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예민함

 


 저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인성검사를 했는데, 성격에 '이상'표시가 된 부분도 '예민함'이었어요. "**"가 선명하게 찍혀있던 그 종이가 아직 선명히 기억납니다.20대에 여러 인간관계나 혹은 여행을 하면서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상대 -외국인-에게도 저는 그런 식으로 느껴지는 사람이었어요. 물론 그런 예민한 반응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더 강한 편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어요. 영화,음악과 같은 메시지를 접할 때마다 저의 예민함이 큰 감흥을 주는 이유도 되었기에 그런 타고난 성격에 불만은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소심한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둔감한 사람'을 안 좋아했어요. 타인의 감정에 둔감한 사람. 타인의 느낌에 관해서 시쿤둥하거나 그들의 불쾌함마저 무시해버리는 둔감한 사람이 싫었죠. 그들 중에는 '나름대로 예민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문제는 항상 자기 가슴에만 예민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는 너무나 솔직하고 소중히 다루는데 타인의 감정에는 별 반응이 없던. 결과적으로는 둔감한 사람들이 있었죠. 그런 사람들 중에는 또 타인의 행동에 너무나 자주 불쾌감을 느끼는데 정작 자신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의 자의식으로만 가득찬 예민함을 싫어했고 아마 앞으로도 무조건 멀리할 대상 1호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에서 결국 안좋게 끝난 사람들은 다 그런 둔감함이 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또한 그런 예민함이 아니었나 라고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예민한다는 것은 정말 타인의 반응과 감정에 대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감정과 반응에 대해서만 일까. 사실 이걸 구분한다는 것은 인셉션의 코브가 현실과 꿈을 구분하는 것처럼 어려운 문제겠죠. 내가 그 사람을 만지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이 실은 자신의 꿈 속에서 (자의식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일이니까요. 어려운 말로는 주체와 타자 , 타자 안의 주체.. 주체 안의 타자....뭐래......(;;;)


듀게가 오랫동안 닫혀 있는 동안 저는 제 할일을 하면서 또 이제는 오래된 친구들과 가끔 놀면서 혼자 술도 마시면서 (ㅠㅠ)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피로감이 쌓여있었어요. 뭔가 축적된 감정과 반응들에 스스로 지쳐버린 느낌이랄까. 또한 점점 누그러지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어제 일처럼 지난 날의 모두가 생각나는 자신에게 지친 상황이었죠. 아마 그런 피로감에 힘겨워 상쾌하게 일어난 아침에도 숨을 몰아쉬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시기였어요.


예전에 우연히 간호대학 교수님이랑 밥을 먹다가 " xx씨는 둔감해지는 수련을 해야할 사람이에요. 그래야 살이 찔 것 같아. ㅎ " 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있는데 저는 "저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방법이 있나요?" 물으니 교수님의 대답 " 없어요 ㅋ 타고난거지 " 라는 단호한 대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예민함이 정말 타고 난 거라면, 제 자신에 대한 감흥과 반응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서만 예민해지고 싶어요. 근데 이것도 너무 괴로운 선택 같고. 자기 가슴에만 예민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고. 

항상 문제는 '내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나만을 생각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상상하며 느끼는 걸까' 라고 자문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제가 내린 답은 '내가 느끼는 것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느낌도 소중하다' 는 어떤 평등한 의식 정도에요. 나의 느낌에 치여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건 제가 생각하는 악몽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내가 느끼는 것으로 가득한 꿈에서만 사는 사람 같고. 제가 원하는 모습은 꿈 밖에서 나와 적당히 '나'는 무시하고 적당히 '너'를 받아들이면서 치사량에 닿지 않을 만큼의 예민함만 갖추는거죠. 그러면 참 섹시해질 수 있을텐데. 하지만 안될거야. 아마. 














    • 여러모로 공감가는 글이네요.

      제가 요즘 새삼 느끼는건 사람을 참 잘 만나야겠다라는 거에요.
    • 자신에게만 향하는 예민함도 훈련을 하면 나아집니다. 당연하겠지만서도요. 하지만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쉽게 본성으로 돌아간다 생각듭니다.

    • 저도 둔감한 사람들 별로 안 좋아했는데....알고보면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 그렇게 보이고 싶을 뿐인 경우도 많더군요... 남자들은 특히, 그런 사람들을 남자답다고 얘기하니까.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면 다 여린 구석이 있고, 상처도 많고 남의 눈도 신경쓰고... 그치만 안 그런척 하는게 남자답다고 생각하고그렇게 사는 거죠. 어찌보면 사람은 다 자기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의식하는 것을 인식한다는것 그리고 그 감정의 진위조차 의식하는것 역시 자신의 감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란게 자신이 추측하는 상대방은 이럴것이다 라는 나의 감정일뿐


      정작 다른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는 그 사람이되기 전까지는 모르는거죠.


      물론, 화가 나겠지, 기쁘겠지, 슬프겠지 라는 정도의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어떤 기쁨인지 어떤 슬픔인지는 타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수가 없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며 느끼는 감정이나 나만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이나 둘다 결국에는 나의 감정일뿐입니다. 내가 느끼니 나의 감정인거죠. 내가 비록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느낀다고 해도 그건 다른사람의 입장을 상상하는 나의 감정일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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