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기회가 닿으시면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반말투 양해 부탁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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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알고 있던 것.
-흔한 이름 한나에 처음 들어보는 세련된 성 아렌트.
-2차 대전후에 매우 끔직한 짓거리를 평범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함.
한나 아렌트가 궁금하긴 하나 전공자도 아니고, 직장과도 관련없는 그녀를 파고 들어가기는 머뭇거려지니
그녀의 전반을 알 수 있는 영화를 전체 그림을 그려보는 도구로 사용해보자는, 공부의 수단으로 보았음.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영화일 줄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인류의 자랑스런 인물을 "여성국제영화제"에 상영하여 여성이라는 한 부분을 내세웠을까? 아쉽.
세이클럽 잡퀴방에서 매일같이 놀던 때가 있었는데 너무나 똑똑하다 싶은 분이 계셨다.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궁금한 것, 생각을 나누고픈 것이 있으면 꺼내서 이야기하고 싶은 분이라 이야기드렸었다.
한나 아렌트는 그런 여자였다. 뇌가 섹시한 여자. 뇌가 사랑스러운 여자.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결기가 있는 매력적인 여자.
1.
한나 아렌트의 스승이자 첫 연인은 하이데거였다.
그에 대한 판단은 다양하여 어줍잖게 보태기는 망설여지지만
놀라운 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현실의 오똑함이 아니었을까?
나치에 부역했다지만 나치에게도 홀대당하고, 전후에는 나치부역자로 욕을 먹은 인물.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따지면 새누리당에 붙어있던 김종인이나 이상돈 같은 인물이랄까?
결국 하이데거는 끝까지 진솔한 사과까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그를 용서하고 사랑해줄 기회마저 박탈했다.
이 지점은 서정주를 떠오르게 한다.
2.
나치 학살의 핵심멤버인 아이히만을 (불법으로 납치해) 예루살렘으로 데러와 법정에 세운다.
영화에서는 당시의 실제(로 보이는) 자료 영상을 영화에 넣어 보여준다. 아이히만의 육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아이히만의 주장은 한마디로 나치 조직의 한 부품이었다는 것이다. 시켰기에 했고 그 너머를 볼 수 없었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유태인들과 한나 아렌트간의 간극이 생긴다.
유태인들은 아이히만을 악마로 만들고 싶었다. 무척이나 끔찍한 악마의 속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즐거워 못 견디는 악마.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지극한 평범함을 보았다. 대기업 중견사원처럼 매일같이 자기에게 맡겨진 업무를 충실히 할 뿐인 사람.
그렇다면 그녀가 본 아이히만의 죄악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끌려가면 어떻게 되나? 죽으려나? 죽어도 싼 사람들인가? 죽음을 선고하는 논리에 오류는 없나?
-만약 논리적 오류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는가? 저항해야지 않나? 저항하면 내 미래,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결론 : 아, 몰라몰라. 당의 훌륭한 지성들이 어련히 알아서 판단했겠지. 나는 판단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시키는 것만 하자.
3.
유태인들은 독일 나치, 아이히만을 악이라 보았고, 피해자인 유태인을 선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생각하지 않음을 악이라 보았다. 즉, 유태인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맞았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미사일을 퍼부으며 즐기는 악마 유태인들을 보고 있다. 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하지 않음의 반대를 대한민국에서도 이야기했다. 생각하자.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비아냥의 도구로 전락한 감이 있지만 나는 깨시민이라는 단어를 소중히 간직하겠다.
4.
한나 아렌트가 진정 유태인들에게 미움을 받은 건 다른데 있었다.
유태인들이 수용소에 참으로 순종적으로 줄지어 끌려간 건 유태인 지도자들의 나치에 대한 넉넉한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협조 역시 생각하지 않음이 원인이었다.
-우리는 돈도 많은데 도망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도망가자 했다가 재산 날려먹으면 내가 욕 다먹겠지?
-나치에게 거부하면 바로 나를 잡아가겠지? 나는 어떤 판단을 해야하지?
-결론 : 아, 몰라몰라. 생각하지 말자. 판단하지 말자. 나치의 판단에 모두 맡기고 충실히 따르기만 하자.
나는 판단하지 않았고, 의사결정 하지 않았기에 책임이 없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저항은 불가능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협력 역시 옳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항과 협력사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고뇌하고 의사결정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차이가 나오는 것이다.
5.
여기까지 생각을 끌고와 보니 난감한 사안이 내 앞에 서있었다.
교학사는 어떻게 해야하나? 명성황후 시해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왜 해야 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맞는가?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
-교학사는 일본인을 정당화 하려는 것이고, 한나 아렌트는 나치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문제를 이해해야 극복할 수 있다.
6.
만델라는 흑인이었기에 흑인의 자제를 요구할 수 있었다. 그는 백인 다 때려죽이고 흑인천국 만들자 하지 않았다.
룰라는 노동자였기에 노동자의 양보를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자본가들 다 때려죽이고 노동자천국 만들자 하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 자신이 수용소에서 죽을 뻔했다. 그러했기에 그녀는 나치가 왜 그러했는지 따져볼 최소한의 권리를 가졌다.
7.
이야기가 길어진다... 누가 읽을 것도 아닌데...
한나 아렌트는 그녀가 옳다는 것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등을 돌려야 했다.
한스, 쿠르트... 그야말로 평생의 친구, 가족같았던 이들이 배신당했다며 그녀에게 울분을 토했으며
수많은 유태인들은 그녀를 마녀보듯 했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 인류를 안았다. 신과 대화했다.
8.
"악은 평범하지 않고 극단적이다. 선만이 오직 깊고 근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