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내영화 추천] 불균형이 아쉬움이자 매력인 '침범'
지난 3월에 개봉했던 작품입니다. 1부의 주인공 영은(곽선영)은 수영강사를 하며 유치원생 외동딸 소현(기소유)을 키우는 싱글맘인데 직장에서 딸과 관련된 전화를 받자마자 아직 무슨 일인지 듣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표정이 심각해집니다. 집에 달려가보니 키우던 애완견이 죽어있고(아파트에서 떨어진듯 합니다.) 그 옆엔 소현이와 동네 사람들이 있는데 영은과 소현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한 듯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네요.
개를 묻어준뒤 집에서 소현이 엄마에게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착하게 살면 천국가고 나쁜 짓 하면 지옥간다."고 단호하게 대답하는 영은, 그러자 "그럼 우린 둘 다 천국 못 가겠네요."라고 대답하는 소현...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모녀일까요;;;
이런 장르에서 당연하겠지만 소현이는 그냥 평범한 어린 소녀가 아닙니다. 인터뷰를 보니 감독들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한국 소녀버전 '케빈에 대하여'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영화 속 캐릭터라지만 정말 저 나이에 저럴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치게 하는 어린 딸과 이 애를 어떻게든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나이트메어 난이도 양육호러가 1부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중반부터 20년의 시간을 점프하여 2부로 이어집니다. 김민(권유리)은 상당히 빡센 타입의 청소부 일을 하며 청소업체의 팀장, 이모랑 나름의 유사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인데 여기에 비슷한 나이의 해영(이설)이 신입으로 합류하면서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 둘 중 하나가 1부의 소현의 성장한 모습일텐데 이야기 구조상 딱 여기까지만 아시고 보는 게 좋구요.
제작과정이 꽤 재밌는데 원래 각자 연출할 각본을 쓰고있던 친구사이인 두 감독이 서로 비교해보다가 이거 은근히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합치면 재밌겠다며 하나의 각본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제작까지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으로 지체가 되던 와중에 이 각본을 바탕으로 동명의 웹툰이 먼저 나왔고 이후 5년만에 드디어 원래 각본으로 영화가 개봉하게 됐다고 하네요.
당연히 말이 되게 둘이 서로 머리를 맞대서 합쳤을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잘 이어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2부에서 장르가 은근히 살짝 바뀌었다는 느낌은 강하게 듭니다. 1부에서 무시무시한 빌런의 탄생을 목도하고 곧바로 2부에서 그 빌런이 누구일지 미스테리를 풀어내서 추격하는 구도로 이어지는데 1부가 앞서 언급한 '케빈에 대하여'나 '바바둑' 같이 엄청 심각하고 무서운 육아 호러, 스릴러물의 톤이라면 2부는 범죄, 미스테리물에 제법 강한 액션을 동반한 슬래셔물 비슷한 톤으로 가다보니 한 영화로 두 배의 다양한 장르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톤이 불균형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객들 평을 찾아보니 불호쪽은 대부분 이런 이유더군요.
이런 취향에 따라 두드러질 수 있는 단점만 미리 유념하고 감상하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나름 몇가지 생각할 거리들도 남겨주는 상당한 웰메이드 장르물이 될 것 같습니다. 막 숨가쁜 페이스로 전개되는 작품은 아니고 굉장히 차분한데도 어딘가 계속 불안하고 음산한 느낌으로 1시간 50여분의 상영시간이 체감상 꽤 빨리 지나가는 것 같구요. 무엇보다 출연진들의 호연이 최고의 볼거리입니다.
1부에서 시작부터 바로 관객들 감정을 이입시키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곽선영 배우는 디플 '무빙'으로 얼굴을 많이 알렸는데 이게 첫 영화 출연작이라고 하더군요. 권유리는 당연히 소녀시대 멤버분이신데 2부 초반에 계속 긴가민가할 정도로 평소 생각하는 이미지랑 확 다른 모습입니다. 제대로 연기하는 작품을 제가 본 건 처음인데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최근 주연작 '흐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팬이 된 이설 배우는 뭐 그냥 날라다닌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제일 소름끼치게 ㅎㄷㄷ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소현을 연기한 아역 기소유 였습니다. 올해 8살이고 촬영시기에는 더 어렸을텐데 최근 '소년의 시간'에서 그 아역배우처럼 연출자들이 어떻게 감정선이나 행동하는 동기 등을 이해시켰을지 걱정이 될 수준이었는데요.

이런 촬영장 사진들을 찾아보며 그냥 혼자 안심하는 중입니다. ㅋㅋㅋ
지난달 28일부터 각종 IPTV, VOD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무엇보다 쿠팡플레이에서 오늘 2일부터 4일까지 72시간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입 중인 분들은 관심 있으시면 잊지 말고 챙겨보세요.
곽선영 좋아요
무빙에서 배역은 영 아니었지만 연기 자체는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서는 역할도 좋았어요.
이런 거 생각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우리 소현양은 절대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할 사람인데 말입니다. 어릴 때도 그렇지만 다 크고 나서도 너무 뒷감당 생각 않고 마구 일을 벌이죠. 현실에서라면 이미 청소년 때 소년원 살다 성인 되고는 곧바로 교도소 들어가서 남은 생을 마무리하셨을... ㅋㅋ 아마도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그냥 컨셉일 뿐이고 감독들이 의도한 건 순수한 악 그 자체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근데 또 그런 것 치고는 인간적
대체로 탑으로 잘 나갔던 아이돌들의 경우엔 배우로 전업을 하고 늘 고만고만하고 별 재미 없게 안전한 역할들만 고르면서 품위 유지(?)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권유리가 그동안 어떤 작품에 출연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작품은 과감하게 잘 골랐더라구요. 연기도 잘 했지만 본인 비주얼,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역할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뭐 소현이 본인이 본인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런 설정이겠지만 성인 때까지 그렇게 혼자 잘 살아남은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죠. ㅋㅋ 사실 '반사회성 성격장애'로만 보기에는 장르적으로 너무 막나가다보니 '오멘'이나 '오펀: 천사의 비밀'이 생각나는 수준의 캐릭터 였습니다. 은근히 질투하고 사랑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오펀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