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우에는 재수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습니다. 원하는 '학과'를 갈 수 있는 조건들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문계 학교(김나지움)의 졸업성적(아비투어 성적)인데 이 졸업 시험을 다시 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졸업 시험은 보통 이틀에 걸쳐 필기 시험을 보고(가장 필수적인 과목은 독일어, 영어, 수학이며 여기에 다른 과목들이 추가됩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구두시험을 봅니다.
시험 성적에 상관없이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학교와 학과에 지원을 하게 되며 입학 정원이 있는 학과들의 경우 이를 총괄하는 기관(ZVS)에 통해 지원과 입학이 결정됩니다. 만약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입학이 안되었을 경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래 기다릴수록 우선순위가 올라가게 되어 결국 어느정도 시간이(의대의 경우 2년 정도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봤습니다) 지나면 입학이 가능해집니다.
독일의 대학 시스템은 매우 복잡해서 어떤 아비투어를 마쳤는지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종류가 결정됩니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라면 대학간의 수준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이지 교수나 학생들의 수준차이는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이나 영국 혹은 일본이나 한국 같은 대학간의 서열을 매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슈피겔 같은 언론매체가 발표하는 독일 대학의 서열은 학과에 따른 조건 비교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할 때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냐 보다는 무엇을 공부했으며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됩니다.
미술이나 음악쪽은 시스템이 또 조금 달라서 아예 아비투어가 거의 필요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나타난 학생이라면 이미 일종의 예비학생으로 음대의 교수들에게서 렛슨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아비투어 없이 음대에 입학이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음악학이나 음악 교육 등의 전공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아비투어가 꼭 필요하게 되죠.
체육쪽은 아비투어가 필수이며 체육 특기자라는 제도는 독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독일 대학 시스템의 특징은 다들 아시겠지만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습니다. 최근에 전통적인 디플롬/마기스터가 사라지고 국제적 표준인 베첼러/마스터 시스템으로 개편되면서 아직은 좀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많은 대학쪽에서는 깊이 있는 공부가 어려워졌다고 불평하고 있고 학생들은 너무 빠듯한 일정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죠. 게다가 베첼러 학위가 인력시장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도 여전히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