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를 봤습니다.



(라임라이트 스포일러가 있어요)

 그 유명한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의 분장실 장면입니다. 두 전설적인 광대들이 동시에 한 컷에 잡히는 순간 두 명이 가지는 무게감 만으로 '헉!'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은 둘이 실없는 이야기나 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장면인데도 말이죠.

 이 뒤에 이어지는 두 명의 합동 공연도 재미있었어요. 스타일면에서 두 명이 전성기 시절에 엄청나게 찍었을 단편영화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더군요. 꼭 그런 단편 영화를 장편 영화 사이에 삽입해놓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옛날이라도 이 영화를 찍을 당시인 51년이면 확실히 이런 단편 영화들은 당시 유행과는 거리가 먼, 추억의 대상 이상은 아니었을텐데 그걸 영화의 가장 극적인 클라이막스 부분에 끼워넣은 걸 보면 이 영화가 찰리 채플린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영화 자체가 참 자전적이죠. 일단 주인공부터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지만 지금은 몰락한 희극 배우니까요. 사실 영화를 찍을 당시의 채플린은 영화 속 '칼베로'나 버스터 키튼 처럼 극단적으로 추락한 상태는 아니었겠지만 스스로가 세월의 조류 때문에 주류에서 밀려난 것에 슬픔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거기에 나이도 적지 않은 60살이고 하니 본인의 인생을 정리해보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그래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다가 죽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더욱 더 희극 배우로서의 채플린이 보내는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더군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런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울었다는데 어떤 심정으로 한 말인지를 알겠어요.

 그래도 예술가로서 이렇게 멋진 고별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축복받은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 영화의 채플린처럼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으며 스스로 할 수 있다면야. 사실 영화속에서 채플린은 마지막 무대를 결국 대성공시키는 데다가 20대의 아름답고 재능넘치는 발레리나가 잘생기고 키 큰 피아니스트도 마다하고 본인을 쫓아다니게 했으니 이건 그야말로 주연/감독/각본을 맡은 자의 특권!! 참 웃기기도 하고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ㅎㅎ 그래도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으니까 인정~

 그리고 이 영화에서 분장을 지운 찰리 채플린을 처음 봤는데, '방랑자'의 느낌이 전혀 없더군요. 그냥 그 나이대의 신사 같았어요. 하지만 분장은 없어도 연기는 정말.... 유쾌함과 진지함, 열정과 절망 사이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데 과연 희극과 비극을 가장 완벽하게 파악한 연기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암튼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 같아요. 만족합니다!! 



ps. 꼭 라임라이트가 찰리 채플린의 마지막 영화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찾아보니까 이 이후에도 영화를 몇 편 더 찍긴 했네요.

    • 아, 정말 최고의 영화예요. 인생은 의미가 아니라 욕망이다란 대사, 제 인생의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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