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스페인 스타일 살인의 추억. '살인자의 스토커' 잡담입니다
- 2016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2시간 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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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신께서 우리를 용서하시길' 정도 되는 의미인가 봅니다. 또 번역제가... ㅋㅋㅋ)
- 2011년의 마드리드입니다. 미칠 듯한 폭염이 작렬하는 가운데 예산 없다고 망가진 에어컨도 안 고쳐주는 차를 몰고 주인공 알파로, 벨라르데가 70대 할머니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요. 딱 봐도 전형적인 마초 터프 가이와 소심 찌질하지만 명석한 형사 조합인데 사이가 좋진 않네요. 다들 강도 중에 벌어진 우발적 살인, 혹은 과실치사를 의심하지만 벨라르데는 계획된 성폭행 살인을 주장하고 부검 결과는 당연히 벨라르데 편. 그리고 '이것은 연쇄 살인일 것이다'라는 벨라르데의 주장 역시 사실로 밝혀지겠죠. 이렇게 서로 안 맞는 형사 둘이 티격태격하고, 각자의 팍팍한 인생에 고통 받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살인마를 쫓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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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팔뚝과 표정 등등 딱 봐도 둘의 성격과 관계가 보이죠. ㅋㅋ 그런데 저 우측 남자분...)
- 제목은 저렇게 적어 놨지만 '살인의 추억'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일단 이 영화 속 사건은 실제 사건 바탕이 아닌 그냥 창작이구요. 뭣보다 유머가 없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진지 심각 삭막 우중충한 이야기에요. 버디물이라고 부를 수 있긴 한데 농담 하나 없는 건조한 버디물인 거죠.
하지만 꽤 중요한 포인트들에서 또 닮은 구석이 크기도 합니다. 실제 사건이 아닌데도 굳이 영화 개봉보다 5년 전을 배경으로 삼은 건 그 해에 벌어졌던 '분노한 사람들 시위' 때문인 듯 합니다. 경제 폭망 상황에서 오히려 긴축을 벌이는 정부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무려 2만 1천 차례의 시위를 벌인 해라네요. 당연히 이 시위는 영화의 중요한 장면에서 한 번 보여지구요. 이때 교황 방문 이벤트 때문에 주인공들이 찾아낸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들의 압력 같은 것도 나오고. 또 이 시위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서 수사에 애를 먹는 묘사도 간단하게나마 나와요. 주인공들 조합도 몸으로 때우는 유부남 형사와 첨단으로 머리를 굴리는 싱글 형사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결국 둘 다 멘탈이 너덜너절해지는 와중에 싱글 형사 쪽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닮았다면 조금은 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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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더스틴 호프먼 생각나게 생기시지 않았나요. 저는 보는 내내 그 생각만... ㅋㅋㅋ)
- 그냥 뚝 잘라서 '잘 만들었니 못 만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분명히 잘 만든 영홥니다.
숨만 쉬고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질 듯한 한여름 마드리드의 폭염 + 경제 망하고 시내는 온통 시위로 난리이고... 라는 배경의 압박감을 미장센과 배우들 연기로 잘 살려내고 있구요. 딱히 프로의 소행도 아니고 특별히 꼼꼼한 범죄가 아닌데도 범인이 손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수사 과정도 잘 살려냈고. 두 형사 각각의 개인사와 둘 사이의 드라마도 빠짐 없이 진지하게 잘 살려내면서 장르적으로 긴장감, 스릴을 줘야할 장면은 또 그런 느낌으로 잘 찍어냈습니다. 마지막까지 가면 나름 정서적인 감흥도 있고... 이 정도면 상당히 고퀄로 잘 만들어진 누와르/스릴러라고 할 수 있어요. 두 시간 남짓 되는 런닝 타임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집중해서 잘 봤구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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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장르 전통대로 경찰의 윗분들은 정말 수사에 1도 보탬이 안 되겠구요.)

(카톨릭 역시 범인까진 아니어도 참 세상에 보탬이 안 되는 느낌으로 나옵니다. 뭐 그냥 저쪽에서 가장 주류 종교니까 어쩔 수 없겠죠.)
- 늘 그렇듯 '스페인 영화'라는 게 좀 문제가 됩니다. ㅋㅋㅋ
영화의 국적이 문제라니 이게 무슨 흉악 무도한 소리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제가 전부터 하던 얘기거든요. 이쪽 장르물을 볼 때면 거의 언제나 '왜 굳이 이렇게까지?' 라든가. '아니 이런 건 좀...' 이란 생각이 드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꼭 몇 개씩 나와서 이입을 방해하는데 이 영화도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여성 노인들만 노리는 강간 살인마 이야기인데요. 희생자가 하나 하나 추가될 때마다 꼭 부검실에 알몸으로 놓여진 할머니들 시체를 올 누드로, 허용되는 최대한의 노골적인 노출로 보여준다든가. 말 더듬는 증상 때문에 자존감 떨어지고 연애도 못하는 형사의 개인사를 보여줄 때 이 형사가 범죄 그 자체인 짓을 저지르는 장면이 쌩뚱맞게 들어간다든가... 나머지 한 형사는 너무 화가 많고 폭력 성향이 강하다는 걸 초반에 강렬하게 보여줘서 나중에 인간적인 모습을 막 보여줘도 역시 이입에 방해가 됩니다. 좋은 형사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ㅋㅋ 쓸 데 없는 시신 노출 완화시키고 형사별로 한 장면씩만 들어내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굳이' 공들여서 그렇게 찍어 놓으니 이입도도 떨어지고, '아니 사실은 저 장면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라는 생각에 쓸 데 없이 딴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 보고 나서 기분도 찜찜하고. 그런 게 좀 있었어요.

(범인입니다? ㅋㅋㅋ 근데 전혀 스포일러가 아니에요. 애초에 범인이 누군지는 전혀 안 중요하고 큰 의미도 없으며 중반쯤 영화가 그냥 알려줘요.)
- 결론적으로.
하나도 안 웃기는 버전의 살인의 추억인데 국적이 스페인.
촬영 좋고 연기 좋고 전반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스릴러이지만 가끔 쌩뚱 맞게 보는 사람 벙 찌게 만들어서 아쉬움.
정도로 요약이 되는 작품이었어요.
뭐 주인공 형사들 인성에 심대한 문제(...)가 있는 건 나름 하드 보일드풍의 설정이라고 이해해줄 수는 있겠는데, 희생자들 헐벗은 시신을 그렇게 열심히 보여주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감독님 오바하셨어요'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되어서 말이죠. ㅋㅋ 전체적으로 잘 보긴 했지만 스페인 장르물에 대한 제 편견을 더 공고히 해준다는 면에선 좀 아쉽고 그랬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난 문제 안 된다! 라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겠네요. 끝입니다.
+ 개를 아끼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 결국 아주 현실적으로 다 몸으로 뛰는 류의 수사물입니다만. 요즘 (10년 전이지만;) 영화 치고는 프로파일링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냥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를 설명하기 귀찮으니 프로파일러 캐릭터를 출동시켜 대충 떠맡긴 것 같기도 하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사랑하는 와이프와 어여쁜 딸래미, 귀여운 쪼꼬미 아들까지 데리고 꽤 좋은 집에서 잘 사는 듯한 알파로 형사는 폭력 성향이 문제에요. 자판기에 음료수 뽑으러 갔다가 동전이 모자라자 옆에 서 있던 시민들에게 강압적으로 삥을 뜯으려 하고 상대방이 화를 내자 주먹을 휘두르려 드는 식이니 뭐...; 그냥 누가 툭 건드리면 바로 주먹부터 휘두르며 달려드는 인간이고 영화 시작할 때 이미 몇 달 전에 동료를 쥐어 패서 한쪽 눈을 거의 실명 직전으로 만들어 놔서 징계를 받은 상태로 나옵니다.
반면에 거의 텅 빈 듯한 집에 최소한의 가구만 갖춰 놓고 고독한 싱글 라이프를 살고 있는 벨라르데는 어려서부터 전혀 나아지지 않는 말더듬는 습관 때문에 여자들이 자길 싫어한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구요. 자기 사는 아파트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여성을 짝사랑하는데 그 행동이 그냥 스토커에 가깝습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악의가 없으니 거기에 대해 죄책감도 없고 그래요.
암튼 둘이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쫓는데, 그래도 어쨌든 수사 하나는 잘 하는 명탐정급 형사 벨라르데의 활약과 매우 큰 행운(범죄 현장 근처에서 대충 프로파일에 맞는 조건의 남자가 수상해 보여서 따라가니까 갸가 죽어라고 도망갑니다. ㅋㅋ)에 힘 입어 맹추격전을 벌이는데, 하필 이 놈이 대규모 시위 중인 인파 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리고. 어떻게든 이 놈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 형사는 지하철 역을 봉쇄하고 총을 휘두르며 수백 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을 가둬두고 강압적으로 검문하는 무리수를 둬 버립니다. 결국 범인은 못 찾았고 알파로는 최근의 동료 폭행 건까지 합쳐서 정직을 먹어요. (자막은 해고라고 하는데 이야기 전개를 보면 정직이 맞습니다) 벨라르데도 사건에서 강제로 손을 떼고 강력계에서 쫓겨나는 걸로 일단락... 인데요.
그러는 동안에 알파로는 자기가 바빠서 아들만 데리고 여행을 간 와이프를 서프라이즈! 방문했다가 헐벗은 남자에게 요리를 해주고 있는 와이프를 보고 본인이 서프라이즈!! 해서 집으로 혼자 돌아와 술 퍼먹고 길에서 쌈박질하고 며칠을 폐인처럼 살다가 자기 개를 굶겨 죽이고 뭐 그냥 쓰레기가 되구요. 벨라르데는 본인은 짐작도 못하는 가운데 미화원을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서 그 미화원이 직접 찾아와서 먼저 들이댑니다만. 다짜고짜 끌어안고 몸을 더듬고 바지 벨트를 풀다가 "아니 진짜로 하지 말라고!!" 라고 몸부림 치던 미화원님이 부상까지 입는 참사가 벌어지고... 뭐 이래요;
그래도 둘 다 쓰렉처럼 지내던 중에 사건은 추가로 계속 벌어지고. 결국 '그나마 벨라르데가 수사할 때는 뭐라도 진척이 있었지'라는 맘에 경찰들은 비공식으로 벨라르데를 수사에 복귀 시킵니다. 그리고 벨라르데는 당연히 알파로를 소환하겠죠. 최근에 겪은 쓰렉 같은 사건들 때문에 조금은 철이 들고 온순해진 둘은 열심히 수사에만 집중해서 진척을 이뤄내는데... 아직은 용의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누굴 지목하기 어려운 가운데 사건 현장을 보러 혼자 갔던 알파로가, 자기가 실수로 흘리고 간 물건을 찾으러 와 있던 범인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먼저 일격을 당해 의식이 멀어져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끝까지 저항한 결과 증거물을 지키는 데 성공하고. 뒤늦게 나타난 벨라르데는 그 증거물로 범인을 특정해서 바로 쳐들어가는데, 범인은 증거를 싹 없애고 그 과정에서 사람도 둘 죽이고 잠적. 이걸로 일단락입니다? ㅋㅋ
마지막엔 '3년 후'라는 자막이 나와요. 이것도 살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부분인데 그거랑은 다르게 여긴 화끈하게 마무리를 하죠. 멀리 어딘가로 도망쳐서 숨어 사는 범인의 모습이 나옵니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제가 생략했던 어떤 이유로 인해 사람 죽이는 버릇은 고쳤고 그래서 할머니랑 단둘이 있어도 평온하게 일만 하고 빠져나와서... 자기 트럭에 앉아 햄버거랑 콜라를 먹고 있는데 창밖 멀리서 누군가 어기적어기적 다가오네요. 당연히 벨라르데 형사겠구요. 비가 쏟아지는데 길도 모르겠으니 차 좀 태워달라고 애원을 해서 마지못해 태워주는 범인. 자꾸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던 벨라르데는 범인이 보고 있던 책을 가리키며 '이런 수집품들 하나하나 추적해서 사람 찾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라고 말하더니 대놓고 범인 이름을 부르며 본색을 드러냅니다. 둘은 몸싸움을 벌이고, 3년간 이 날을 위해 열심히 단련했는지 의외로 쉽게 범인을 제압하는 벨라르데. '그때 이후론 정말 아무도 안 해쳤어요!' 라고 울며 애원하지만 됐고 더 두들겨 패서 사람을 곤죽으로 만든 후에 트럭 짐칸에 싣고는 운전석에 앉아 한숨을 내쉽니다. 끝이에요.
+ 그러니까 한국 번역제가 의미하는 건 벨라르데 형사인 거겠죠. ㅋㅋㅋ 참고로 이야기 막판에 자기가 성추행했던 미화원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일이 잘 풀려서 커플이 되는 것까지 나오는데. 마지막에 범인을 쥐어패며 하는 대사를 보면 결국 자기가 말 더듬는 걸 못 참아서 차였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봐도 말 더듬는 것 말고 다른 부분이 더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만... (가만 보면 이 양반은 거의 인셀.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