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모 블로거 리뷰 인용
“... Its ending feels anti-climatic compared to what we saw for more than 2 hours and 50 minutes, but the movie is a rare emotional experience to be seen and absorbed, and, as I was watching the ending, one of few French expressions I know came to my mind: C’est la vie.”
(***1/2)

[Ain’t Them Bodies Saints]
모 트위터 유저 인용
“Slow but rewarding thanks to its good mood and some unexpected performances.” (***)

[돈 존]
조셉 고든-레빗이 주연뿐만 아니라 감독/각본도 맡은 [돈 존]은 [셰임]의 코미디 버전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밤마다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들에게 작업 걸고 매번 성공하는 우리의 훈남 주인공 존은 섹스보다는 야동에 더 끌리는 편이고, 그러니 그는 혼자만 있다 싶으면 휴지 준비한 가운데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이리 저리 둘러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게 된 바바라와 사귀기 시작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의 포르노 중독이 문제가 됩니다. 존의 포르노 중독과 바바라의 로맨틱 코미디 중독을 대비시키는 등으로 여러 재미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지만, 영화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면서 미지근해지고 스칼렛 요한슨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 조연인 줄리앤 무어도 기능성 조연에 머무릅니다.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이지만, 본 영화로 고든-레빗은 자신이 영화 하나 매끈하게 만들 줄 안다는 걸 보여주었으니 다음번에 이보다 더 잘하길 빕니다. (**1/2)

[로렌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의 줄거리를 대충 듣고 상영시간을 확인해 봤는데,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상영 시간에 전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줄거리 자체는 2시간 정도만으로도 충분하게 보였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꼭 이렇게 길게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감독 자비에 돌란은 담담한 분위기 와중에서 간간히 스타일을 분출하면서 좋은 순간들을 자아내고, 주연인 멜빌 푸포와 쉬잔느 클레멘트의 연기도 볼만 합니다. (***)

[프라미스드 랜드]
에너지 대기업 직원 스티븐 버틀러는 그를 보조하는 수 토마슨과 함께 펜실베니아 주 한 작은 농촌 마을에 내려오는데, 그들의 임무는 그 지역 내 천연가스 채굴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그들 소유지들을 임대해주도록 설득시키는 것입니다. 한데 마을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고령의 학교 교사가 환경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의를 제기하는 가운데, 그것도 모자라서 별안간 환경운동가 더스틴까지 등장하니 지금까지 여러 마을들에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와서 점수를 따왔던 버틀러와 토마슨은 가면 갈수록 골치를 앓게 되고, 그런 와중에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었던 버틀러의 내면에 서서히 회의가 들기 시작합니다. 오스카 후보 다큐멘터리 [GasLand]에서 다루어지기도 했던 천연가스 채굴 관련 환경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치고는 이야기가 비교적 얌전하고 느긋하게 진행되는데, 이게 좀 실망스럽긴 해도 좋은 사회 메시지가 곁들여진 잔잔한 캐릭터 드라마로써 영화는 괜찮은 편이고, 맷 데이먼의 과시 없는 성실한 연기와 그의 주변을 맴도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한 편입니다. (***)

[용의자]
저처럼 극장 방문을 자주하셨다면 [용의자]를 보는 동안 여러 면들에서 기시감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편집과 카메라 움직임과 음악 등에서 제이슨 본 시리즈가 절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야기 소재는 [의형제]와 [베를린] 등의 최근 북한 스파이 관련 영화들이 연상되고, 이야기 자체는 정말 익숙한 부류의 스릴러 줄거리이니 [도망자]부터 [황해]까지 별별 영화들과 줄줄 비교됩니다. 적어도 지루하지 않는 가운데 좋은 액션 장면들도 있지만, 후반부에서부터 늘어지는 가운데 영화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는 점에서 밋밋한 인상을 남깁니다. 악보는 모범적으로 연주했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칭찬할 만하지만, 음악을 연주했다면 더 좋았겠지요. (**1/2)

[위험한 패밀리]
블레이크 가족은 겉보기엔 평범한 미국 가족 같아 보이지만 실상 이들은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 아래에 있는 마피아 조직 중요 일원과 그의 가족입니다. 이들을 왜 하필이면 프랑스에 숨어 살게 했는지는 몰라도 최근 리비에라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이들을 담당하는 스탠스필드 요원에 의해 이들은 노르망디의 어느 마을로 옮겨졌고, 곧 우린 이 가족이 얼마나 문제 많은 싸이코패쓰 인간들인지를 보게 됩니다. 남편은 회고록 쓰는 걸로 시간 보내다가 다시 한 번 성깔 드러내게 되고, 아내도 그에 못지않은 화끈한 성질 드러내고, 자녀들은 동네 고등학교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깽판치고, 그것도 모자라 배신당한 조직에서 보낸 사람들이 도착하니 애꿎은 현지 주민들만 다치거나 죽지요. 장르가 블랙 코미디이니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기는 순간들에 낄낄거릴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데,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주인공이 어느 유명한 범죄 영화의 마을 회관 상영 후 간담회에 참여하는 장면입니다. (**1/2)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별거 과정의 초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그의 최근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이혼 과정의 후반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영화는 일단 이란에서 프랑스로 날아온 아마드가 공항에서 마중 나온 마리와 만나는 모습을 보여 준 후 이들 간의 대화 장면으로 이들의 관계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한 때 부부였지만 이들은 따로 살다가 이혼하기로 했고 이제 마지막 절차를 밟을 예정인데, 서로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는 가운데 다음 날 법정에 가기만 하면 정식으로 각자만의 삶을 재개할 수 있지요. 한데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을 둘러싸고 마리, 아마드, 마리의 현재 남자친구 사미르, 그리고 다른 여러 주요 인물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영화는 이 사건과 관련된 의문들과 그걸 해결하려는 주인공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흥미를 꾸준히 자극합니다. 이들 간의 대화들을 듣는 동안 많은 것들이 드러나긴 하지만, 까면 깔수록 또 다른 의문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결말에 가서도 아무도 정확한 진상을 알지 못합니다. 영화도 모든 걸 대답해주지 않지만, 파르하디는 전작처럼 조용하지만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가운데 그의 배우들로부터 좋은 앙상블 연기를 뽑아내고, 그 결과물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들 중 하나입니다. (***1/2)

[Blackfish]
2010년 플로리다 씨월드 유원지에서 범고래 때문에 조련사가 사망한 일이 터졌는데, 유원지 측에서는 조련사의 실수로 인한 단순 사고로 포장하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문제의 범고래 틸리컴은 오래 전부터 간간히 싸이코패쓰 기질을 보이곤 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Blackfish]는 이 범고래가 어떻게 잡혀서 조련되어 왔는지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틸리컴 때문에 죽거나 다친 사람들뿐만 아니라 틸리컴도 참 안 됐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릴 때 어미로부터 생이별도 당하는 것도 부족해서 좁은 풀장과 그보다 좁은 우리에서 감금되는 가운데 낯선 범고래들과 부대끼면서 조련 받는 일생을 20년 넘게 보내게 되면 그 누구라도 성격이 X랄같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이러니 본 다큐멘터리 보고 나시면 돌고래/범고래 쇼 볼 생각이 전혀 안 나실 겁니다. (***)

[Leviathan]
[Leviathan]을 볼 때 요구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별 설명 없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조업 중인 어선 한 척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둘러다 보기만 하는 본 다큐멘터리의 건조하고 어질어질한 접근방식에 대한 끈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 어선 내 작업 과정을 정말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을 견딜만한 비위입니다. 보는 동안 어패류들이 잡히고 아작 내어지는 광경에 제 눈알들이 절로 빙빙 돌아갔지만, 동시에 초소형 방수 카메라로 잡아낸 거친 순간들엔 거부할 수 없는 생생함이 있습니다. (***1/2)

[The Crash Reel]
루시 워커의 HBO 다큐멘터리 [The Crash Reel]은 2010년 동계 올림픽 직전에 일어난 사고로 그의 선수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은 스노우보딩 선수 케빈 피어스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부터 스노우보딩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보인 피어스가 그의 친한 친구 숀 화이트과 함께 1,2 등을 다투면서 경력을 쌓아온 모습이 근사한 경기장면들과 함께 보여 지는 동안, 우린 그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동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힘겹게 재활하는 피어스를 많이 보조해주면서 동시에 그가 다시 선수로 활동하려는 것에 그의 가족은 그를 이해하면서도 걱정하고, 이들 간의 대화 장면들은 솔직하고 진심이 어려 있습니다. 결국에 이들이 도달하게 되는 합의점이야 예측 가능하지만, 거기엔 상당한 감동이 있고, 다큐멘터리는 이 스포츠 분야의 흥분과 위험을 동시에 잘 잡아낸 균형 잡힌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1/2)

[No]
작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No]는 1988년 칠레 국민 투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197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국제 여론 압력에 못 이겨 결국 자신의 통치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여러 모로 봐서 피노체트 정권을 정당화하는 정치 쇼 그 이상이 되지 않을 것 같고 많은 칠레 국민들도 별다른 희망을 갖지 않았지만, 피노체트 반대 캠페인 홍보 자문을 맡게 된 주인공 르네 사베드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고, 영화는 어떻게 그와 다른 사람들이 재기 있는 광고 전략을 통해 판세를 뒤집었는지를 상당히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비록 사베드라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1.40:1 화면 비율의 저화질 비디오 촬영 장면들이 그 시절 자료 화면들과 자연스럽게 섞인 결과물은 상당한 사실감과 생동감을 자아내면서 영화 속 배경 시대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인도하고, 그런 동안 저는 당연히 요즘 대한민국에서 보여 지는 희한한 광경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1/2)

[Four]
크리스토퍼 신의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을 각색한 영화 [Four]는 7월 4일 밤을 무대로 한 조그만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40대 중년 유부남인 조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안면을 튼 십대 소년 준과 만나는 동안 조의 아내를 돌보기로 했던 조의 딸 애비게일은 어느 정도 알고 지낸 중퇴생 덱스터와 함께 데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영화는 8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이 어떻게 이 밤을 보내는지를 관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할 법한 일들 한두 개 터지는 것 외엔 영화는 잠잠한 편이지만, 좋은 4인조 연기 덕분에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동안 주인공들이 겪는 혼란과 외로움은 조용한 여운을 남깁니다. (***)

[풍경]
장률의 소박한 다큐멘터리 [풍경]에서 14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들 꿈들에 대해 차례차례 얘기하는 모습은 처음에 사소해 보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풍경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는 매우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이를 따라가다 보면 화면 뒤에 뭔가 쌓여가는 게 느껴져 가고, 그러기 때문에 영화 끝에서는 상당한 여운이 남습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