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대보름이군요.

급 아랫글에 편승해 붙여본 제목입니다.

하지만 아주 생뚱맞은 건 아닙니다.

 

정월대보름 맞이 장담그기 행사 - 행사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큰이모, 둘째이모, 막내이모, 큰이모댁언니오빠들, 둘째이모 언니오빠들의 장까지 모두 담그는 날이니까... - 참여차 어무이께서 집을 비우셨습니다.

시골은 그렇습디다..

정월대보름이라고 꼭 장을 담궈야 하냐?!! 하겠지만 절기에 맞추어 농사를 지어야하는 촌에서는 그때 해야 할 일들의 때를 놓치면 나중에는 손이 모자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뭔 날이 되면 꼭 그날에 맞는 세리모니를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거 같으시고.. 더불어 핑곗김에 동기간이 만나 풍요로운 음식잔치를 벌리시더군요.

엇그제 내려가셨는데 벌써 전화를 통해 왁자지껄한 여자 동기간들의 즐거운 비명과 메밀묵, 손두부, 배추적(충북은 배추적심을 넣고 메밀가루 갠 물을 얇게 두른 적을 부칩니다)의 맛과 냄새와 소리가 공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 오곡밥과 보름나물..

귀밝이술과 부럼깨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저는 오늘 저녁 우리집을 침탈할 빈집털이범들과 마실 와인으로 귀밝이술을 대신하고 아몬드, 호두, 캐슈넛, 건포도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하루견과를 안주로 해서 정리할까 합니다..ㅎㅎㅎ

 

여러분들은 정월에 어떤 세시풍속을 알고 계시나요?

일반적인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 말고 예전 할아버지께 들은 그동네(충북) 세시풍속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마도 이건 그 지역만 해당되지 싶긴 한데.. 혹시나..

 

일단 음력 1월 15일 새벽이되면 누구보다 먼저 일찍 일어서나 동네 샘물에 가서 용물을 떠와요. 

왜 술 담글때 사용하는 그 용수 있잖아요.. 그걸 샘에다 띄워서 그 윗물을 뜨뜹니다 용수가 없음 그 대신 그냥 짚또아리를 사용하기도 한대요. 

일단 다녀가면 자기가 사용한 용수를 샘에 놔두기 때문에 자기가 1등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데 동리에서 그누구보다 먼저 처음 뜬 그물로 날이 밝기전에 밥을 해서 먹으면 한해 동안 재수가 좋대요. 

그래서 일부러 열나흘날 밤에 잠을 안자고 기다리시다가 새벽 두세시경에 경쟁하듯 샘물로 달려가 물을 떠왔다고 하네요..

   

그리고 재미난 풍습하나가..

정월 보름이 되면 아침밥 해먹은 동네 머슴들이 썩은 새끼줄을 들고 삼삼오오 마을 회관앞으로 모인답니다..

그리고 동네 뒷산으로 다함께 올라가서...

튼실한 나무를 골라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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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맨답니다.. 그 썩은 새끼줄로..

 

당연히 썩은 새끼줄이니.. 목을 매면 새끼줄이 끊어지면서 몸은 털썩 땅으로 떨어지겠지요.

정월보름이 지나고 나면 슬슬 농사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겨울동안 농한기에 놀고 먹고 좋았는데.. 이제 다 놀았다 이거죠..

앞으로 힘들 일만 남았다는 자조섞인 푸념과 더불어 이제 일해야 하니 마음을 다지는 의미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하는 퍼포먼스 이지 싶습니다.

근데 아빠랑 집에서 같이 크던 새끼머슴은 체구가 작아 몸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데다가 좀 덜썩은 새끼줄을 골랐던지..

목이 정말 매달려 진정 목매달뻔 했다는 잼난 사연도.. ㅎㅎㅎ

 

그리고 그 외에도..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의 날짜별 갑자를 보고

오늘은 남의집에 일찍 가지 않는 날이다.

오늘은 연장 안쓰는 날이다면서 연장을 모두 감춘다거나

오늘은 칼을 안쓰는 날이다 해서 사용할 식재료를 전날 미리 칼질 다 해놓고 그런 날도 있어요.

그게 매일매일의 갑자마다 삼가하는 것이 있는데 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중에 시골갈 일 있으면 큰어머니나 이모께 여쭤야겠어요.

 

듀게 분들도 아는 세시풍속이 있으시다면.. 정보를 나누어봐요~~~

    • 발렌타인 데이는 알았지만 정월 대보름은 잊어먹고 있었네요. 집에 있는 재료로 몇 가지 나물이라도 무쳐야 겠어요. 저희 집에선 오곡밥 지어먹는 것이 정월 대보름의 전부여서 나눠드릴 정보가 없네요. 머슴들이 썩은 새끼줄로 목매다는 퍼포먼스 풍습은 좀 허걱스럽긴 합니다.

    • 정월대보름에 장 담그는건 들어본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리고 이날 잠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세 늙어버리는거죠.


      그리고 뭐 내감기 니가 가져가라 그런 것도

    • 찹쌀 섞은 오곡밥 짭짤하고 고소하게 구운 김에 싸먹으면 맛나죠!
    • 저희집은 전날 저녁에는 오곡밥을 당일에는 찰밥을 해먹어요. 저도 그닥 새로운 건 없는데



      오늘 사무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부럼깨며 떨었던 수다 중에 한 건 얻었네요.



      잣불놀이 들어보셨나요? 다음과 같습니다.



      잣에 불을 붙인다 → 그 불이 오래가는 사람이 승!



      오래가는 사람은 그 해 운수가 좋다나 뭐라나...



      쥐불놀이는 들어봤어도 잣에 불붙이는 얘기는 처음 들었어요!



       



      여름숲님의 썩은 새끼줄 얘기는 살짝 무섭네요. 모두들 목을 맨다(가 떨어진다)니.... ㅠㅠ



      죽음-부활을 의미한다니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듯도 하고 ㅎㅎ



      장 담그는 행사는 정말 시골스럽네요. 구수한 맛이 있어요. 모두들 고단하시겠지만 그래도 뿌듯할 듯!@

    • 오곡밥에 가자미 조림을 꼭 곁들이는 건 경남- 부산쪽 풍습인가요

    • 리버시티/집에 어무이가 안계시니 올해는 오곡밥도 못지어 먹었네요. 목매는건 아래 볼살랑살랑님 말씀처럼 죽음-부활의 의미로 받아들여 전 해학이 있어 보이던걸요..



      가끔영화/내감기라뇨... 내더위!! ㅋㅋㅋ



      자두맛사탕/ 아~~~ 그쵸 찰밥과 구운김...이 겨울의 소울푸드죠... 겨울은 김의 계절



      볼살랑살랑/오!! 잣불놀이... 첨들어봐요..ㅎㅎ



      김전일/동해안쪽에 가자미가 많이나와서 생긴 풍습인가요? ㅎㅎ

    • 당산나무에 새끼줄을 둘둘 감아요. 굿치면서. 밤에 달집 태우고요.

    • 목 매다는 건 처음 듣는 풍습이네요. 이제 미처 보기는 커녕 듣기도 전에 사라지는 풍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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