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데이지 밀러 - 한없이 솔직했던 그녀(스포 있습니다.)

존댓말을 쓰다가 어느새 반말이 되는 엉망글입니다. 

참고삼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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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장하고 있는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대출한 책에 순서가 밀리게 됩니다. 

(저와는 참 대조되게) 신중하고 꼼꼼한 책이야기를 나눠주시는 무비스타님이, 이번에 헨리 제임스 

이야기를 꺼내주시는 데 자극을 받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기도 합니다. 


1.

이런 "명작"을 읽게 되면 고민하게 됩니다. 

진짜 고전인가? 아니면 고전이라는 명성에 나의 감상이 휘둘리지는 않는가? 

읽고난 결론은 현재의 나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지는 못하였지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으며,

이 책이 출판된 당시의 미국과 유럽에서의 반향은 상당했으리라는 겁니다. 


2.

헨리 제임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선구자라 하는데 솔직히 "적과 흑"의 스탕달의 방식과의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다. 


3.

우선 줄거리를 요약해보고 싶다. 

생기발랄한 미국 아가씨인 데이지 밀러는 유럽에 와서 지내며 

유럽의 엄격한 분위기와 부딪히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본질을 버리지 않고

꼿꼿이 지켜나가다 병으로 죽고 만다. 

미국 태생이지만 유럽에서 자란 윈터본은 너무나 다른 데이지 밀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왕좌왕하다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4.

유럽의 '고상한(?)' 문화에 잘 적응한 워커 부인의 데이지 밀러에 대한 비난을 

통해 그녀가 직면해야 했던 유럽의 현실을 옅볼 수 있다. 

"여기서는 절대 하지 않는 짓은 죄다 했죠. 아무 남자하고나 어울려 시시덕거리지를 않나, 정체불명의 이탈리아 남자들과 구석진 자리에 같이 앉아 있질 않나. 같은 파트너와 저녁 내내 춤을 추기도 하고, 밤 11시에 방문객을 맞아들이기도 하고요. 그녀의 어머니란 사람은 손님이 오면 오히려 자리를 피해 준답니다.(P133, 펭귄 클래식)"

이 글을 읽으시는 여성분들은 저런 것 가지고 매우 부도덕한 여자 취급을 받는 다는 것에 분개

하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만약 저런 시대를 살아야 했다면 데이지 밀러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되물어보면 과연 몇 명이나 그렇다 말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데이지 밀러 같은 여자를 비난하는 편에 서지만 않아도 다행일지 모른다. 

아직도 우리는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필 "용기"가 있는 여자가 드문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핵심은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남자들과 애무나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닌데 교류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

-나이든 여성과 함께가 아니라면 산책도 못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나아가서, 왜 남자들은 길에서 담배를 피고 다니는 데, (여성인) 나는 왜 쭈뼛거려야 하는가?


한마디로 데이지 밀러는 1980년대 서울 도심 한 복판을, 당당하게 담배 꼬나물고 걸어갔던

여성이라 볼 수 있겠다. 


5.

윈터본은 참으로 한심한 인물이다. 미국 태생이지만 유럽에서 성장한 헨리 제임스를 

상당히 반영했으리라 생각되는 이 인물은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데이지 밀러가 

나고 자란 미국에 대한 정보는 적다. 

그래서 데이지 밀러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음탕한 그녀의 모습이 미국에서는 흔한 문화인가에 대해 

판단이 흐릿했다. 자신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홀려 판단의 공정성이 흐트러지진 않았나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유럽의 기준도, 미국의 기준도 아닌 "제로 베이스"에서 데이지 밀러를

판단해야 했었다. 그랬어야 그녀의 진심을 볼 수 있었다. 


6.

마침 니체 동영상 강의를 보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니체는 여성을 셋으로 나눴는데 그 중 하나가 거세된 여성이다. 

남자들이 바라고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연기하는 여성이고 결국 그 연기가 자기자신이 된 여성.


헨리 제임스의 소설속 고상한, 유럽화된 미국 여성들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오히려 유럽 여성보다 더하다. 마치 "데이지 밀러는 우리 미국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하는게 

아니에요. 그녀는 우리들의 수치에요." 라고 말하며 겨우 따라잡은 유럽 수준에 책을 잡힐까 

두려워한다. 


둘이 직, 간접적으로 교류했을지는 모르지만 동시대를 살며 서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7.

기타등등.

-스위스와 로마의 지명들이 자주 나오는데 직접 가보고 싶었다. 

-참 신기한게 막 열심히 읽었었던 해리포터 시리즈와 호그와트 도서관 시리즈의 역자와 

이 소설의 역자가 "최인자"님으로 동일 인물이다. 


    • 6. 겨우따라잡은 유럽 수준에 책을 잡힐까 두려워 한다 <- 이부분이 인상깊네요.



      현실에서도 많이 보이는 모습이지요.



       



      책흥미롭네요 근데 책을 읽는다한들 좋은감상이 나오기 힘든 저라..



       



      저는 지독히도 형식에 얽매이는 사람이라서, 남들 눈 남들 이야기등등, 두려운게 많은사람이예요.



       



      아마 워커부인같은 사람에 가까울껄요. 저는 보수적이기로 한도끝도 없구요.



      이젠 좀 버리기로 했지만,



       



      데이지 밀러라는 인물같은 친구를 만나서 저도 윈터본이라는 인물같이 혼란을 겪었어죠. 지금도 겪고있어요.



      기준점이 변한다는건 인생의 큰 흔들림이잖아요.



      저는 정형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저를 연기하면서 산다는 생각을 종종했는데..



       



      제친구가 너무 대담해서 저는 차마 못하는 행동, 그리고 해놓고는 눈치볼 행동, 그리고 아마 남이했으면 제가 욕했을 행동들을 하고다닙니다.



      그런데, 그친구는 그게 자신이라는걸 싫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좋아요. 근데 저는 그게 안되서 제가 싫더라구요.



       



      아직도 멘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윈터본과 같은지도 모르죠 ㅎ

      •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윈터본만큼 자각한다는 것만 해도 앞으로 나아감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원터본을 깔만한 자격은 없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해서 자신이 떳떳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에 태어났어도 강간당한 누이에 돌을 던지지 않는,


        이스라엘에 태어났어도 팔레스타인에 미사일을 퍼붇는걸 끔찍해 하는,


        아우슈비츠 경비병이 되어서도 탈영을 시도하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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