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싱 쇼트 피겨스케이트 보시는 분 계세요?

판정 시비로 얼룩진 이번 피겨스케이팅이지만 남싱은 평온합니다. 예... 러시아 선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1. 갖은 추문과 우여곡절 끝에 나온 에브게이 플루쉔코가 있었지만 오늘 경기 시작 직전에 허리를 부여잡고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전 피겨를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 플루쉔코 대 야구딘의 대결로 처음 보기 시작했어요. 부드럽고 잔잔한 야구딘의 피겨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제냐의 피겨를 더 좋아했고, 한때는 꽤 열렬한 팬이었어요. 열기가 식은 뒤에도 절 피겨로 이끈 장본인이라 가슴 속 애틋함은 간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제냐의 기권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럴 거면 막심 코브툰의 4년은 어쩌라고......." 뿐.

허리를 부여잡고 뒤뚱뒤뚱하던 모양으로 보아 통증이 있어보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보단 단체전을 다 뛰었으니 다 이뤘도다.... 하셔서 그만두시는 거라는 의심을 거두기가 힘듭니다.

이미 금메달도 땄고 프리 일등도 했으니 개인전에서 실수라도 하면 쪽이나 팔리고 말이죠. 그러고보니 팝은 했어도 단 한번도 넘어지지는 않았네요.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도전하는 근성은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입니다.

체면이 도전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플루쉔코는 그럴 위치에 있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그랬으면 올림픽에 나오지 않았어야지요.

2. 그에 반해서 미국의 제레미 애보트는 감탄이 나오는 경기를 했습니다.

초반에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하다가 와그작 넘어져서 펜스에 쳐박혔어요. 정말 오래 못 움직여서 소치 얼음에 뭘 발라놨나, 한 그룹에 기권 두 사람 나오겠구만, 들것 들어와야 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연기를 다시 시작하더라구요.

첫 점프를 망치면 와르르 무너지는게 대부분의 선수들이고, 새가슴류 갑인 제레미 애보트라 당연히 두번째 세번째 점프는 물 말아 잡술 줄 알았는데 웬걸 이 인간이 트리플-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하더니,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랜딩합니다.

얼음판에 갈려서 얼룩덜룩해진 셔츠로 스텝 스퀀스와 스핀까지 끝내고 연기를 종료하는데, 매너 더럽기로 지구촌을 울리고 있는 소치의 관중들이 미국 선수한테 기립박수를 치더라구요.

점수는 저조했지만 미국의 새로운 영웅탄생 순간을 보았습니다. 그레이시 골드가 금메달이라도 따지 않는 이상 제레미 애보트가 한 이틀 정도 피겨 영웅으로 지면을 장식할 것 같아요.

3. 하뉴 선수는 잘 타는데도 왜 이리 경기가 재미없을까요. 월드레코드. 101.45.

4. 플루쉔코가 기권해서 우리 새가슴 패트릭 챈이 좀 홀가분하게 타려나? 했는데 하뉴가 월드레코드를... ㅋ

집나간 여자친구(트리플악셀)은 역시 아직 귀가를 안 했군요.

잘 탔지만 트악에서 삐끗해서 하뉴의 월드레코드를 이길 수는 없게 됐어요. 구성점수는 얼마나 버텨줄 것인가. 몇 점을 손해본 상태로 프리로 가게 될까요.
    • 애보트 선수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미요르프 너무 짜네요 왜죠
    • 에고 전 참았던 화장실을 이 선수 틈타서 다녀왔는데 인생경기 했나봐요;; 관중도 점수 보고 야유하네요. 소치 피겨링크는 축구장 같아요.
    • 얼음에 꿀발라 논 거 확정;
    • 오늘 클린한 선수는 하뉴랑 마요로프 둘뿐인가요;; 아 제이슨 브라운 있군요. 올림픽 치고도 심해요.
    • 막눈인데 제이슨 브라운 경긴 심하게 지루하더군요.
    • 어? 모스크바 2005년 댓글이 오데 갔죠
    •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냐는 애증인듯 ㅠ
    • 모스크바 댓글 달다가 날아갔어요 ㅠㅠ

      그냥 요약해서 달자면 2005년의 플루쉔코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했지만 2014년의 플루쉔코는 아니에요. 떠날 때를 아는 것도 미덕이에요. 단체전에서도 허리 수술 탓인지 싯스핀이 거의 안되더만요. 게다가 이번 올림픽 티켓은... 누가 땄었죠? 코브툰인지 보로노프인지 헤깔리네요. 이제는 자기 밥벌이(올림픽 티켓)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후배들한테 길을 열어줄 때.
      • 동감합니다. 오늘은 정말 모양이 좋지 않았어요..
    • 맞아요 제냐는 애증. ㅠ

      베스트 오브 플루쉔코같은 바보같은 짓을 해도 구채점제 시대의 황제를 보는 감탄이 있지요. 활주 사이가 트랜지션 없이 텅텅 비어도 카리스마는 쩔어요.

      하지만 이제 당신이 보고 싶으면 니진스키 헌정 내셔널을 다시 돌려볼게요... 안녕 제냐. 평창은 나오지 말고 아이스 쇼로 서울 한번만 더 와요. 이런 기분이에요. ㅋㅋ
      • 설마요 ㅋㅋ 리자도 그렇고 미쉰 할범의 하루는 정말 길었네요.. 해가 진지 오래인데 제냐가 백야라고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님;;
    • 두 손 모으고 보게 되는 데니스 텐..
    • 클린 하나 추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 이 글 보고서 애보트 경기 찾아볼려고 했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네요(네이버 스포츠는 한국이 아니라고 거부하네요). 괜히 영상 찾아본다고 피겨갤 갔다가 러시아 관중들 애기에 기분만 상했어요.

    • 제냐 이번 올림픽 나온다는 소리 듣고 휠체어타고 생 마감하고 싶냐고 소리질렀었어요.


      허리도 허리고 무릎이 정말 엉망이죠... 연골이 아얘 없다고도 하고 - -;


      러시아도 연맹쪽 입김이 장난아니라서 이번엔 지난번과 달리 본인 의지로만 나온게 아니기도 하구요.


      짠해요 몸을 위해서라도 제발 컨피는 이제 뒤 돌아보지 말고 그만두기를 

    • 제냐는 은퇴할만 해요.할만큼 했어요.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나온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프리에서 챈채니 안 넘어지고 잘했으면 좋겠네요!

    • 플루센코 인터뷰하는 것 보니까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자기도 그냥 사람이고 로봇이 아니라고 하던데 워밍업 하러 나온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어째서 애증의 관계가 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비난을 하려면 단체전 경기를 만들어서 미리 소진을 시켜버린 쪽에다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arete / 올림픽 티켓을 따온 게 누구냐고 하셨는데 그 코브툰이 지난 월드에서 17위하면서 포인트를 깎아먹어서 러시아 남자싱글 올림픽 티켓이 1장으로 줄어들었어요. 국가별 최대 3장인 티켓인데 러시아 남자싱글이 아무리 몰락했어도 2장은 확보했어야 했죠. 떠나야할 때를 모르고 후배들의 길을 막았으니 기권할 자격도 없다고 하셨는데 플루셴코가 벤쿠버까지 버텨줬는데도 그후 4년동안 올림픽 포디움 언저리까지라도 올만큼 후배들이 성장하지 못한 결과가 만싱창이가 된 몸으로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모두 네번의 경기를 뛰어야 하는 전쟁터에 다시 서야했던 이유라고 보이는데요. 심지어 그 단체전에서 조국에 두번째 금메달을 안겨주고도 남의 나라에서 이런 말을 듣네요

      • 그 한장도 누가 대회를 참가해서 가져온 한장 아닙니까? 코브툰이 깎은 게 아니라 쌓은 겁니다. 컴피를 안 뛴 플루쉔코가 가져온 건 아니에요. 실력이 안 되는 선수는 나쁘지 않아요. 능력이 거까지밖에 안되는데 어쩌겠어요. 시스템을 악용하는 선수는 좋게 봐주기가 힘들어요.


        하다못해 단체전에서 아파서 기권을 했어도 욕 안먹었어요. 단체전까지는 멀쩡하다가 개인전에서 부상을 이유로 그만뒀는데 하필이면 그게 본인이 밝힌 구상과 맞아떨어져서 말이 나온 거죠.


        애초에 아이에스유 룰을 악용하려고 했었고 입방정으로 그게 막히니까 그냥 개인전을 희생한 모양새가 되었어요. 그런데 마더 러시아께는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이 동등할지 몰라도 피겨스케이트라는 스포츠 자체로 보면 개인전이 훨씬 중요합니다.

        플루쉔코는 다만 조국을 위해서 단체전을 뛰고 싶었고(연맹이 강요했다는 내용이 있나요?) 개인전까지 뛸 몸상태는 안 됐습니다. 그래서 남싱이 구멍나면 안 됐던 단체전만 뛰고 부상을 사유로 피겨선수 개개인이 평가받는 개인전은 안 뛰었습니다. 제 눈에는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신, 규칙을 지키는 태도, 공정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인 스포츠맨쉽을 희생한 걸로밖에 안 보입니다.


        조국 밖이니까 이런 소리 듣는 겁니다. 전 러시아의 금메달을 따려는 애처로운 몸부림에 일그램의 공감도 안 갑니다. 아무리 금이 좋아도 작작 해야지 이사람들이....


        제 선수에 대한 애정은 라이사첵 디스마저도 이해하고 이번 경기내용(과 그에 대한 채점)마저도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곳에서 끝나네요. 그것만 해도 많이 사랑한 거에요. 이번 올림픽에서 플루쉔코 진짜 정말 두고두고 진상입니다.
        • 전제부터가 틀렸는데 계속 억지를 쓰시네요. 러시아는 원래 내셔널 성적만 가지고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2013년 막심 코브툰의 러시아 내셔널 성적은 5위였죠. 하지만 러시아 연맹에서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 월드 출전 선수로 지정했습니다. 그렇게 나간 세계선수권에서 나온 결과가 17위였고요. 그럼 코브툰은 1위부터 4위까지 선수들의 출천권을 뺏어서 앞길을 막은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러시아 피겨 연맹에는 내셔널 선수권 성적대로 국제대회에 내보낸다는 룰이 없으니까요. 미스 코리아에서 우승하면 미스 유니버스 출전권을 줍니다. 그게 룰이에요. 그런데 러시아는 내셔널 우승자에게 국제 대회 출전권을 약속하지 않아요. 전년도 월드에서 스팟 세장을 따온 선수라도 국제대회 출전자를 결정할 시기에 종합적으로 역량평가를 해서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하면 출전권을 주지 않는게 원래 그 나라의 시스템이라고요. 애초에 올림픽 출전권이 내셔널 우승자의 정당한 권리가 아닌데, 존재하지도 않는 시스템을 악용했다고 주장하시면 곤란하죠. 2013년에는 러시아 내셔널에서 5위를 한 코브툰의 가능성에 표를 던져서 세계선수권에 내보냈던 연맹이 2014년에는 러시아 내셔널에서 2위를 한 플루셴코의 관록을 선택해서 올림픽에 내보낸 것 뿐입니다.



           



          선수에 대한 님의 애정 유무에 대해서는 손톱 끝의 때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님의 마음 속에 가득한게 안티심이든 팬심이든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다만 사실이 아닌 정보를 바탕으로 확신에 차서 정의감에 불타는 전도사처럼 규칙과 공정성과 타자에 대한 존중을 논하면서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옳지 않으니 그러지 마시라고 지적하는 것 뿐이에요.

    • arete / 하나 덧붙이자면, 말씀하신 전지적 플루셴코 시점의 기권 이유 말인데요. 경기장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거나 어차피 안될거니까 그만둔다는 식의 마인드였으면  2014년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보는 게 예브게니 플루셴코라는 사람이 이 종목에 바친 인생을 근거로 한 좀 더 합리적인 해석 아닐까요. 그 몸으로는 4회전 점프는 커녕 나중에 제대로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울 거라는 경고를 몇년 째 듣고도 여기까지 왔으니 안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부딪힌 것으로는 할만큼 한 것 같은데요. 그 끝이 어디냐에 대한 판단의 기준과 가치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전 때문에 단체전을 망친 것도 아니고 단체전을 뛰느라 몸 상해서 개인전을 기권했는데 나라에 폐를 끼치고 (올림픽 티켓을 1장으로 줄여서 이 상황까지 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후배 앞길을 막았다고 욕 먹는 걸 보니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 단체전을 뛰고 싶어서 올림픽엘 나온 거죠. 이건 전지적 플루쉔코적 시점이 아니라 본인의 인터뷰 내용이에요. 난 단체전만 뛰고(규정을 남용해) 기권하고 개인전은 코브툰이 뛰는게 좋겠다.
        •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전 출전자로 제한한다는 룰을 몰라서 본인은 단체전에만 참가하고 개인전 출전권은 후배에게 주어지길 바란다고 했던 게 단체전만 참가하고 개인전은 나가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부상도 없으면서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서 기권을 했다는 증거가 되나요? 어느 법정에서도 통하지 않을 극단적인 유죄추정의 원칙을 갖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ESPN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의심하시는 부분에 대한 답변이겠네요. 단체전 직후 평창까지도 가고 싶다던 선수가 며칠 후 공식적인 은퇴발표를 하면서 한 말입니다. "I think it's God saying, 'Evgeni, enough, enough with skating,'" said Plushenko, who originally was hurt in a training session Wednesday. "Age, it's OK. But I have 12 surgeries. I'd like to be healthy."



          In warm-ups before the short program, he fell on a triple axel and said it felt "like a knife in my back." 



          "Some people say we had this plan from the very beginning, but we did not," he said. "We were going to go to the end. If I really wished to withdraw after the team event, I would have."

    • 제냐라고 몰랐을까요? 그때 기권하면 전세계적으로 까일 거라는 걸. 망쳐도 경기를 하는 게 욕 안 먹는 길이라는 거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포기했어요. 저로서는 마지막 경기를 포기하게 만든 그 고통이 상상이 안 갑니다. 그 묘하게 고통스러우면서도 해탈한 표정이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네요. 그 정도 했으면 됐습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자기가 사랑하는 종목을 위해 할 수 있는 이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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