 점차 일상적 존재가 되어가던 그녀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 온 르느아르의 아들이자 나중에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날리게 될 장 르느아르와 가까워지게 되지요. 별다른 극적인 일이 없이 영화는 꽤 느긋하게 돌아가는데, 프랑스 남부 지방의 따뜻하고 한가한 분위기 속에서 르느아르의 작품들을 들여다보기도 하는 가운데, 주인공들 일상에 감도는 전쟁의 영향도 놓치지 않습니다. 이야기보다는 분위기에 더 중점을 둔 나른한 영화이니, 그 점을 미리 유의하시고 보시길 바랍니다. (***)

[20 Feet From Stardom]
현재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1순위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20 Feet From Stardom]는 제목 그대로 스타 자리에 가까웠었지만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었던 백보컬 흑인 여가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60-80년대 동안 무대에서나 스튜디오에서나 보조자들로써 실력 발휘를 하면서 스티비 원더, 베티 미들러, 브루스 스프링스틴, 믹 재거, 스팅 등 많은 유명 가수들에게 인정 받아왔지만, 정작 이들은 업계 밖에선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고 대부분의 경우 경력 운이 잘 따라와 주지 않았지요. 지금은 전보다 더 많이 잊혀 진 그들의 역할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는 매우 흥미로우서면도 의미심장하기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중년 아줌마들 혹은 할머니들이 되었어도 여전히 활력과 실력을 잃지 않으신 가운데 자신들 인생과 경력에 대해 이것저것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는 그들 모습도 다큐멘터리에 많은 긍정적 에너지를 부여합니다. 보고 나시면 그 시절 여러 유명한 노래들을 좀 더 귀 기울여 들어 보시게 될 것입니다. (***1/2)

[또 하나의 약속]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영화 포스터를 보았을 때 또 하나의 진부한 신파 드라마인가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반영되는 현실은 무시 할 수 없었고, 이야기나 캐릭터 면에서 여러 허술한 면들이 눈에 띠곤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아주 좋지는 않아도, 하고자 하는 일을 비교적 잘 해냈으니 한 번쯤 보고 생각해 볼 만하지요. (***)

[로보캅]
영화 제작 소식 들을 때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로보캅]은 원작 영화만큼이나 잘 기억될 지는 못해도 그리 나쁜 리메이크 작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지난 동안 많이 발전된 특수효과로 원작 영화가 누릴 수 없었던 기술적 자유를 많이 누리는 가운데,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나오는 흥미와 재미도 꽤 있는 편이니 리메이크로써 합격점을 줄 만합니다. 물론 1987년 원작 영화의 그 막장 80년대 B급 영화 개성에 따라가 만할 그 무언가가 없으니 금세 잊혀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요. (***)

[The Square]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들 중 하나인 [The Square]는 2011년 이집트 혁명 속 현장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서 이 역사적 사건이 희망과 흥분의 열기로 달구어지다가 결국 아이러니한 종착점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엔 모두가 다 함께 뭉쳐서 그 당시 정권을 잡고 있었던 무바라크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고 그러니 다들 기뻐했지만, 그 이후 분열과 갈등이 계속 이어졌고, 본 다큐멘터리의 처음 버전이 작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뒤에 감독과 스텝진들이 좀 더 이야기를 덧붙이려고 이집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군사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지요. 이집트 혁명이나 아랍의 봄이 나중에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고, 그 때문인지 [The Square]는 의견이나 관점 표현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그 때 그 현장들과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기록물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1/2)

[필로미나의 기적]
[필로미나의 기적]은 우리가 현실에서 가끔씩 마주치곤 하는 소설 같은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작은 실수로 정부 요직에서 물러나게 된 영국 저널리스트 마틴 식스미스는 남아도는 시간에 러시아 역사책이나 쓸까 하다가 우연히 필로미나 리라는 할머니와 만나면서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는데, 지금은 가족도 있는 가운데 편히 살고 있는 이 할머니에겐 어릴 때 임신한 탓에 수녀원에 보내진 뒤 자신이 낳은 아들과 이별해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비록 그 시절을 뒤로 하면서 본인의 인생을 잘 꾸려왔지만 아들의 50세 생일이 되면서 그녀는 그 애가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식스미스는 나중에 마음을 바꾸어서 그녀를 돕기로 하지요. 서로와 전혀 다른 이 두 주인공들이 여정을 통해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훈훈히 그려내는 동안 영화는 리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불행한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겪었을 슬픔을 담담한 멜로드라마를 통해 강조하고, 이는 당연히 그들에게 정말 야박하기 그지없었던 카톨릭 교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집니다. 익숙한 부류의 실화 바탕 멜로드라마이지만 차분하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간간히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감정적 순간들에 상당한 힘이 있고, 본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주디 덴치와 스티브 쿠건의 연기 조합도 좋습니다. (***)

[네브래스카]
[어바웃 슈미트] 이후로 잠시 네브래스카를 떠났다가 다시 귀환한 알렉산더 페인의 신작 [네브래스카]의 주인공 우디 그랜트의 처지는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비루한 일상 속에서 이 할아버지의 머릿속엔 네브래스카 주 링컨 시에 가서 당첨금을 받아가는 것 이외엔 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별 놀랄 것 없이 당첨금 소식을 알린 문제의 편지는 사기성 정크 메일이고, 그러니 그의 가족들은 계속 네브래스카 주에 갈려고 애쓰는 우디 때문에 골치 아픕니다. 결국 그의 아들 데이브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링컨 시로 가는 여정을 같이 시작하지만, 이들의 여정은 그렇게 잘 될 리는 없고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가족 모임 때문에 링컨 시 가기 전에 같은 주에 있는 우디의 옛 고향에 들르게 되지요. [어바웃 슈미트]에서 보여 졌던 그 드넓은 미국 중서부 풍경들이 디지털 흑백화면으로 통해 향수어리면서도 동시에 쓸쓸하게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동안, 밥 넬슨의 각본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여느 페인의 전작들처럼 코미디와 드라마를 사뿐히 오가면서 웃기거나 혹은 찡한 순간들을 자아내고, 오랜 만에 오스카 후보감 연기를 할 기회를 잡아서 작년 깐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노장 배우 브루스 던은 준 스큅과 윌 포트를 비롯한 다른 조연 배우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앙상블 연기를 선사합니다. (***1/2)
이미지가 안 보이는 건 저 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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