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울한 날입니다

직장 선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이 선배이자 상사와 수 년을 같이 일했는데 저와 참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 잘 맞추어 즐겁게 일했어요.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사람이었지요. 이제 잘 되어서 다른 기관을 옮겨갑니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었는데 다들 정말 아쉬워하면서 보내드렸어요. 어디 가서든 남들 두 몫 이상은 쉽게 할 능력자라 걱정은 안 되지만, 그녀가 떠난 뒤 우리가 걱정입니다. 물론 어떻게든 꾸려가겠지만 당분간 그녀의 빈자리가 클 것 같습니다.


금요일 오후 늦게 혼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요. 아직도 이 분야에서 혼자 서려면 멀었지만 최소한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밥 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야는 적당히 실용적이고, 늘 새로운 것들이 알려지곤 해서 공부할 거리들이 아주 많아요.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서 관심분에야 깊이 들어가 볼 수도 있고, 혹은 그냥 업무 중에 떠오르는 작은 아이디어들로 실제로 적용하기 쉬운 흥미로운 연구를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뭘 할것인지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이 분야를 택한 건 잘한 결정이었어요. 최근에 다른 기관에 가서 자극을 받은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늘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고 금방 우울해지곤 하거든요. 아직도 해 볼 것이 많은 것 같아 힘이 조금은 납니다.


주제를 바꿔서, 다시. 컴퓨터와 핸드폰과 패드 등이 여러 개 되다보니, 자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며칠 전 저녁자리에서 백업 문제가 화제가 되어서 오늘 몇 가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살펴봤어요. 일단 엔드라이브로 제 중요 업무 폴더를 동기화 해봤고, 또 드랍박스도 이용해보려구요. 그런데, 드랍박스 페이지의 그림이 상당히 아마추어스러워서 좀 덜 믿음직해요. 색연필로 슥슥 그린 것 같은 사람과 상자 그림이라니요. 음...유클라우드도 이용할 수 있는데 어떨 지 모르겠어요.


요즘 고양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낮에 가끔 가보면 자다가 털이 구겨진 채로 눈을 반만 뜨고 마중나오는 걸로 봐서 낮엔 늘 자는 것 같지만, 제가 집에 있으면 안 자고 저를 늘 따라다녀요. 낮에 혼자 지내면 심심할 것 같아 미안해요. 하지만 저도 낮에 나가서 일하는 게 좋아서만 하는 건 아니니, 우리는 서로 좀 양보하고 이 정도에서 타협할 뿐이지요. 고양이의 행복을 위해서 저보다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보내 줄 의사도 있긴 한데, 별로 그런 사람도 없을 것 같거니와, 저도 이 고양이가 좋아서 헤어지기 싫어요. 우연히 만난 고양이지만 이제 우리는 친구거든요. 


어제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이 녀석이 제 왼쪽의 빈 의자 뒤어서 뛰어올라서 -의자도 비었는데 왜 꼭 뒤쪽에서 뛰어올라야 했는지 의문이지만- 등받이를 뒤에서 양팔로 꼭 붙잡고 그 뒤에 매달려 있는 거에요. 의자가 가벼워서 고양이를 매단 채로 서서히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꼭 붙들고 있더니, 결국 의자와 함께 뒤로 꽝 넘어갔어요. 놀라서 야, 야, 불러보니까 우웅 하면서 등받이 밑에서 기어나오더군요. 덩치는 엄청 큰 고양이 주제에 늘 이런 서너살 남자 애 같은 말썽을 부려요. 


원래 이런 주절주절 이야기들은 홈페이지에 혼자 볼 수 있도록 쓰곤 했는데, 오늘은 선배가 떠나서 그런지 외롭군요. 누군가 읽어줄 수 있는 곳에 쓰고싶었어요. 

    • 드롭박스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클라우드 중 가장 기술적으로 뛰어난 업체고 범용성에서도 제일 널리 쓰이는 회사입니다.


      한국에서 쓰기에는 느리고 비싸서 그렇지. 고양이가 튼튼하네요.

    • 마지막 문장에서 큰웃음 터졌어요^^ 겉모습은 정말 튼튼하게 생겼지만, 실상은 무척 여리고 보들보들한 고양이입니다. 




      감사합니다. 드랍박스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군요. 이걸 메인으로 쓰는 걸 고려해보겠습니다.

    • 첫번째 문단에 비슷한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밥 벌어 먹기 위한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지만 가치관이 딱 들어맞고 존경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인 사람이 있죠. 왜 친구로 안만났을까. 또 성별과 나이와 직급이 달라서 서로가 진득하게 친해질 수 없을까. 뭐 그런저런 아쉬움이 떠오르네요.
    • 읽어본 누군가 1명 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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