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 오네요
설날이네요. 전에는 음력설 쳐주지 않더니 이제 위치가 바뀌어버렸어요.
어릴적 명절이라면 기억나는 건 연휴 내내 찾아오던 손님들이었죠. 커서 생각해 보니 외아들에 장남인 집에 시집와 며느리 노릇을 도맡은 어머니에게 악랄한 시월드였겠다 싶어요.
할아버지는 보스 기질이 강하신 분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명절날 되면 일단 당숙아저씨네 부터 친가쪽으론 무더기로 찾아왔습니다. 아침이 되면 할아버지는 한복 차려입으시고 세배 받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셨구요.
제일 먼저 당숙아저씨네 식구들이 큰 집인 저희집에 옵니다. 작은 할아버지 내외분 부터 당숙아저씨들 까지 오면 안방이 꽉 차버렸습니다. 어머니 혼자 준비하는 게 안쓰러운건 아닐꺼고 으레히 여자 어른들은 부엌으로 가서 음식을 차려내기 시작했습니다. 추도식을 마치면 고모할머니 댁 식구들이 몰려옵니다. 이 정도 되면 안방은 이미 꽉 찼고 마루에 큼직한 상이 펼쳐지면서 술상이 벌어집니다. 여기다가 당숙아저씨네로 부모님과 저희 식구들이 답방을 가거나 용인에 있는 산소까지 가게 되면 그날 하루는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휘리릭 가버립니다.
여기서 끝나는 설이 아닙니다. 당숙 아저씨네에 증조할아버지 산소가 있어서 거기 성묘를 가고 잠깐 앉아있으면 전화가 옵니다. '서울에서 고모들 내려온다고'
그러면 다시 고모네 맞으러 집으로 갑니다. 좀 있으면 고모네 식구들이 내려오고 다시 집안이 꽉 차죠. 그리고 밤 9시쯤 되면 다들 서울로 올라갑니다. 가고 났을때는 집안이 공허한 기운이 꽉 들어찹니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은 부지런히 뒷 정리를 하고 다들 피곤하니 대충 치우면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남으실 분은 남으시고 가실분은 가셔서 그렇게 성황리에 펼쳐진 명절은 기억속에 남게 됐습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조카와 함께 '겨울 왕국'을 보러 갈까 합니다.
'Do you wanna build the snow man?'
전두환이 '구정'을 연휴로 해주면서 어느 사이엔가 설날이 역전을 하게 되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안쳐줄 때가 있었나요 기억이 잘 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