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또 하나의 약속" 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삼성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또 하나의 약속"으로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몇 년동안 알고 있었으나 외면하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알고 있으나 할 수 있는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면했던 진실. 영화화되고 상영관에서 직접 보게되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요. "파이란"이후로 영화관에서 이렇게 울었던 영화는 없었어요.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재판과 현실이 마음을 계속 착잡하게 합니다.

 

이 영화가 이만큼이라도 상영관에 걸리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을텐데 낮이라 그런지 영화관 안에는 열 댓명 남짓한 관객들이 있었습니다. 최소한 다음 주까지는 걸려있어야 할텐데 이번 주에 내려가는건 아닌지 안타깝네요. 의무감으로 봐줘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적인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박철민, 윤유선, 김민선 씨외에 조연 분들까지 눈여겨 보게 되더군요.) 집중력있게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합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몇몇 글을 보게 되는데 저는 이 정도의 완성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생각한건 사건에 너무 집중된 마음이라서일까요. 영화적으로도 저는 충분히 완성도 있다고 확신하는 편이에요.

 

몇 년 전(지금 찾아보니 2010년) 칼라TV 정태인 선생님의 프로그램 "호시탐탐"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고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남편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정애정씨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연히 이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그 당시 인터뷰에서 정애정씨는 앳되고 평범한 아이엄마로 울분에 차서 삼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무척이나 담담하고 잔잔한 톤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평범한 모습과 잔잔한 목소리가 내게 더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황상기씨와 "반올림"의 존재도 알았고 몇 명 안되는 분들이 모여서 힘겹게 삼성과 싸우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그 당시는 이 상황에 대한 상당한 충격과 분노를 느꼈으나 의식,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회 문제들처럼 그 후 몇 년동안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반올림"도 더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한동안 시사잡지를 열심히 읽거나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때도 있었지만, 사회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분노와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뿐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는 정신적으로 해로운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직장 끝나면 예능 프로그램보면서 웃으면서 사는게 제 일상이었어요. 뉴스 프로그램은 우연히라도 보게되면 채널 돌리고 남들이 전해주는 굵직한 뉴스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살아도 별 상관없었습니다. 나는 살기 바쁘고-사실은 빈둥빈둥 놀면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는데- 내 삶을 꾸려나가는데도 피곤하고 혹시라도 이런 문제에 얽히면 어떤 불이익이라도 받게 되는건 아닌가 피하고 싶었던 것이죠.

 

 

'나같은 사람의 무관심이 이들의 비극을 더 키워왔겠구나'라는 죄책감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고 지금에서야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다시 칼라TV의 인터뷰(아직도 있네요! "호시탐탐 특별기획 삼성을 생각한다 3편")를 비롯해서 방송 프로그램(몇 개 되지는 않네요.)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반올림"을 비롯해서 당장 어떤 큰 도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관심만 가지고 있었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을텐데 왜 무조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고 살았는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겨울왕국" 상영관들을 도배하고 있고 듀게에도 글이 넘치는데(저도 오랜만에 디즈니 영화 푹빠져서 즐겁게 봤고 Let it go도 계속 듣고 있는데)

  "겨울왕국"만큼이야 바랄 수 없어도 한 명이라도 "또 하나의 약속" 더 봤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 먼지 없는 방 - 이라는 만화도 많이들 보시면 좋겠습니다.

      • 네, 책도 나왔군요. 꼭 찾아서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가장 아쉽단말이죠. 지금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자본인가 봅니다.
      • 원래 제목은 뭐였나요?

      • 또 하나의 가족으로 할려고 했을거예요. 삼성그룹이 캠페인으로 썼던.
        • 크레딧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또 하나의 가족 후원모임이었나 가물.

    • 삼성측의 압력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 정도의 상영관에서 상영을 한다는건 기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나 많은 압박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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