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여인의 초상 - 스포일러 있습니다.
무비스타님이 자극주신 덕분에 보게되었습니다.
감사의 마음. 추천 주신 작품은 영화든 책이든 실패하는 일이 드무네요.
0.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즐기면서도, 즐기는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데이지 밀러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검열 회로가 돌아가는지
제가 이 영화를 재미있어 하는게 정당(?)한지, 허영이라거나 고전에 대한 사대주의(?)의 심정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가능한 객관화해서 보려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좋은 평론가 분이 이 영화의 가치와 오늘날 우리가 감동하게 되는 이유를 잘 풀어주시면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지나가듯 보았던 책의 두께는 상당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추측으로 어렴푸시 이해했던 감정선들이나 사건의 전후관계는 책을 통해서는 훨씬 쉬이 이해되겠지요.
당장은 책까지 읽을 확률은 50:50이네요.
1.
마침 "주역 계사 강의"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난이경이(重難而輕易)라는 말이 나옵니다. "멀고 높아서 손이 닿을 수 없는 것을 중시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눈앞의 것을 경시한다" 는 의미입니다.
보통 여자들은 꿈에도 그리는 엄청난 재력의 영국 신사도, 미국에서 사랑을 쫒아온 미남도 이자벨에게는 너무나 쉽게 얻은 것이라 경시하는 마음이 생기나 봅니다.
또한 어린 처녀로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들에 대해,
과연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보고 그러는지 자기 자신도 몰랐기에 물러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을듯도 싶습니다.
2.
멜의 사주를 받아 오즈먼드가 이자벨을 유혹하는 부분은 존 말코비치의 또 다른 영화인 "위험한 관계"가 떠오릅니다.
존 말코비치의 연기도 두 영화가 상당히 유사합니다.
젋은 연인이 나온다는 부분도 비슷하군요. 하지만 멜도 피해자일 수 있는 점. 이자벨은 단지 철없거나 순수하기만 한 희생양은
아니라는 점이 다르겠습니다.
오즈먼드가 말로 이자벨을 옭아메어 결국 1년이나 지나서도 마음 속의 그 말에 메어 결국 그와 결혼하는 것은 "언령"이라는
표현이 생각나게 합니다. 태백산맥에서도 염상구가 마을 남자에게 고추가 서지 않을거라 저주를 퍼붓지요.
그러자 그 남자는 정말 이후로 남자구실을 못하게 되구요.
3.
사촌 오빠의 바람대로였다면 이자벨은 어떤 여자가 되었을까요?
사촌 오빠가 정말 대단했던건 사랑했던 여자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빤히 보면서도 선을 넘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지인이었다면 미친듯이 반대하고 결국은 마음 상해서 갈라서기 십상이었을텐데 말이죠.
4.
이자벨은 잘못된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후 그를 떠나지 않았을까요?
오즈먼드를 떠나는 것이 그녀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시의 관습이 떠나는데 크나큰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었을까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책의 도움이 필요하겠습니다.
5.
제인 캠피온 감독은 정말 배가 빵빵하게 부른 느낌이었을 듯 합니다.
최고의 고전을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영화로 만들어나가지 않았을까요?
-하긴 당시는 비고 모텐슨이나 메리 루이스 파커, 그리고 크리스천 베일은 네임벨유가 아직이었으려나요?
과찬이싶니다. ㅎ
나름 오맹달님의 글에 덧글을 달아 봅니다.
1.중난이경이(重難而輕易) 참 좋은 표현같습니다. 세겨놔야 겠습니다. 막상 저런 상황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는데 주역에 그말이 있다니 역시... 본래 너무 쉬운것은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죠. 우리의 젊음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총각때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자고나면 날아 다녔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죠. 생각도 똑같다고 봅니다.그래서 젊음 시절 고민은 인생의 중요한 길잡이가 되지 않을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군요.
2. 꿈도 꾸지만 현실적 이사벨을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안정과 풍요도 때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안전장치를 두는게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이사벨은 너무 안이했다고 봅니다. 오즈먼드가 나를 꿰고 있는 고리는 과연 뭔가? 왜 고뇌를 하지 않았을까요? 영화속은 약간 설명이 부족하지만 그 부분은 젊다는걸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약간 허술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젊은 이사벨은 얼마나 똑똑합니까? 말 몇마디에 감전 되듯이 결혼을 한다니 믿기지가 않을 정돕니다.(반했다는 것이 맞겠죠)
3.사촌오빠는 이 영화속에서 가장 신사적인 사랑을 한 인물로 보였습니다. 대단한 사람이지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옆에 있는데 이사벨은 눈에 뭐가 씌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물론 죽고난뒤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고 본래 사라질때 그 중요함을 느끼는 인간의 우매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4. 저역시 이부분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인데 왜 계속 오즈먼드와 같이 있었을까요? 결혼이후 하나씩 밝혀지는 진상들은 그녀로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주위의 시선 때문에? 나라는 인간의 뱉어놓은 말때문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부분인데 그 시대에는 이혼이라는게 쉽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만 어땠을지 모를 일입니다. 요즘은.... 말안해도 다들 아시겠지만.
5. 아무래도 여자감독이 만들어서 더더욱 현실감이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감독에게 고마움이 느껴지더군요.
초반 존길거드(사촌오빠 아버지)의 결혼 권유와 이사벨에게 판단의 시간을 주는 모습을 보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젊다는건 많은 합당한 조언들을 왜 무시하는걸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나이때는 그랬죠. 저역시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하고 싶은걸 했으니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강요도 하지 않고 인생의 어른들의 말은 왜 들어주지 않는걸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유예의 시간도 없었죠. 사촌오빠의 프로포즈, 사촌오빠 아버지의 권유 모두 거절했습니다. 아마 이사벨은 하고 싶은걸 이뤄주는 더 현실적인 제안일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멜과 오즈먼드의 음모에 한방에 넘어가버리 허탈감이 이루 말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일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만 민태원의 청춘예찬이라는 글이 생각나면서 한없이 한없이 이사벨의 안타까움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1.중난이경이(重難而輕易)는 주역에 나오는 말이라기 보다는 저자 남회근 선생이 주역의 뜻을 풀이하며 (아마도 중국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가져온 것입니다.
2.사채꾼 우지시마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급 인간 심리전문가이자 그 지식을 자신의 악행에 이용하는 오즈먼드앞에 이자벨은 그 뜻과 기상은 가상하지만 인생에 대한 경륜이 너무 짧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23살을 돌아보면 술먹는거 밖에 없었으니 이자벨을 비난까지 할 수는 없더군요. 오즈먼드는 심지어 돈과 지위를 가볍게 여기는 이자벨의 올곧은 심성마저 역이용했다고 봅니다.
3.좋게 생각해서 자신에게 넘치는 행복이 밀려옴에도 당장은 미모와 원석상태의 아름다운 마음가짐 뿐이었기에 그런 행복을 감당할 자격을 만들어가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4.안나 카레니나도 대략 비슷한 시대상을 보여주었다 싶은데, 어찌보면 저 당시가 훨씬 정부를 가지거나 사랑을 찾아 넘나들기 쉽지 않았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5.제인 캠피온. 책을 봐야 하겠지만 미묘한 심리가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되는 방대한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 생각하면 단순히 요약이 아닌 하나의 어엿한 영화로 드러내준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