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박 2일 학림 다방
명절이라 텅텅 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니, 가장 오래된 다리니.. 뭐 이런 곳을 찾아 나섰는데,
데프콘이 찾아간 학림에서,
첫 손님이 들어오니 사장님이 마구 당황하시면서
저 손님께는 운명을 틀어드려야 한다며 30분동안 LP로 운명교향곡을 트네요.
그런데 대박인 것이, 그 첫 손님이 뒷모습밖에 안 보였지만
아무리 봐도 백기완 같았어요.
백기완이 학림 단골인 것은 유명한 사실이구요.
백기완 정도면 얼굴도 보여주고 인터뷰도 따면 좋았을텐데..
입담이야 대한민국에서 알아주시는 분인데..
그런데 설날 당일 아침에 학림에 나타나시다니... 정말 쿨한 신세대이십니다.
학림다방은 늘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의 단골...뭐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되는데,
사실 이제는 굳이 대학과 연관시키자면
성균관대학교나 서울 의대와 가까운 장소인데도 추억팔이만 하네요.
학림도 그렇고, 아무리 대학문화가 사라졌다 어쩌고 해도,
그래도 아직도 대학 앞 상권이 좀 인간적인 것 같아요.
제가 다닌 학교 앞도 30년 넘은 복사집, 사진방, 문방구가 여전하고,
분식집, 중국집도 남아있는 곳이 많아요.
일하시는 분들 특징이 안 늙고, 점잖으시더라구요.
친절하지는 않아도 험하지는 않다고 할까요?
요즘은 서울에서 안 변한 곳을 찾기 힘들어그런지,
어디든 오래된 곳이라고 하면 정이 가고, 음식집이라면 맛을 떠나서,
찻집이라면 분위기를 떠나서 좀 찾아보고 그러고 싶어요.
공간적 기억상실이 올 것 같은 서울에서 살다보니 그러네요.
학림도 반갑고, 백기완님도 반가워, 중얼거려봅니다.
학림을 이십대에 어떤 이유로 자주 갔었는데요, 도무지 그 어떤 이유가 어떤 이유인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샘터 파랑새 극장에 있던 반지하 카페는 붉은 벽돌이 좋아서 자주 갔었고, 소금창고는 개 보러 갔었고, 평균률은 인테리어가 좋았지요. 슈만과 클라라에 앉아서 횡단보도 건너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좋았어요.
학림과 백기완님이라니, 이십 년쯤 세월을 뛰어넘은 기분이네요.
반가운 이름이 나와서 뻘플 달아 봅니다.
학림을 간 건 이곳들과 맥락이 달랐는데 외양이 좋아서가 아니었다는 딱 그것까지만 기억이 나고 정작 왜인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을 되살리려고 학림으로 검색을 해 봐도 제가 거기 끌렸을만한 마땅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윽 폰으로 썼더니 문장 순서가 엉켰네요.;;;
다락 자리가 좋아요.
오래전에 학림에서 틀어줬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