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별 의미 없는 옛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수요일에 투표를 하고 아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그리스의 신과 인간'전을 보고 왔습니다.  오전이라 사람도 적었고 전시도 꽤 만족스럽더라구요.  그리고 오후에 아들 영어 학원에 가서 다른 엄마들에게 오전에 이러이러한 전시를 보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리스 신화? 그건 전부 신들 연애하고 바람피는 이야기밖에 없어서 나는 별로..."라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화로 보는 그리스 신화'가 그런 거지, 제대로 보면..."이라고 했더니 "우리 집에 두꺼운 책 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던데."라고 하더군요.

 

  제가 당황한 건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2명의 엄마 아이들은 굉장히 공부를 잘해요.  그리고 엄마들이 교육 수준도 있고 학구열이 몹시 높습니다.  엄마는 끊임없이 좋은 학원이나 선생 정보를 알아 오면 아이는 거기에 맞추어 잘 따라할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본인 공부를 챙기는 것 같더라구요.(서초와 대치동에 있다는 잘 나가는 영어 수학 학원 이야기는 모두 이 분들에게서 들었어요.  그 전에는 그런 학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말이죠.  그리고 매주 새로운 학원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데 그렇게 전반적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신화'를 단순 연애물로 취급한다는 겁니다.   음, 현실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별로 가치를 두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저는 제가 서양사 전공이었기 때문에 옛날부터 그리스 신화를 좋아했고, 또 서양 문화와 문명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상당히 의미 부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엄마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현실적인 관점에선 신화가 별 볼일 없어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엄마한테 다시 이야기를 했더니 그 분은 "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별자리 문제를 풀려면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겠더라구."라고 하더군요.  쩝.

 

  음, 투표일이어서 더 각자의 성향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하겠지만, 강남 사람들이 진보 교육감을 밀지 않는 이유는 '역차별'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평준화를 외치는 교육감이 당선되면 강북이 기준이 되어서 대부분의 혜택은 강북으로 간다는 거죠.  그래서 무조건 강남을 밀어야한데요.  또 어떤 분은(위의 2분 중 한분이지만) 잘 하는 아이들에게 더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게 맞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니 그런가 봐요.  전 지금도 너무 숨이 막히는데 말이죠.  초등 6학년 수학 학원이 5시간 수업이 말이 되나요?  거기에 보강, 특강, 게다가 영어 학원도 가야지, 다른 과목 공부도 해야 하고... 제 생각엔 세계에서 제일 대학 들어가기 어려운 나라가 우리 나라가 아닌가 싶어요.

 

  근데 말이죠. 이 분들 이야길 듣다 보면 도대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시키는 이유는 단지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위의 엄마 중 한 분은 아이가 사회복지학과 같은 곳에 가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해서 부모 모두 펄쩍 뛰었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의대를 바라고 있고, 아빠는 "나처럼 문과 가서 죽도록 공부해서 번듯한 대학 나와 기껏 삼*전자에서 이렇게 혹사당하게 할 수 없으니 절대 문과는 안된다."고 했대요.  그러니까 아이들의 진로도 다 정해놓고 그 진로도 몹시 현실적인 길이죠.  그리고 음악이나 미술을 시키는 것도 아이가 재능 있고 원해서가 아니라 "공부로는 힘들 것 같으니 악기라도..."이고, 그 악기 선택도 "이 악기는 하는 사람들이 적으니까"라는 거죠.  아이한테 "너는 이걸 연주하는 게 재미있니?"라고 하면 "엄마가 하래요."라는 대답.

 

  저는 영어가 굉장히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수단으로서 필요한 거지 목적으로서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러니까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한 수단이고, 정말 재미있는 것을 알기 위해 재미없는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강남의 영어 학원 이야기를 들으면 영어 공부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진짜 내가 요즘 학생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어차피 처음에 역사를 선택해서 공부했던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면이 강해서 그런 거겠죠.  제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저 혼자 '아니야, 저건 잘못된 거야.  이건 이래야 돼.'라고 생각해 본들 세상 기준이 그렇지 않으면 저만 낙오자가 되겠죠?  그런데, 아직 포기가 안 되는 걸 보니 저는 성공하긴 그른 것 같아요. 

 

 

 

    • 서양 사상의 두 줄기의 원류라고 생각해요. 서양문명을 알려면 피해갈수 없는 부분이겠죠. 아마도 그런건 어떻게 살아야 편하게 살지 집중되어 있고, 무엇인지 왜인지에 대한 생각이 빠져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같아요. 현실적이라서 편하게 살긴 하겠죠.
    • 서양사 전공이시군요...
      저도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그 엄마만큼 정도밖에 모르는데요
      아무튼 국중박물관을 가야겠네요+_+ 정보 감사.
    • 말씀을 들어보니 별로 알맹이 있는 중산층(상류층은 더 아니죠?)은 아니겠네요. 졸부 타입의 전형..(그리고 요즘같아선 학식과 반비례하는 관계도 아니구요). 진짜 안팎으로 잘나려는 자들은 예술적 소양의 가치를 천시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축적을 위해 공을 들이죠. 아이비리그 진학이라든지 아이의 진로를 더 원대하게 설계할수록 어릴때부터 알 필요도 없는 고급 지식에 노출시키는게 요즘 조기교육 추세잖아요. 특히나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서양 문화의 근간이자 원류인데 그것도 모르면서 미술이나 음악을 논할 수 있을 리 만무한데--; 말 그대로 교육을 입시로밖에 못 대하나 보네요. 일류대와 상류층 진입을 노려 자식 교육에 힘쓰는 것치곤 너무 어설픈걸요. 근데 오늘은 5월 48일?;ㅎㅎㅎ
    • 오르페우스나 시시푸스, 오이디푸스 이야기 등을 알고서도 저런 정도로 이해하는거면 뇌 주름이 한참 부족한거고, 모르고서 하는 소리라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설을 증명하는 거죠.
    • 중산층이 낫진 않아요. 실용주의적인 관점이 계층을 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신화를 적극 권장한다고 해도 아이비리그 진학의 기반이 목표라면 차이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어서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뭘 읽어도 그런 처음느낀 재미를 기억하고 있어야 그걸 인용하는 무슨 그림이나 테마를 봐도 단순한 인지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요.
    • 그리스 신화 자체는 걍 말그대로 신화죠. 여러 지역의 신화가 결집된.
      근데 그게 서양 고전 문명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게 중요하고...
      그런데 그것땜에 그리스 신화 자체가 심오하고 중요한건 아니잖습니까.
      힘이 딸려서 남의 나라 신화까지 배워야 하는 약소국의 설움이 생각납니다. 그리스신화 책들 볼때마다
    •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르는' 거랑 별개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싫어'하면 안 되는 건가요.
      성경이 싫다든가, 북유럽이나 켈트 신화를 싫어하는 것과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전 사실 참 싫거든요 그 얘기들 -_- 성경도 싫고요. 4대 복음서 정도 빼곤.
    • 재미있고 중요하다고도 생각되요. 한 나라의 신화에 그치는게 아니라 서양문명의 근원인거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서양사학과 아니어도 관련있는 학문이 한 두개도 아니고... 하지만 이건 이상론이고, 막상 서양애들도 자기들 신화 모른채 잘 살아가고있죠. 한국인들도 우리나라 신화나 역사 모른채 잘 지내듯이.
    • 특정 인문학의 분야를 싫어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않는다고 해서
      너무 매몰차게 볼 필욘 없을듯.

      더 나아가
      전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니 하는 고전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좀극단적으로) 그런걸 고리타분하다고 쓰레귀라고 보는 비트모씨 같은 분들도 나름 일리있다고 봄.
    • 그런데 막상, 실제 그리스 시대 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화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졌을까요?

      플라톤이 쓴 책들 읽어보면, 소크라테스 죄목에 신성모독도 있으니까,
      진지하게 생각하는 부류가 (그것도 주류로써) 있다는건 확실하지만,
      로마에도 수입되서 널리널리 퍼진것도 사실이지만,

      신화를 안믿거나 개소리라고 본 사람들도 꽤 많았을것 같아요.

      신비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집단들이 많긴했지만,
      당시에도 나름 과학적이고 귀납적인 사고에 길들여진 부류들이 존재하기도 했고,
      소크라테스가 신성모독에 대한 항변으로 신 옹호하는 부분은 좀 봐주셈 굽신굽신 이런 뉘앙스로
      그의 논지는 신에 기대지 않고, (대부분 형이상학에 기댄) 논리적인 견지에서 나오기도 하고...

      잡설은 생략하고

      그리스신화는

      고대인들이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가>에 대해서 알고싶고 말하고 싶은데,
      뭐 마땅한 증거나 방법도 모르겠고,

      허풍과 그럴싸한 구라로 하나하나 덧붙여서 세상에 대한 설명을 그럴싸하게 지어낸
      흥미로운 이야기묶음

      물론 거기에 그 시절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풍성한 문학적인 이야기들
      이런것들의 인문학적인 가치가 있지만,
      그냥 거기까지이고 너무 부풀려서
      만드시 알아야만함 까진 갈 필욘 없을듯.

      그치만 알아두면 그리스 신화에 영향을 받은
      회화나 문학 작품감상엔 도움이 된다 정도일듯.
    • 상징,은유,설화,민담 모든 게 짬뽕된 일종의 고대 문학?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잘못된 프레임일지 모르지만 신이라고 하면 종교를 떠올리게 마련이고 어떤 교리 같은 걸 읽어내려고 하기 마련인데 그리스 신화에는 그런 게 안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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