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의식은 반동적인 사람들도 가질 수 있겠죠. 예컨대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가 맘에 안 든다. 개발독재로 돌아가자 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변화를 추구하지만 '진보'라고 할 수는 없겠죠.
따라서 진보는 '올바른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라고 고쳐 말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인 올바른 문제의식인가, 하는 질문이 이어 나오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반동적 사람들도 스스로는 올바른 문제의식이라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는 정의하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그렇다고 상대주의를 들먹이며 답이 없다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역사적 맥락을 보면 어떤 흐름이 있습니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형태에서 다수에게로 넘어간다든지, 강자들이 약자들을 지배하는 형태에서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형태로 바뀐다든지, 폭력보다 평화가 더 가치를 가지게 된 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는 굉장히 느리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방향성의 존재를 긍정하고 또 그 정당성에 동의하면서 행동으로 동참하고자 한다면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역사학의 이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진보주의 사관 자체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것은 논외로 하고요.
한 편의 선문답을 본 느낌이네요. 솔직히 글쓴분께서는 '진보'에 대해 크게 궁금하지 않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궁금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할 것이고, 저런 막연한 질문과 답변에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생각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선문답입니다. '상식'은 진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며, 보수적 '문제의식'과 '방향성'이란 것도 역시 존재하고요. 설마 진보란 현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따위의 답을 듣고 싶으신 것도 아닐 테고 그런 답에 무릎을 치고 반색할 리도 만무한데 이런 선문답으로 어떻게 진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저는 그게 더 궁금합니다. 마지막 댓글을 보니 진보에 대한 탐구심보다는 그냥 다른 어떤 불만이 있으실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만요.
2love/윗분들 말씀에 제가 궁금해 하던 '진보'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 생각 정리 했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이 답변들을 가지고 제 주위에 진보를 운운하는 이들 사이에서 더 길게 생각해보려는 의도였습니다. 선문답으로 보인 것은 제가 무식해서인가 봅니다. 공부해야겠습니다.