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 이브의 모든 것,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

여행 가는 길에 비행기에서 대충 12시간 있었는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를 봤습니다. 대충 영화와 책에 대해서만 간결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1. 제임스 딘 나오는 에덴의 동쪽


제임스 딘이 미치광이처럼 배회하며 괴로워 하는 것을 보는데, 그 연기 자체가 훌륭하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더군요. 다만 제임스 딘의 매력과는 별도로 영화 자체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가 한 여자를 두고? 출생의 비밀? 결말? 제임스 딘의 우수한 얼굴과 그 안에 담긴 자유영혼의 연기만이 볼 값어치를 하더군요. 순수함과 반항심이 가득한 얼굴에서 고전적인 미치광이 영웅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진부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일찍 죽었어요. 


2. 이브의 모든 것. all about eve


아주 근사한 영화였어요. 보는 내내 재밌더군요. 이브 해링턴 역으로 나온 앤 벡스터의 얄미로운 연기도 연기지만, 정말 마고 역의 베티 데이비스는 눈에 부실 정도로 우아했습니다. 전 이 영화 보고 베티 데이비스의 팬이 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 역할이 약간 저 자신을 보는 느낌도 있긴 했어요. 열정적이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점이 좀 그랬네요(연애하는 모습이 똑같다고 말하는 게 정직하겠네요. 그래도 저는 만약 이브처럼 내숭쟁이로 연애한다면 불행할 거예요.) 마고의 고민은 인간이, 여성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입니다. 시간이 인간을 노화하게 만들고, 나의 매력도 언젠가는 변할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아직은 아무런 변화도 없는 얼굴을 거울로 매일 확인하면서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겠죠. 언제나 빛나온 무대 위의 배우로서 자신을 향한 박수갈채도 끝이 날 것이고, 퇴장해야 하는 배우는 자신의 배역을 맡은 새로운 존재를 미워하게 되겠죠. 


그렇지만 전 마고가 개인적인 삶 속에서 행복을 찾은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3.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


간만에 본 소설책들 중에서 매우 신선한 소설이었습니다. 신선도 자체는 보르헤스 이후로 간만이에요. 끊임없이 반복적인 묘사와 즉흥적인 변주는 집요할 뿐더러 순수하다 말할 수준의 형상화였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고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하며 하나하나씩 퍼즐을 맞추어 나갑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듯 이미지들을 그려나가며 머릿속에서 질투를 찾아갑니다. 당시에 출간되었을 때 논란이 있었던 것 같지만, 문외한인 저로서야 매우 즐겁고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도 재미있는 영화인데, 사실 두 개가 묘사방식이 느낌이 비슷합니다. 그에 대해서도 나중에 또 이야기하고 싶네요.

    • 듀게가 전혀 닫힌 일이 없는 것처럼 글 올려서 섭섭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8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0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